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국 사회의 지형도
2008년 한국 사회의 지형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12.2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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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밝아오니]김승환(충북민교협 회장)

 환호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역시 그러면 그렇지’라는 감탄사를 연호하면서 승리의 기쁨에 도취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영토를 탈환했다는 감격에 겨워 밤새 격정에 뒤채였다.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반대편에 낙담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어쩌다 이런 지경이 되었는지 당황하면서 낭패감과 슬픔에 젖었다. 그들은 진보개혁 정권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아픔과 적은 표를 얻었다는 패배감에 밤새 뒤채였다. 낙선한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이었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대선 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이명박 지지 선언을 하면 이명박이 낙선한다’라는 희극적 문장이 돌아다녔다. 이 유머가 의미하듯이 이명박 후보의 당선은 현 정권에 대한 실망의 반사적 이익이기도 하다. 유권자들이 이명박 후보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특히 지난 10년에 걸쳐 집권한 민주화세력에 대한 불신, 경제 최우선주의적 분위기, 진보개혁진영의 세력결집화 실패, 보수우익 진영의 영토탈환 의지, 일부 대중들의 정권교체 열망, 신자유주의 지구화로의 편입, 사회양극화로 인한 지지 기반의 붕괴, 민중적 전망의 상실 등이 중층적으로 작동되면서 ‘한나라당 후보가 문제가 있더라도 괜찮다’라는 기이한 정치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이명박씨가 집권했다는 것은 수구/보수/우파/재벌/냉전/반공/성장/자본/친미의 득세를 의미한다. 그것은 진보/개혁/좌파/통일/반전/평화/민족/민중/민주의 실세를 의미한다. 진보개혁 진영에서는 특검을 거론하면서, 기다려보자고 말한다. 하지만 특검과 보수우파의 당선은 별개의 문제다. 한편 진보개혁 세력의 패배와 보수우파의 승리는 비례한다. 그러나 잘 보면, 이번 대선에서 드러난 정치지형도에는 이념적 보수와 경제적 보수의 대결이라는 더 선명한 대립 구도가 내재해 있다. 이러한 정치환경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연결되면서 더욱 경제절대주의와 우경화를 촉진할 것이다.

 집권한 보수우파는 진보진영에 대한 공세와 더불어서 제도적 탄압을 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신공안정국을 조성하면서 기득권계층, 서울중심, 재벌중심, 친미반공, 노동운동 탄압 등의 정책을 펼 것이 예측된다. 아울러 예산과 인력의 제재, 관청의 반시민민중 정책, 언론의 우경화, 진보개혁 세력 내부의 동요 등이 예상된다. 보수우파 진영은 대선의 승리와 함께 시민민중진영에 포격을 가하면서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신속하게 탈환하려 할 것이다. 또한 보수우익이 정권은 성장발전우선주의 그리고 친미분단반공의 정책을 펼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파시즘으로 회귀하지는 못할 것이다. 성숙한 남한의 민주주의와 시민의식이 파시즘으로의 회귀를 거부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2008년의 보수우익은 독재와 강압이라는 오류를 범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집권초기에 민중운동 강경탄압, 시민운동 유연포용의 자세를 취하다가 향후 정국에 따라서 지속가능한 보수우익 지배체제를 공고화하려 할 것이다. 추운 겨울과 파시즘의 중간지역이 향후 진보개혁 세력의 정치사회적 환경인 셈이다. 

 이번 선거는 사회변혁운동 즉 시민사회단체나 민중단체의 패배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진보와 개혁 진영은 지나치게 낙망(落望)하거나 패배의식에 젖을 필요가 없다. 물론 보수진영이 정권을 장악하더라도 시민사회운동에 대해서는 포용과 협력의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많다. 반면 민중진영에 대해서는 강경 비타협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많다. 그런 점에서 향후,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의 연대가 더 절실하다. 물론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아야 한다라는 유명한 말처럼, 보수우파의 집권에도 축하를 드린다. 보수우파 정권일지라도 노동, 농민, 약자, 복지, 민족문제 등 진보의제를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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