“우리는 할 수 있다. 단지 시간이 필요할 뿐”
“우리는 할 수 있다. 단지 시간이 필요할 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08.1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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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소외계층 부문-엠마우스산업·위캔·새벽영농조합법인

급속하게 도시화되고 산업화된 한국사회에서 소외는 필연일 수 있다. 정신적 또는 신체적인 한계만으로 소외받은 장애인, 위정자들의 정책실패로 인해 존립의 기반마저 무너져버린 농촌, 냉혹한 경쟁사회에서 밀려나 비정규직이나 실업자로 전락한 도시민과 여성가장, 이러한 소외계층들을 추스르고 당당히 사회의 일원으로 살 수 있게 하는 노력들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이번 호에 소개하는 엠마우스산업과 위캔은 장애인을 고용해 성취욕과 자립의 힘을 길러주는 곳이며 새벽영농조합은 무너진 농촌을 일으켜 세우고 도시와 연결의 축을 쌓아가는 공존의 길을 실험하는 곳이다.

▲ 엠마우스산업 가톨릭 전례초 생산의 마무리공정인 실꽂이 장면. 왼쪽부터 이승호(27.지적장애), 김채연(23.공익근무), 주효진(33.담당교사)씨.

▲ 엠마우스 산업

양초, 수많은 실험 통해 고품질로 승화
화장지, 환경인증마크 획득으로 차별화

*광주광역시 광산구 안청동 소재
*1991년 엠마우스복지관 준공-양초생산
*1996년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인가-화장지생산
*2008년 사회적기업 인증

2002년 이곳에 취직한 김기명(31.지적장애)씨는 3년 전 소중한 가정을 일구었다. 지금은 원준이와 옥경이의 아빠가 된 가장이다. 자활의 터가 되어준 엠마우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엠마우스산업(원장 문성극)은 사회복지법인 무지개공동회(대표이사 천노엘신부)의 5개 기관중 하나다. 지적장애인의 재활시설로 출발하여 양초(가톨릭 전례초)와 화장지를 생산하고 있다. 지적장애인 40명과 관리직원 13명 그리고 공익근무 3명 등 56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지난해 11억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한 달 간의 적응과정을 거쳐 정식직원으로 채용된 장애인들은 작업공정의 각 단계를 전문적인 직업재활사들의 지도로 습득하고 양초와 화장지 생산의 주역으로 자리 잡는다. 문성극 원장은 “장애인은 정상인과 똑같다. 단지 정상인에 비해 속도가 더딜 뿐이다. 우리는 그 시간을 충분히 기다려 주면 된다”며 장애인의 재활을 돕는 사업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무엇보다 품질에 자신감을 가졌다. 양초의 경우 가톨릭 전례초를 수많은 실험을 통해 고품질로 승화시켰고, 화장지 역시 환경인증마크를 획득하여 누구나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장애인이 만들어서 꺼림칙하다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더욱 분발했다고 한다.

현재 이곳은 장애인복지법에 의거해 조달청과 물품조달계약이 맺어진 상태이다. 하루 빨리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우선구매제도 등 후속 조치들이 있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2010년 매출액 20억원, 경상이익 2억원을 꿈꾸며 폐가전제품의 분리와 분해를 통해 자원을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 사업을 계획하는 엠마우스의 구성원들은 일반인 부럽지 않는 자부심으로 오늘도 힘차게 달리고 있다.

   
▲ 사회복지법인 새벽은 (재)지역재단 주최로 지난달 5일 강원도 원주시 상지대학교에서 열린 제5회 전국지역 리더대회에서 순환과 공생의 지역공동체 만들기 우수사례로 뽑혀 대상을 수상했다.

▲ 새벽영농조합법인

농사지어 수익 낸다는 건 거짓말
도-농 순환영농서 새 희망 찾아

*전북 남원시 노암동 소재
*2000년 새벽채소공동체 설립
*2002년 새벽유기농만나식당 운영
*2003년 흙살림 새벽공동체 영농조합법인 등기
*2007년 사회적기업 인증

새벽영농조합법인(이하 새벽)이 사회적기업으로 태어나기까지는 지난한 역사가 있다. 1960년대부터 급속히 전개된 농촌 공동화 현상은 이제 고령화 된 극소수 농민에 의해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머지않아 한국농촌의 사망선고가 내려져야 할 판이다. 새벽이 자리 잡은 남원은 도시와 농촌의 중간지점이다. 사업에 실패하거나 실직한 도시인과 농약에 찌들린 농촌의 중간지대에서 소외된 도시인에게 자활의 꿈을 일구고 피폐해진 대지와 농민을 살리려 몸부림치는 곳이 새벽이 서 있는 자리이다.
  
