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기피의 동기와 금기의 역사
‘이념’ 기피의 동기와 금기의 역사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05.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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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동(전 광주대 교수)

理念이란 인간사회 공동체에서 많은 사람들이 소망하고 요구하며 理想으로 삼고있는 공통된 과제(이를테면 보다 나은 사회 실현)를 힘을 합쳐 함께 이루어 나가려할 때 형성되는 정리되고 통일 수렴된 「의견」이며 이것을 실현(성공)시키기 위해 단합된 「실천의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100여 년간 일제의 침략·식민통치와 미국의 점령통치를 받아오는 동안 이른바 「이념」에 대해 혐오감을 갖고 기피하도록 교육을 받아왔다. 그것도 가장 권위있다고 생각되는 학교와 교회와 신문논설을 통해서였다.

이처럼 이념이 금기·적대시 되어온 이유는 간단하다. 앞에서 정의를 내렸듯이 공동체내 많은 사람들의 단합된 의견과 실천의지가 「이념」이기 때문에 이념의 방향은 자연히 크게 두 패로 갈라지게 되었다.
수탈이 가능하여 현재의 사회체제 그대로 지배세력이거나 또는 지배세력에 붙어서 약자를 수탈하며 편안히 살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끼리의 공통된 「이념」과, 피수탈의 고통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꿈꾸며 소망했던 평등사회 실현을 위한 「이념」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제 하나의 공동체안에서 함께 누릴 자원을 놓고 요구와 소망의 방향이 다른 두 이념으로 갈라진 집단 사이에는 숙명적으로 충돌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이 같은 현상에 관하여 대립양상이 극도로 첨예화 되었던 투쟁시기에는 「계급간 모순의 충돌」이라는 도식(圖式)으로 단순화시켜 끼리끼리 단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분열·증오·고통의 역사를 만들어 가기도 하였다.

(이 때의 「모순」이란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빼앗는 측(+)과 빼앗기는 측(-)의 利害相反으로 부딪치는 인간관계를 말한다.) 이러한 충돌현상은 역사상으로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봉건사회의 노예적 착취모순을 타파하려 하다가 실패한 각종 「농민반란」과 「신앙인들의 희생」, 근현대 자본주의 발흥기 봉건·자본 양대 착취모순을 해결하려 했던 「프랑스 혁명」·「러시아 혁명」에 이어 계급 및 민족해방혁명을 동시에 이루어낸 「중국의 인민혁명」과 「베트남 독립혁명」 등이 모두 쌍방간의 모순을 타파하려던 이념과 실천의 대결에서 약자측, 피수탈·피침략측이 승리한 사례들이었다.

지구상의 동서 사방에서 이처럼 이념대결의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사이에 식민통치 지배하의 피수탈사회였던 한반도의 근로서민 대중이 개인의 노동해방과 민족동포의 자주독립 해방을 위해서 어느 쪽의 어떤 이념을 택하고 지향해야 할 것인가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었고 침략외세와 추종세력은 필연적으로 상대방의 이념과 실현의지를 파괴하려고 광분, 고문·학살·감옥 등의 흉악한 방법에 의해 결국은 이상도 이념도 뭉개진, 생각(思想)없는 굴중·순종만하는 맹목(盲目)의 백성으로 만들어 놓았다.

따라서 쌍방 세력 간의 근본적 문제해결 방법은, 빼앗고 빼앗기는 모순관계의 조성을 방지하는데 있으며 이것을 위해서 지배자측은 타인 침해적 자유와 노동력을 헐값에 강요하는 침탈적 권리를 자제(통제)하고 약자측은 자유와 권리의 공정한 방어의식을 발휘하여 쌍방이 전 사회적 구도에서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공동 책임의식의 확산에 노력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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