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읽는 고시조]김주석 시조시인
산수간(山水間) 바회 아래 뛰집을 짓노라 하니
그 모론 남들은 웃는다 한다마는
어리고 햐암의 뜻의난 내 분(分)인가 하노라
보리밥 풋나물을 알마초 먹은 후(後)에
바횟끝 물가의 슬카지 노니노라
그 나믄 녀나믄 일이야 부럴 줄이 이시랴.
잔들고 혼자 앉아 먼 뫼를 바라보니
그리든 님이 오다 반가옴이 이리하랴
말씀도 웃음도 아녀도 못내 좋아 하노라
@ 햐암 : 향암(鄕闇). 시골에서 지내 온갖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사람.
@ 뜻의난 : 뜻에는. 뜻을 둔 것은. 뜻을 둔 까닭은.
* 윤선도의 ‘만흥’ 6수 가운데 첫째 수부터 셋째 수까지이다. 김상용의 시 ‘남으로 창을 내겠오’(그의 시집 <망향(望鄕)> 중)가 문득 생각났다. 어딘가 모르게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이리라. “그 모론 남들은 웃는다 한다마는 어리고 햐암의 뜻의난 내 분(分)인가 하노라”와 “왜 사냐건 웃지오” 이 부분.
적어도 시의 표면에 나타난, 시인이 추구하는 삶의 양태 두 가지는 ‘시골살이’와 ‘자연살이’다. 말하자면 “햐암의 뜻”이다.
‘향암의 뜻’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애써 새로 읽는다면 자기 긍정적인 삶과 환경 친화적인 삶에 연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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