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진정성을 보일 때
‘소통’의 진정성을 보일 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06.1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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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언론중재위원회 사무총장)

필자가 근무하는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의 보도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분쟁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분쟁의 특성상 때로는 치열한 공방이 오가기도 하고 읍소와 통사정이 펼쳐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담당중재부의 중립적이고 공정한 조정 및 중재에 의해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되지만 때로는 조정에 상당한 애를 먹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양 당사자 중 어느 일방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을 때다.

조금만 진심을 가지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의외로 쉽게 풀릴 문제인데도 자신의 입장과 의견만을 주장하며 ‘소통’을 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면 풍부한 경험을 가진 중재위원들도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렵다.

이를 보면서 결국 분쟁 해결의 요체는 뛰어난 조정 및 중재 능력과 아울러 분쟁의 양 당사자가 서로의 이야기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소통하려는 자세를 가졌을 때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자주 느끼곤 한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 문제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벌써 40여일 째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현 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는 함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수도 서울의 중심부, 광화문 한복판에 대형 컨테이너를 설치해 해외토픽감이 되었다.  아무런 예고 없이 설치된 컨테이너로 인해 서울 중심의 교통이 마비되었고, 다행히 시위대와 경찰 간의 큰 불상사는 없었으나, 컨테이너 장벽은 국민과의 불통의 상징으로 회자되고 있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제대로 된 응답을 하지 않을 때 역시 문제의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촉발된 현 시국은 애초부터 국민의 요구와 당국자간의 ‘소통 부재’에 기인한다.

심지어 출범 100일 만에 국민의 입에서 정권 퇴진 목소리까지 나오도록 한 오늘의 상황 역시 정부당국의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말로는 국민과 진심으로 ‘소통’ 하겠다 면서도 정작 그 결과로 내놓는 것들은 여전히 진정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에 대해 정부당국의 해결책이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낀 국민들이 거리에서 촛불을 밝힌 것이다.

결국 오늘의 사태를 해결하고 국가적인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정부당국이 낮은 자세로 그리고 열린 자세로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성심을 다해 수용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말에 그치는 소통이 아니라 진정성과 진심을 담은 소통 의지를 보여줄 때만이 국민들의 거센 분노를 잠재울 수 있다. 필요하다면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국민 앞에 직접 나서서 국민과의 대화를 시도하여 정면 돌파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눈을 들어 촛불을 바라보고 귀를 열어 국민의 함성에 귀 기울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할 것은 구하면서  성실히 이행하면 그걸로 족하다.

‘촛불 전화기’를 들고 끊임없이 통화하고자 하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거나 엉뚱한 곳으로 돌리지 말고 진심으로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정부당국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제 우리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지 대내외적으로 충분히 전달되었다.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 자기 직분에 충실 하면서 정부당국의 해결책을 지켜보고 기다릴 때이다, 그리고 표류하는 우리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빨리 정상화 되어 국민들의 촛불을 대신 밝혀서 국민들의 근심 걱정을 해소해야 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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