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부문화와 자원활동
한국의 기부문화와 자원활동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7.3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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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김싱싱(광주국제교류센터 간사)

매주 토요일마다 약 10명으로 구성된 한국인들과 외국인들이 찾는 곳이 있다. 그곳은 광주 남동에 있는 한 애육원으로, 이 시설에는 0세부터 만 18세까지 부모가 없거나 결손 가정의 아동, 학대 아동 등 안정되게 양육할 만한 경제적, 정서적인 조건을 갖추지 못한 가정의 여자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는 곳이다. 이들 자원봉사자들은 애육원의 초등부와 중학교 1학년의 아이들에게 놀이와 게임을 통해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 캐나다인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 자원봉사는 4년이 넘도록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이도 모자랐던지, 이들은 오는 8월 19일부터 5일 동안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 다섯 군데를 등반하며 18세가 되어 애육원에서 독립하는 아이들이 대학을 진학하거나 자립하여 생활하는데 드는 비용을 보조하기위한 기금을 모으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작년에도 등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금활동을 통해 이미 400만 원을 모금한 바 있다. 올해 그들의 목표 액수는 600만 원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광주국제교류센터에는 현재 900여 권의 영어 책들이 있다. 줄리안 워밍턴이라는 뉴질랜드 사람이 한국을 떠나면서 기증한 책장과 책 몇 권으로 시작된 교류센터 도서실은 그 뒤로도 책을 기증하는 외국인들이 계속 늘어나서 오늘에 이르렀다. 또한 마리아 리삭 이라는 MBA 과정을 거친 미국인은 자원봉사로 교류센터의 경영 자문을 자청하여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사람관리에서부터 행사 계획까지 두루두루 센터를 돕고 있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간혹 센터를 찾아오는 한국인들 가운데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자원활동을 수단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일례로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방학이 되어 한국에 잠깐 들어왔는데, 자원봉사를 하면 대학 입학 시 가산점이 붙는다며 찾아오는 것이다. 이마저도 자원봉사를 얼마나 할 수 있는지 물으면 일주일이라는 아쉬운 답변이 돌아온다.

얼마 전 가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광주 사찰 세 곳의 주지 스님 3명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들은 대기업의 근로자 1,565명에게 62억원 상당의 가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였단다. 기부문화가 좋은 것임은 알지만 직접 실행해 옮기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가 무얼까?

2년 전 국제로터리 연구교환단 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한 달 동안 미국의 테네시 주를 방문했던 적이 있다. 학교, 시민단체, 복지시설 등을 돌아보며 그들이 어떻게 운영하는지를 볼 수 있었다. 내가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재정적으로 매우 열악하다는 이야기를 하자, 모두 하나같이 왜 기금모금 운동을 하지 않느냐고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이 가진 작은 것을 나누려는 문화 속에서 기부나 자원봉사를 배우고 실천하는 미국인들을 보며 서양 사람들을 개인주의라고 비판하면서도 작은 것을 나누는데 익숙하지 못한 우리 모습을 자꾸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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