인구가 집중된 도시는 음식폐기물로 몸살을 앓는다. 이를 수거하고 집하, 탈수, 건조, 매립이라는 도시의 음식물처리 경로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요구하게 되었고, 사료화, 퇴비화, 슬러지화로 일컬어지는 음식물의 재활용 역시 그 비용이 만만치 않게 소요된다.

새벽은 밥과 찬류의 음식물을 분리수거하면 재활용의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남원시 환경위생과와 아파트 중심으로 주민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2002년부터 6년여의 노력 끝에 주민 설득에 성공하였고 4개의 분리통에 매일 2회의 수거를 통해 돼지 등의 가축에 직접 사료로 쓸 수 있는 활로를 열 수 있었다. 남은 부산물은 퇴비로 활용하여 유기농 채소에 활용하고 있다. 농촌과 도시가 공생할 수 있는 순환영농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또한 자활센터의 활동을 통해 사업에 실패하거나 실직된 실업자들에게 정부의 자활프로그렘과 결합하여 이익과 경쟁의 사회에서 지친 사람들에게 자활과 공생의 공동체를 만드는데 힘을 쏟았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힘든 일, 어려운 일을 회피하던 사람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에 자신을 반성하고 변화하는 과정은 사람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고 배려하는 활동가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질시와 반목으로 더욱 황폐해져 가는 오늘의 사회현실에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모습에 모두가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중증 지적장애인이 중심이 되어 쿠키를 생산하는 위캔은 모든 작업공정이 메뉴얼화 되어있다. 사회복지사, 직업재활사가 긴밀히 결합하여 이들을 7년 근무 후 독립시키는 것이 위캔의 목표이다.

▲ 위캔(WE CAN)

지적장애 근로자 경증에서 중증으로 전환
생산품 편견, 까다로운 업체선정으로 검증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 소재
*2000년 위캔 근로인 면접 및 직업평가
*2001년 위캔 준공, 1차 근로인 고용계약
*2002년 2, 3차 근로인 고용계약
*2003년 동아리활동, 치료공동체실시
*2005년 고도원 아침편지 꽃피는 아침마을 쇼핑몰 입점
*2006년 우수 사회적기업 수상
*2007년 노동부장관상, 행정자치부장관상 수상, 사회적기업 공식인증

“우리는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대표적인 사회적기업으로 소문난 위캔이다. 장애인 중 취업이 가장 어렵다는 지적장애인, 더군다나 중증장애인에게 직업재활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무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무모할 만큼 어려운 이 일을 해낸 곳이 있다. 바로 위캔이다. 초창기 경증 장애인으로부터 출발하여 지금은 대부분의 근로자가 중증 장애인이다.
  
샬트로 성바오로 수녀회에서 출연하여 설립된 위캔은 40여명의 중증장애인들이 반죽, 성형, 포장 등을 구분하여 담당교사와 함께 일과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청결을 요구하는 먹거리를 생산하기에 위생시설은 작업장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작업장 뿐 아니라 공장의 여기저기에는 꼼꼼하고 세심하게 친절훈련, 기술훈련, 적응훈련의 과정을 숙지하도록 안내 되어 있고 휴게실에는 각종 놀이기구가 재활을 돕고 있다.
  
과자를 팔기위해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아닌 고용하기 위해 과자를 만드는 공장. 설립초기 위캔은 쿠키를 제조하는 작업부터 쉽지 않았다. 수많은 공정을 표준화하고 매뉴얼화 하면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적장애인 1, 2, 3급이 혼재된 상태이고 이들의 평균 IQ는 70이하이다. 근처의 신흥대학과 협력하여 이들에 맞는 맞춤형 매뉴얼을 도출하고, 각종 설비시스템도 이들에 맞게 개조했다.
  
수많은 반복과 반복을 통해 만들어낸 쿠키, 그러나 장애인이 만들었다는 쿠키에 대한 사회의 편견은 예상보다 심했다. 생산된 쿠키의 판로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찾아 나선 위캔의 간부들은 먹거리 선별에서 까다롭기로 소문난 생활협동조합과 여성민우회를 설득하기에 이른다. 일반시장에서의 충돌을 피하고 틈새시장에서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시도였다.
  
이러한 시도 끝에 2007년에는 6억6천만원의 매출을, 2008년에는 7억2천만원의 BEP(손익분기점)를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무국장 김동주씨는 “2010년 외부지원이 없는 자체 독립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위캔은 쿠키의 원료인 밀가루를 우리밀로 선택했다. 일반 쿠키와 차별화하는 측면도 있지만 가톨릭에서 추진하는 ‘우리밀살리기’운동에 일조하는 의미이다. 현재의 우리밀 정제수준은 아직 낮은 편. 이 때문에 일반적인 쿠키생산업체들이 우리밀을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꺼려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우리밀로 쿠키를 생산한다는 것은 박수치며 고마워 할 일이다.
  
현재 위캔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는가이다. 장애인이기에 식사 시간이 꽤 길다. 이로 인해 전체 구성원이 함께 식사를 해야 하는데 현재의 40명도 좁은 편이다.

