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학의 오만과 편견
수도권 대학의 오만과 편견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11.0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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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밝아오니]김승환(충북민교협 회장)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정원이 2000명으로 결정이 났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0월 30일, 2009년에 개원하는 로스쿨은 전국을 서울강원인천경기, 대전충남충북,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전북제주 등 5개 권역으로 구분한다고 발표했다. 부족한 점이 있기는 하겠지만 여러 측면을 고려한 비교적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 수도권 대학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우리는 수도권 대학들의 반발을 보면서 수도권의 오만과 편견이 무척 심각하다는 사실을 또다시 발견했다. 이 반발이 상징하고 있는 것처럼 수도권과 수도권 시민들은 지역균형 정책에 대해서 적대감을 가지고 사사건건 시비(是非)를 하면서 분권 분산 균형의 정책을 정치적인 것으로 왜곡시키고 있다.

수도권 대학들의 주장은, 수도권에는 사시 합격의 90%와 대다수의 상위권 대학이 몰려 있을 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학들은 로스쿨 교육 여건도 우수하고 또 로스쿨 경쟁도 치열하므로 수도권에 거의 모든 로스쿨을 배정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 밖에 사법시험 합격자를 많이 낸 대학들은 ‘사시 합격생의 90%를 배출하는 지역과 0.6%인 지역을 대등한 권역으로 보는 것은 명백한 불평등’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니까 서울/수도권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만으로 보면 수도권 대학들의 반발(反撥)도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도권 대학들의 주장이 심각한 편견이자 오만한 특권의식의 소산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수도권 대학의 입장을 무조건 지지하는 수도권 시민들이나 수도권의 입장을 주로 보도하는 독점적 수도권 언론들도 문제다.

지금의 서울/수도권이 어떻게 하여 만들어졌는가. 목포선 완행열차에 초가삼간을 버리고 건설한 곳이 서울이고, 경부선의 비린내 나는 멸치와 함께 전 재산을 올려 보낸 곳이 서울이다. 그뿐인가? 강원도 두메의 소들이 죽어서 서울의 대학건물이 되었고, 충청도 논밭이 팔려서 수도권의 기반시설로 변했다. 사람도 그렇고 재산도 모두 서울로 서울로 올려 보내고 드디어 수도권 이외의 지역은 정치경제는 물론이고 모든 면에서 약자가 되었고 급기야 수도권의 내적 식민지(inner colony)로 전락해 버렸다. 그렇게 해서 만든 서울/수도권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의 대학들이 어떻게 수도권대학과 경쟁을 할 수가 있겠는가? 수도권은 그런 사실을 의도적으로 망각(忘却)하고서 이제 와서 공정하게 경쟁하자고 하는 것이다. 경쟁력과 효율성을 기준으로 로스쿨을 선정하여 국가와 민족에 이익이 되도록 하자는 수도권 대학들과 서울 시민들의 발상은 식민지배자의 수탈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로스쿨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도 서울의 특권과 수도권의 독점을 해체하는 강력한 정책 기조에서 실행되어야 한다. 수도권은 다른 지역의 희생을 기억하고 그 희생의 대가를 조금이라도 보상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수도권은 로스쿨로 인한 지방과의 경쟁을 약육강식(弱肉强食)의 피비린내나는 전투의 현장으로 간주하고 있다. 정말 비열하고 야비한 처사다. 지역이 약자가 된 것이 바로 수도권 때문이라는 명백한 사실은 외면한 채 공정경쟁을 주장하는 것은 인도적으로도 문제이고 기본 의리(義理)의 측면에서도 문제다. 로스쿨은 약자를 살리는 활명(活命)의 묘약이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로스쿨은 국가와 민족의 재편이라는 개혁적 시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수도권이 독점하는 대학서열을 고착화하고 지역불균등을 강화하는 로스쿨이 아니라, 약자인 지역을 살리고 법률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로스쿨이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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