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있는 언론보도를 기대하며
책임있는 언론보도를 기대하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10.1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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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밝아오니]김용주(언론중재위원회 사무총장)

한바탕 광풍이 몰아쳤다. 너나 할 것 없이 매달려 시시콜콜한 것 하나까지 캐묻고 또 까발렸다. 가장 안온해야 할 사생활 영역까지 렌즈의 횡포 앞에 발가벗겨졌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마치 진짜인 냥 지면과 전파를 마구 떠돌아 다녔다. 사건의 본질은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채 두 사람의 거처가 얼마나 가까운지 그녀가 먹고 싶어 하는 과자는 무엇인지가 버젓이 메인 뉴스 자리를 차지했다. 그것으로도 부족했을까. 끝내는 모든 국민 앞에, 사건 당사자이기 이전에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할 한 인간을 발가벗긴 채 만천하에 내동댕이쳤다. 지난 한 달 여, 우리 언론은 걷잡을 수 없이 질주했고 또 무참히 무너졌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신정아 사건’이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졌다. 수많은 지면과 시간을 할애해 경쟁적으로 관련 사건 보도에 열을 올렸던 언론들도 이제는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기사들만 연일 쏟아내고 있다. 정작 문제의 사건에서는 아무 것도 명쾌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우리 언론은 오히려 많은 문제와 고민거리를 남겼다. 특히나 이번 ‘신정아 -변양균 사건’ 관련 보도에서는 그간 우리 언론이 비판받아 왔던 ‘냄비식 보도 행태’, 선정적 보도, 본질과는 동떨어진 신변잡기 정보 전달 등을 다시 한 번 그리고 아주 화끈하게(?) 보여주었다. 문화일보의 ‘신정아 누드 사진’ 게재 사건은 이번 사건을 둘러 싼 언론 보도의 행태를 극적으로 보여 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신정아-변양균 사건’을 보도하면서 우리 언론은 보도 대상자의 인격권에 대한 저열한  인식 수준을 여실히 드러냈다. 과거에 우리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면서 보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 침해를 등한시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의 권리 의식이 향상되고 언론피해구제 기구의 활발한 활동 그리고 언론의 자각 등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언론 보도로 인한 권리 침해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 언론도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기에 앞서 ‘언론의 책임’도 함께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언론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의 대의를 조화롭게 추구해 가고 있었다. 그런데 허탈하게도 이번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우리 언론의 보도 태도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잘 보여주었다. 많은 언론들이 아직도 취재 경쟁에만 매몰돼 보도 대상자의 인격권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그 가운데서 국민들만 선정적이고 내용 없는 언론에 의해 피해를 입어야 했다. 두 말할 여지없이 우리 언론은 국민들과 그리고 보도 당사자에게 큰 잘못을 저지른 셈이 되었으며 너무나 당연하게도 통렬히 그리고 냉철히 반성해야만 한다. 한 장의 사진과 한 줄의 기사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누군가의 인생에 커다란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 보도에 나서야 한다. 남의 장단에 멋도 모르고 춤출 것이 아니라 한 박자 늦더라도 정확하고 분명한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태도로 보도에 임해야 한다. 감정과 감성을 내세우기에 앞서 냉철한 이성으로 사태를 살피고 그에 걸맞은 신선한 기사들을 보도할 책임이 바로 우리 언론에게 있다.

우리 언론에서도 이번 ‘신정아-변양균’ 사건에 대한 보도 태도가 지나쳤음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점은 무척 다행스럽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그냥 흘려보내자고 할 것이 아니라 주워 담지는 못하더라도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번 사건에서 우리 언론이 보여 준 문제점들에 대한 해답은 명쾌하다. 좀 더 차분하게, 냉정하게 사건을 바라보고 그 본질을 꿰뚫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길 우리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아울러 우리 언론도 스스로의 보도 태도를 통렬히 반성하고 국민들과 피해를 입은 당사자에게 사과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러한 태도야 말로, 지금 우리 언론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특종 거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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