추가 고용의 장벽이 식당에 있다는 것은 취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쿠키의 주문도 늘어나 추가인력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데 식당이라는 어찌보면 아무것도 아닌 공간상의 문제로 추가고용이 어려운 위캔이다.

“수익보다는 공동체 정신이 우선” 
[인터뷰]  양기운(새벽영농조합법인 관장)

   
▲ 양기운 새벽영농조합법인 관장.
▲2000년부터 끈질기게 유기농법을 고집하였는데 이유는.
  
수많은 화학비료의 사용은 토지를 죽이는 일이다. 이로 인해 논과 밭에는 메뚜기, 개구리 등 생태계의 대혼란을 야기한다. 농촌도 죽고 농민도 죽고 결국은 한국의 자립영농의 기반은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유기농법은 농촌이 살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라 생각했다. 더구나 유기농은 혼자서 할 수 없는 농업이다. 작게는 마을 전체가 합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농법이다. 

▲ 사회적기업을 인증받게 된 배경은.
  
새벽처럼 비슷한 사업을 하는 곳이 많다. 다만 새벽은 지난 과정에서 각종 서류 등 제반 여건들을 꼼꼼히 챙기며 활동해 왔다. 농촌이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실험하고 도전해 보고자한다.

사회적기업 인준도 이러한 맥락이며, 도시와 농촌간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시킬 계획이다. 농사만으로 수익을 낸다는 것은 이제 거짓말이 되었다. 농민과 도시민의 유기적 결합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개인적으로 새벽 활동이전에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1979년, 기독교 농민회 활동을 시작으로 농민운동을 했다. 실무자들 모임에 검거되어 훈방으로 나온 이후 줄곧 농민운동을 했다. 중간에 몇 년 동안 교직생활을 한 적이 있지만 생의 대부분을 농민운동에 보낸 편이다.
군단위 농민회를 강화하다 면단위 농민회 사업에 뛰어들고, 그러다 보니 농민운동은 가장 기초단위인 생활 작목반에서부터 시작되더라. 지금의 새벽활동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출발했다.

▲ 새벽활동의 핵심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핵심은 사람이다. 일을 하다보면 모두가 꺼리는 진자리에서 일을 해야 할 경우가 있다. 누군가 나서 그곳에서 일을 하면 일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모두가 싫어하는 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으면 그 조직은 반목과 질투가 생긴다.

깨어있는 한사람이 주변의 많은 사람을 감동시키고 활력을 넣는다. 지금의 수많은 사회적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건강하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사회적 기업 안에는 핵심적으로 헌신하는 활동가가 꼭 있다. 그들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 사회적 기업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기업, 기업 하는데 근본적으로 옆 사람을 배려하는 공동체사업이다. 물질과 자본의 노예로 살다 실패하고 낙오한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수익성을 통해 자립의 기반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남을 배려하고 아끼는 공동체 정신이 최우선이다.

호남지역 사회적기업 인준 현황

▲ 2007년 1차 선정
- 청람사회복지회/ 전남 영광군 읍 단주리/ 독거노인간병 및 가사지원
- 새벽영농조합법인/ 전북 남원시 노암동/ 유기순환농업, 농축산업
- (사)사랑의손길새소망/전북 익산시 소재/ 장애인 재활복지

▲ 2007년 2차 선정
- (사)사회적예술기업/ 광주시 북구 중흥동/ 공공미술, 축제, 방과 후 교육
- (사)하누리성폭력인권센터/ 광주시 서구 쌍촌동/ 노인돌보미, 간병 가사지원
- (사)한누리/ 광주시 북구 용봉동/ 저소득층 아동 방과후 교육
- (주)사람과환경/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2가/ 폐기물 수거 재활용

▲ 2008년 1차 선정
- (사)전통문화사랑모임/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한옥마을 보존 홍보
- 엠마우스산업/ 광주시 광산구 안청동/ 장애인재활, 화장지 양초 생산
- (사)시니어월드/ 광주시 광산구 송정로/ 간병, 실버산업

▲ 2008년 2차 선정
- 씨튼장애인직업재활센터/ 광주시 북구 오룡동/ 장애인 쿠키생산
- 유한회사 나눔푸드/ 전북 진안군 진안읍 연장리/ 유료도시락, 출장뷔페, 노인급식사업
- 여수 YWCA 돌봄지원센터/ 전남 여수시 여서동/ 재가 돌보미, 간병, 방과후 지도
- 순천 YWCA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센터 사업단/ 전남 순천시 조례동/ 결식이웃 급식지원
- (사)여수주거복지센터(아름물내건축)/ 전남여수시 고소동/ 저소득층 집수리, 청소 방역

▲ 2008년 3차 선정(접수중 8월 28일 마감)

▲ 2008년 4차 선정(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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