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태 시장의 호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박광태 시장의 호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9.0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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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밝아오니]김승환(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박광태 시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훌륭한 분이다. 뛰어난 능력도 가졌고, 지역발전의 열정과 의지도 남다르다. 그뿐인가. 깨끗하게 처신하는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만한 분이다. 그런 분께서 놀라운 실수를 했다. 나는 그 실수를 듣고서, 광주전남문화연대의 김하림과 전효관과 김지원과 전고필이 떠올랐다. 이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문화를 위하여 고군분투하면서 문화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이 땅의 문화 맹장들이다. 이들의 헌신적인 자세와 과학적인 실천은 한국의 문화지형도를 바꾸었으므로 상당한 정도의 상찬(賞讚)을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광주전남문화연대와 같은 단체는 없어져야 한다’라고 박시장께서 역정을 냈다는 것이다. 놀라운 발언이고 직설적인 공격이다.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 예일대학 박사를 사칭한 희대의 사기극 주인공 신정아씨 때문이다. 2007년 7월 4일, 광주전남문화연대는 광주비엔날레 감독 선임과정이 석연치 않으며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박시장은 ‘옥동자를 낳기 위한’ 산고(産苦)로 미화하면서 신정아씨의 감독선임을 자랑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문제점을 지적한 언론을 비난하고 또 문화연대를 없어져야 할 시민단체로 폄훼했던 것이니, 아무래도 박시장께서는 잘못된 보고를 수시로 하는 직원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비상식적인 말이 나올 수 있겠는가? 문화연대의 비판은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과학적 문제제기였고 지나고 보니, 다 맞는 말이다.

 당시 문화연대에서는 외국인 감독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의가 없고 내국인인 신정아씨의 감독 선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아씨는 학력을 위조하여 그 학력의 힘으로 세계적인 광주비엔날레의 감독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실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예일대학 박사라는 간판이 아니었다면, 과연 감독이 되었을까? 아니다. 이 과정에서 문화연대는 신정아씨 선임과정 중 이사회의 결정도 문제가 있고, 후보추천에도 문제가 있으며, 광주시가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는 등의 비판을 했던 것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후 마침내 도피를 한 신정아씨의 본색을 파악한 비판이었으므로, 아무리 보아도 정확한 비판이고 잘한 분석이었다. 그런데도 박광태 시장께서는 시민단체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고 문화연대를 비난했던 것이니 결코 잘한 일로 보이지는 않는다. 빛고을 광주를 발전시키며 문화수도를 만들고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건설하여 광주가 민족과 국가의 중심이기를 희망한다면 좀더 신중하고 철저했어야 했다.

 지금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박광태 시장의 태도다. 그처럼 자신 있게 비호하던 신정아씨의 본색이 드러나고 나서, 박광태 시장께서 어떻게 발언했을까가 궁금하다. 무엇보다도 박광태 시장의 그 호기는 어떻게 되었을까가 알고 싶다. 당연히 광주전남문화연대에 사과를 해야 한다. 사과는 하지 않고 갖가지 핑계로 당시의 호기를 합리화하고자 한다면 광주시장으로서는 또 다른 잘못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자치단체장들은 시민민중단체의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호기스럽게 말하기를, 자신은 투표로 당선된 선출직이기 때문에 임의로 구성된 시민단체나 민중단체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맞다. 하지만 투표로 당선되었다는 것만으로 정당성을 부여받는 것은 아니다. 시민민중단체 또한 역사적 정당성을 가지고 공익(公益)을 위하여 노력하는 조직이므로, 취미활동하듯이 하는 단체와는 다른 진정성이 있는 것이다. 하여간 박시장께서 일에 열정을 가지는 것은 좋고, 추진력이 사소한 실수를 보정하는 것은 맞지만, 이번 일처럼 근본적인 문제를 비호하는 무감각한 태도는 광역자치단체의 책임자로서, 그리고 세계적인 비엔날레의 실질적인 주관자로서, 올바른 처신이 아니다.

 늦었더라도 박광태 시장께서 문화연대에 사과한다는 발언을 해야 할 것이다. 혹여 사석(私席)에서 면구스런 표정으로 일이 잘못되었다는 정도의 유야무야식의 해명은 박시장의 명성에 흠결이 갈 뿐이다. 나는 박시장께서 사과를 했는지, 신정아씨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정직한 해명과 반성이 있었는지 듣거나 보지를 못했다. 이미 했다면 박광태 시장께 존경을 드리고 싶고, 아직 못했다면 진솔하고 용감한 자세로 문화연대에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 그럴 때만이 광주의 박광태가 국가의 박광태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나는 충청도 사람으로 광주의 박광태 시장이 전국의 박광태가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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