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딸, 다시 뭉친다
5월의 딸, 다시 뭉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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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여성회' 25일 창립총회/ 5·18구속자가족 중심/ 진흙같은 응집력 다시 보여줄 터// 5월 정신. 지난 20년간 부르짖었던 그 정신은 무엇인가. 그 바탕은 어디서 비롯됐나. 우리는 그날 이후, 시간을 힘들게 걸어왔다. 그런 우리에게 과연 '내일'은 어떻게 열릴까. 당시를 겪은 5월의 딸들의 고민이다. 그래서 그 고민을 지금에라도 풀어보고자 그들이 뭉쳐 '5월 여성회'(가칭)를 만들고 오는 25일 5·18문화관(상무지구)에서 창립총회를 갖는다. 그들은 안성례(준비위원장·광주시의원) 이명자 이귀님 정현애 노영숙 박경순 박행순씨 등 7명. 준비위원으로 본격적인 5월 여성의 목소리 정리와 앞으로 사업 계획을 마련 중이다. 이들은 모두 5·18 구속자 가족이라는 점이 공통된다. 당시 여성들은 계엄군과 대치해 싸우는 남성들과 달리 시민군에게 음식, 생필품 조달은 물론 투사회보 제작, 거리 헌혈에 동참했다. 그러한 일들은 뒤에서 보조하는 역할일 수 있지만, 인간의 생존에 가장 기초되는 부분이다. 20년을 지나오는 동안 그들의 역할은 또 있다. 전두환 정권 당시 5·18묘역(구묘역) 폐지 회유책(위로금 1천만원+이장비 50만원)을 제시해 실제로 연고자들에게 묘지를 이장하도록 통보했다. 이를 막기 위해 여성들은 연고자를 설득하고 밤새워 묘역을 지키기도 했다. 이들은 "그것이 시발이 되어 그나마 지금의 5·18묘역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안 준비위원장은 "송곳은 끝에서부터 들어간다고 한다. 여성은 늘 그 끝부분을 담당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그 끝부분을 진흙으로 비유한다. "옛말에 진흙 덩어리 뭉쳐서 집 한 채 짓는다는 말이 있다. 진흙 그 자체는 한없이 부드럽다. 사람 발에 밟히면 힘이 하나도 없이 물러진다. 그러나 이를 단단히 뭉치면 그 강도는 무섭다. 돌처럼 단단해진다. 그런 결집력이 여성에겐 있다." 진흙처럼 굳어진 여성의 응집력이 당시 현장에선 탄탄한 울타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들이 여성이라는 가정내 역할 때문인지, 20년 세월 동안 정신은 하나 되지만 육체적으로 각기 흩어져 살아왔다. 그래서 단단한 진흙으로 뭉쳐지지 못했다. 이제 21주년을 맞으면서 당시 딸들이 어머니가 되어 '5월 여성회'로 결집, 무서운 진흙으로 굳게 뭉쳐 하나 된 정신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결집은 구속자가족 회원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에선 이를 두고 당시 현장에 직접 참여해 시민군과 같은 대열에서 활동했던 여성의 힘은 실리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5월 여성회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가시화되지 않았는데 섣부른 예단인지 모르지만 5월 그날 현장 참여 여성의 무서운 응집력이 후대에 올바로 전해지기 위해서는 여성 모두 '하나 되는 5월 여성회'의 모습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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