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와 항렬
나이와 항렬
  • 최훈영 기자
  • 승인 2007.08.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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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영의 바른말 길잡이]

말하고자 하는 두 사람 사이에 있어서 어느 한족이 나이도 많고 항렬도 위가 되면 말하기에 어려움은 없게 됩니다. 그러나 한쪽이 항렬은 위가 되나 나이는 저쪽보다 아래가 될 경우 두 사람 사이에 말하기가 어떻게 되어야 마땅한가에 대한 것을 밝히고자 합니다.

8촌 안에 든 유복친당에서는 항렬이 무겁게 되고, 9촌 이상이 되는 면복친당에서는 나이가 무겁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무겁게 된다.”라는 말은 윗자리에 오른다는 뜻이 됩니다. 항렬이 무겁게 되는 8촌 안의 경우에 있어서도 촌수가 8에 가까워질수록 그 항렬의 힘이 약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 1>
김상권(60세)…………끝아버지, 절합니다.
김오연(50세)…………오냐, 너는 언제 여기에 왔더냐.

<예 2>
김상수(60세, 철연의 종질, 5촌 사이)…………○○아제 오셨습니까. 아제는 어디에서 오시는 길입니까.
김철연(50세, 상수의 종숙)…………어이 자네는 언제 왔었나. 나는 어제 서울에서 내려 왔네.

<예 3>
김상철(60세, 주연의 재종질, 7촌 사이)…………○○아제 오셨소. 아제는 어디에서 오는 길이오. 나는 오늘 나왔소.
김주연(50세, 상철의 재종숙)…………자네는 언제 왔던고, 나는 오늘 집에서 나왔네.


9촌 이상이 되는 사이에서는 나이와 항렬이 서로 엇가리고 있을 경우 두 사람은 서로 “습니다말”을 사용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나이가 항렬보다 무겁게 놓이게 됩니다. 보기를 들어서 밝히기로 하겠습니다.

<예 4>
김수행(70세, 진규의 족질, 9촌 사이)…………○○아제는 언제 오셨소. 집에서 나오는 길이오.
김진규(50세)…………○○어른, 언제 나오셨습니까. 저는 오늘 집에 나왔습니다.


시집온 부인들끼리의 경우, 자기 남편들 사이가 9촌 이상이 되는 경우에는 서로가 삼가 말인 “습니다말”을 사용해야 됩니다. 시집을 가서 부인이 되면 남편을 따르기 때문에 자기 나이를 쓰레기통에 집어던지고 살아가게 됩니다. 그리하여 나이가 적은 “형님”이 있게 됩니다. 보기를 들면, 김만돌의 아우가 김천돌이라고 했을 때 만돌의 아내 나이가 26세이고, 천돌의 아내 나이가 28세였다고 하면, 28세 되는 천돌의 아내가 26세 되는 만돌의 아내를 보고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하소말”을 해야 되고, 26세 되는 만돌이의 아내가 28세 되는 천돌의 아내를 보고 “택호”를 부르면서 “자네”하고는 “하게말”을 해야 됩니다. 시집온 부인의 경우 부인의 나이는 쓸모없는 것으로 쓰레기통으로 집어던진다는 말이 이런 경우를 두고 일컫는 것입니다.

남자의 경우도 누나남편이 자기 나이보다 적은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역시 그 누나남편이 자기 나이보다 적은 사람이지마는 누나를 중심으로 해서 그이를 “새형” 또는 “자형(姊兄)”이라고 부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는 남자 쪽이 자기 나이를 쓰레기통에 집어던진 것입니다.

시집온 부인의 경우 8촌을 벗어난 시친당면복 사이가 되면, 이번에는 자기 남편이 지니고 있는 항렬마저 쓰레기통에 집어던지고서 말을 해야 됩니다. 김석근과 김오만 사이가 촌수로는 9촌이요, 오만이가 석근의 아제가 되는 바, 석근의 아내가 60세일 때 오만의 아내는 30세였다고 가정하고서 보기를 들기로 하겠습니다.

<예 5>
석근아내(60세)가…………○○아주머님, 언제 왔소.
오만아내(30세)가…………그동안 편히 계셨습니까. 저는 오늘 왔습니다.


항렬과 나이 사이에서 생기는 질서를 마무리 지우면 이렇게 됩니다. 8촌 안에서는 항렬이 우세하고, 8촌 밖에서는 나이가 우세합니다.

다음카페 최훈영의 언어예절 http://cafe.daum.net/yez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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