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차베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12.0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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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밝아오니]김승환(충북민교협 회장)

우고 차베스((Hugo Chavez)라는 인물이 있다. 지금 세계는 그 베네즈웰라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는 한 나라의 국가 원수로서는 하기 어려운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은 금세기 안에 멸망할 것”이라든가 “부시는 자기 목장에 가서 입 다물고 있으라”라고 경고를 하는 등 희대의 풍운아처럼 행동한다. 군인 출신 정치가로서 용감하게 반미의 깃발을 드는 한편 민중주의(populism)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자기 길을 가고 있는 차베스는 정말 특별한 인물이다. 그래서 지금 그는 중남미 반제반미의 맹주로 떠올랐다.

그런데 최근 스페인 국왕이 차베스에게 ‘입 닥쳐!’라고 호통을 친 사건이 있었다. 한 나라의 국왕이 그런 저속한 어휘를 썼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거니와 그 전후의 사정이 흥미롭기만 하다. 스페인의 남미 지배로부터 모순을 읽어 내려가는 차베스는 얼마 전 작심을 하고 스페인 총리를 비난했다. 그 결과 스페인 국왕으로부터 ‘입 닥쳐’와 같은 흉악한 소리를 듣게 된 것이었으니 여기에는 수사법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역사적 은원이 놓여 있다. 그러니까 이 욕설은 단지 차베스가 스페인 총리를 모독한 사건이나 스페인 국왕의 격분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며, 중남미 오백년 역사 속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1592년 콜럼부스의 아메리카 탐험 이후 중남미는 곧 유럽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인구의 70%가 죽거나 병이 들어 감소하는 한편 남미 원주민 전체는 가혹한 식민의 수탈에 놓이게 된다. 가톨릭 신부의 참회와 고발로 학살의 잔인성은 약해졌지만 그 이후로도 남미 원주민들의 삶은 피폐와 간난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 가난과 학정이 반복되면서 남미 원주민과 혼혈인들, 그리고 정착한 백인들까지 식민과 고통의 역사를 살아야 했던 것이다. 이것을 목도한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의학도였는데 모터싸이클로 남미를 여행하면서 원주민들과 메스티조(mestizo)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사는지를 보았다. 의대를 졸업했지만 전업 의사를 포기하고 멕시코와 과테말라에서 혁명의 꿈을 키웠다. 피델 카스트로와 만난 그는 깊은 밤 그란마를 타고 쿠바에 상륙하던 순간 혁명 전사(戰士)로 다시 태어났다. 이후 게릴라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쿠바 혁명을 완수한 그의 이름은 체 게바라(Che Guevara)다. 체 게바라가 바로 우고 차베스의 스승이다.

차베스는 군인 출신으로 1998년 대통령이 된 이후 대규모 민중중심의 정책을 시행하여 베네즈웰라의 질병, 문맹, 영양 부족과 빈곤 등의 사회 문제를 퇴치하고자 노력했다. 미국계 석유회사를 국유화하는 한편 빈민층을 구제하기 위하여 강력한 개혁을 실행한 그는 그 강도만큼 강력한 저항에 직면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과 서방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런 와중에 차베스는 스페인의 남미지배라는 오랜 역사의 원한을 건드리면서 마침내 스페인 국왕으로부터 독설을 듣게 되었던 것이다.

차베스는 독재자다.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 그것은 바로 제국주의와의 대결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차베스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못쓰게 만든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은 다소 격렬하다고 하더라도 용서되는 것이며, 과정상의 독재는 이해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 또한 위험한 발상임에 분명하지만 차베스와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히 흥미로운 일이다. 서방에 대한 그런 독설에도 불구하고 차베스가 버티는 것은 지하지원, 특히 석유 때문이다. 차베스에게는 다행이겠지만 석유 가격이 많이 올라서 그는 국유화한 석유산업을 기반으로 반제항미의 투쟁을 벌이고 있으니 석유가 전쟁도 일으키고 차베스도 만든 셈이다.

매우 위험해 보이는 그의 실험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대안사회(alternative society) 담론 때문이다.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 사회는 인간을 수탈하는 나쁜 사회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사회다. 그리고 모든 인간을 미치도록 만드는 사회다. 이 시대의 인간은 자유로운 것 같지만, 종횡으로 얽힌 감옥에 갇혀 자본의 노예가 되어 신음을 하는데도 즐거워하라고 채찍을 내리치며 협박을 한다. 그래서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아닌 인간다운 사회라는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차베스의 국가사회주의가 대안사회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국가간 신뢰를 바탕으로 교역을 하는 민중교역과 같은 실험은 시장경제와는 다른 패러다임으로 주목할 만하다. 저돌적이면서 강철 같은 인물, 우고 차베스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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