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갈등
내신갈등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7.0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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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언론중재위원회 사무총장)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는 수십년간 입시제도 때문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최근 2008학년 대학입시에 내신 반영비율을 두고 정부와 대학들 간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기존의 내신 실질반영비율이 5~10%였던 것을 50%로 올리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대학들과 교수들은 공동으로 입시 간섭 반대 성명을 내고, 입시 자율을 요구하면서 더 이상 간섭하지 말라는 거센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행히 4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대입전형에서 학생부 반영 비율을 사회가 납득 할 만한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도록 상호 노력 하기로 합의했다.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애매한 합의로 우선 서로 급한 불을 끄자고 하는 미봉책인 것 같아 여전히 불안 하기만 하다.

항상 바뀌는 입시정책의  최대의 피해를 보는 사람은 수능을 앞둔 학생들 일 것이다. 한창 공부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전형방식이 확정되지 않아 수능을 5개월 앞두고 애꿎은 많은 수험생들과 학부모들만 혼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입시 정책을 자주 바꿈으로써 수험생들에게 많은 혼란을 가져오게 하고, 학부모들에게 교육정책이 신뢰를 잃은지 오래다. 내신, 논술, 수능 이 3가지가 중요하게 떠오름으로 인해 이 세 가지를 전부 준비 해야 했던 수험생들은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꼈고, 상대적으로 내신이 불리한 특목고생들이 대학진학을 위해 자퇴를 하는 사태도 있었다.

내신과 논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논술 학원으로 수험생들이 몰리기 시작하였으며, 초등학생들과 중학생들 사이에서도 논술을 미리 공부시키기도 한다. 또한 내신학원 이란 곳도 생겨났다. 공교육의 중요성을 위해 내신의 비율을 높였지만, 이 내신 역시 사교육화로 바뀌었다. 많은 학생들이 학교가 끝나면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사교육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학원에서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쉬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학교보다 학원을 중시하는 사교육의 비중이 커지면서 공교육이 밀려났다. 정부는 공교육의 부활을 위해 대입전형에 내신의 비중을 높힐 것을 요구하고, 이에대해 대학들은 객관성이 떨어지는 내신반영 비율을 낮출려고 하는 것이다. 학교마다 엄연한 학력차가 존재하는데 똑같이 내신을 적용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점이 있다.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고자 하는 대학입장에서는  내신반영 비율을 줄이려고 하는것  또한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내신반영 비율을 낮추면 그나마 유지되는 공교육이 무너진다니 걱정이다.

공교육의 부활을 위해서는 먼저 학생들이 느끼는 입시 부담을 덜어줘야 할 것이다. 또한 공교육의 질을 높여 사교육에 치중하는 현 입시 제도를 돌릴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공교육보다 사교육을 신뢰하기 때문에 공교육이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학교가 중심이 아닌 학원이 중심이 되는 교육현상을 당국자들은 냉철히 인식해야한다.  정부의 무조건 내신비율 상승 정책은 또 다른 사교육을 불러올 뿐이다. 그러므로 좀더 신중한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때이다.

그동안 교육정책이 숱하게 바뀌였지만 혼란만 주고 끊임없이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대학에서 자기 대학의 특성에 맞는 학생들을 뽑을 수 있도록 하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물론 정부 정책도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 입시는 수험생들의 미래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내년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위해 하루빨리 정부와 대학들 간의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져서 수험생들이 교육정책에 혼란을 느끼지 않고 입시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차기 정부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정책이 교육정책이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교육문제 만큼은 정파를 떠나 각계각층의 지혜를 모아, 백년앞을 내다보고 획기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곧 닦아올 대통령 선거의 공약을 우리 유권자들이 꼼꼼히 살펴 보아야  하는 이유 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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