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으로 더불어 함께 살아야”
“소통으로 더불어 함께 살아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05.0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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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날 특별 인터뷰] 백양사 유나 (維那) 지선스님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백양사에서 정진 중인 지선스님과 특별 인터뷰를 가졌다. 지선스님은 백양사 서옹 큰스님께 출가하여 제주 관음사 주지, 백양사 주지 등을 역임했다. 80년에는  군사 독재정권에 항거하며 우리나라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수차례 옥고를 치르는 등 불교계의 대표적인 양심가로 알려져 있으며 수년 전부터는 주로 선원에서 참선 정진하며 수행에 전념하고 있다. 올해 5·1828주년 기념 행사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아 5·18 정신의 계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터뷰는 <장성군민신문> 변동빈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변동빈 국장 :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온누리에 부처님의 자비와 평화가 깃들기를 축원합니다. 먼저 부처님께서 이 당에 오셔서 반드시 구현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한 가지만 말씀해 주십시오.

   
▲ 백양사 유나(維那) 지선스님
▲지선스님 : 그건 한마디로 ‘사람이 곧 부처다’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는 성품(一切衆生 悉有佛性)을 갖고 있다고 부처님은 가르치고 계십니다. 부처님은 세 가지 위대한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첫째는 위대한 버림입니다. 왕위를 이을 태자의 자리를 버린 것은 가장 큰 기득권을 버린 것입니다. 둘째는 눈 덮인 산에서 6년 동안이나 고행을 한 것입니다. 왕자였을 때 호의호식했던 부처님은 스스로 깨달음을 향한 고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셋째는 중생에게 회향한 것입니다.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부처가 되어서도 군림하거나 지배하지 않고, 최고의 성자가 최하의 중생에게 하루도 쉬지 않고 진리를 전하신 일입니다.

▲변동빈 국장 : 한국의 종교가 지나치게 기복화 되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특히 서양의 석학들은 현대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불교를 말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불교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습니다. 그 이유와 해법은 어디에 있습니까?

▲지선스님 : 기복은 생명을 가진 모든 사람들의 소박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가 자식과 남편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안수를 떠놓고 기도하는 모습은 오히려 아름답지 않습니까? 기복보다 더 나쁜 것은 맹신이며, 광신입니다. 요즘 종교는 거대한 지배집단이 되었습니다. 종교가 자본화, 권력화되어 정신과 물질을 동시에 지배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불교도 여기에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부 스님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스님들이 수행에 전력하고 있어서 불교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고 봅니다.

▲변동빈 국장 : 수행자는 계·정·혜 삼학을 닦아 해탈로 가는 것을 목표로 살아갑니다. 그런데 스님들이 계율을 경시하고, 수행을 게을리 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일부 스님들의 사치가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무소유를 실천해야할 스님들이 사치를 하는 것은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지선스님 : 일부 방송의 보도는 소뿔을 바로잡기 위해 소를 죽이는(矯角殺牛)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일부 스님들의 잘못을 전체 불교의 모습인양 오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행자가 본래 모습을 지키지 못한 것은 잘못이며 참회해야 합니다. 한국의 종교가 천민자본주의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는 망국적 현상이며 종교 타락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특히 지도자인 원로, 대덕스님들이 먼저 재발심을 일으켜 혁신적인 결단을 내려야 하며 이는 제2 정화의 각오를 가져야 합니다.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라 했듯이 윗물이 맑지 않고, 아랫물이 맑기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변동빈 국장 : 스님께서는 군사독재시절 우리나라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독재정권에 항거하다가 수차례나 옥고를 치르는 등 이 시대의 양심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사회문제에 참여하기보다 선원에서 참선하며 수행에 전념하고 계시는데 이 땅에 민주주의가 완전히 구현되었다고 생각하시는가요?

▲지선스님 : 우리나라는 세계 13위의 경제력을 가진 잘사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물론 내부적으로 안고 있는 양극화, 남북분단, 노사문제 등의 모순이 해결되는 못했습니다. 사실 통일과 인권 그리고 민주화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상관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은 민주화, 민주화가 되지 않은 통일은 허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15년 동안 민주화운동을 하며 두 차례나 암수술을 받는 등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쳤습니다. 더구나 지금은 나라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따라서 제 본연의 임무인 수행에 전념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변동빈 국장 : 현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완전 개방 등으로 농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친(親)재벌 정책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지선스님 : 현 정부는 노골적인 양극화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FTA협상, 쇠고기 수입 등 국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을 도 너무 쉽게 결정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어 국론이 분열되어 나라가 혼란의 지경에  빠질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현 정권은 대통령과 장관, 청와대 참모들이 위장 전입, 땅투기 등으로 도덕성을 잃었습니다. 정치철학도 없고, 통일에 대한 상식이하의 사고를 가진 현 정권은 우리사회를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걱정이 매우 큽니다.

▲변동빈 국장 : 스님께서는 올해 5·18 28주년 기념 행사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으셨습니다. 5·18영령들이 지향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일부 5·18 단체가 영령들의 뜻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지선스님 : 5·18은 자유, 민주, 인권 그리고 통일이라는 민중의 염원이 폭발한 것으로 동학혁명 이후 한국 근·현대사에 있어 최대 역사적 사건입니다. 그분들의 희생과 정신이 퇴색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제 5·18단체가 광주시민은 물론 국민들에게 봉사하고,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며 자신의 주의 주장만 펼쳐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기념행사 기간은 영령들을 위로하는 때이므로 정치적 행위를 자제하고 자중자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변동빈 국장 : 스님께서는 수석을 모으시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그동안 모은 수석을 지금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백양사 수석전시관에 기증한다고 들었습니다. 수석을 모으신 계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지선스님 : 제가 출가하기 전에 허리가 아픈 할머니께서 약석을 주워 물에 삶아서 찜질을 하는 것을 도와드리곤 했습니다. 그때부터 돌을 줍는 것이 버릇이 된 것 같습니다. 특히 80년대에는 경찰과 검찰 안기부에 수십 번이나 끌려 다니며 조사를 받곤 했습니다. 그 때 산과 들로 다니며 수석과 대화를 하곤 했습니다. 하나의 수석이 탄생하는 과정은 마치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는 것과 같이 오랜 동안 비와 바람에 씻기고, 닳아져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돌 속에 선의 이치가 있고, 돌로써 스승을 삼는다(石中禪理, 以石爲師)고 말합니다. 정말 사람을 닮은 돌은 많은데 돌 같은 사람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수석전시관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변동빈 국장 : 스님께서 요즘 가장 중요한 화두로 삼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스님 자신의 문제와 사회적인 문제 하나씩 말씀해 주십시오.

▲지선스님 : 내 자신의 문제는 없습니다. 조용히 수행하며 은거하는 생활이 행복합니다. 하지만 늘 이 세상이 사람이 더불어 함께하는 세상이 되기를 늘 기원하고 염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행복하지 않은 행복은 참 행복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변동빈 국장 : 마지막으로 불교신자는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아야할 한 가지만 꼽아서 말씀해 주십시오.

▲지선스님 : 긍정적인 사고로 오해를 풀어라. 모든 시비는 90% 이상이 오해로 인해 발생한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서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쟁과 살인도 오해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소통이 되었을 때 더불어 함께 사는 것이며 그래야 비로소 참 행복을 얻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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