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는 김상봉이 있다
광주에는 김상봉이 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7.3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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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밝아오니]김승환(충북민교협 회장)

지난 6월 22일 대전 목원대학교에서의 일이다. 평소 질박 겸손하기로 이름난 김상봉 선생이 강한 어조로 무엇을 비판하고 있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안 된다는 그것은, 전국민교협 회비를 인상할 것이라는 의결 사항이다. 평소답지 않게 김상봉 교수는 매우 강경한 어조로 서울 사람들이 다른 지역의 분노를 알기나 하느냐고 되물었다. 물론 서울에서 보면 시급한 문제가 많고 그것이 국가나 민족 전체 또는 인간과 사회에 중요하겠지만 지방에서는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국민교협의 회비를 인상하여 국가와 민족 또는 사회적인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지역과 지방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달리 말하면 전국민교협의 서울교수들이 회비를 인상하여 지역과 지방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교협이 어떤 단체인가. 1987년의 87년 체제를 이끌었던 지식인 전사단체이고 한국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이론단체다. 과연 민교협이 없었다면 한국민주화는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은, 그야말로 <한국의 민교협>이다. 그런 민교협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공세에 맞서서 대오를 정비해야 한다는 회장단의 의결 또한 훌륭한 결정임에 분명하다. 그런 것을 잘 알고 있는 김상봉이었지만, 그는 전국적 의제보다 지역의 고사(枯死)를 막아야 한다고 강변했던 것이다. 게다가 김상봉 교수는 전국민교협 부회장으로 선임되는 자리여서 그런 비판을 할 계제로 썩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김상봉은 두 번에 걸쳐 무시로 특권을 행사하는 서울사람들의 사고체계와 행동양식을 비판했다. 문제는 자신들의 언어나 행동이 특권과 우월이라는 것조차 모른다는 것으로부터, 지역의 박탈감과 분노감이 폭동의 수준에 이르러 있음을 그는 말하고 또 말했다. 간단히 말해서 본질은 회비 인상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서울중심주의가 마치 전국을 대표하는 것으로 오인되는 보이지 않는 폭력이다. 민교협 또한 그런 불균등을 해소하는 방편으로 서울 이외의 지역에 3명의 부회장을 두기로 했던 것인데, 바로 새로 선임된 부회장이 지역 논리를 가지고 전국 논리를 파쇄하는 것이었으니 어찌 의미가 없겠는가. 

지역을 고려한다고 하여 선임한 부회장이 지역을 대변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긴장까지 유발하면서 중앙과 지역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나열하여 엄숙을 자아낸 힘은 무엇일까. 나는 김상봉 교수의 평등지향 철학이 그랬으리라고 믿는다. 평소 그는 조용하고 점잖은 성품으로 정평이 있다. 그런 그는 학벌 없는 사회를 제창하고 그 운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학벌 없는 사회>는 학벌이 인간을 규정하는 모순을 해체하고 인간 그 자체로 평가받고 또 고귀함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철학적 토대를 가지고 있다. 학벌문중을 해체하고 학력절대주의를 철폐하며 학연우선주의를 척결하자는 이 숭고한 운동이야말로 국가와 민족의 명운(命運)이 걸린 중차대한 사회변혁운동이다. 따지고 보면 이처럼 당연한 말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세상에 학벌로 결정되는 일이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까 그의 말은 특권을 없애고 평등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학벌은 사람을 부당하게 차별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서로 만나지 못하게 단절시킵니다. 학벌은 현대판 문중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자기가 졸업한 학교는 모교요 마음의 고향이라고 세뇌받습니다. 그 마음의 고향에서 스승은 부모와 같고 선후배는 언니 아우와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낯선 사람보다 가족을 소중히 여기듯이 모교를 사랑하고 동문을 아껴주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런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학벌의식은 같은 학교 출신들 사이에서는 맹목적인 결속을 낳고 출신학교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단절의 벽을 쌓습니다. 그러나 맹목적인 결속이나 무조건적인 배척 속에서 사람들 사이의 참된 만남이 뿌리내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라고 하는 <학벌 없는 사회>의 정신 속에 그의 숨결이 들어 있다. 그렇다. 학벌이 사람의 특권을 보장하고 학벌이 사람을 서열화시키고 학벌이 사람을 현대판 노예로 만드는 이 부당한 질곡을 철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간해방의 길이다. 김상봉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진실한 길을 찾아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모든 인간의 존재론적 평등을 위하여 숨을 고를 것이다. 이런 뜻깊은 선생을 가진 광주는 무척 아름다운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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