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시와그림]나종영
풀잎, 네 이름을 부르면
문득 후투티새가 생각나서 눈물이 난다
딱 한번 모습을 보여주고 어디론가 휘리릭 날아가 버린
어린 날의 후투티새,
너도 그렇게 초여름의 실바람에도
상심의 칼날에 베일 것 같아 나는 눈물이 난다
사람들은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고
짓밟혀도 꺾이지는 않는다고
너를 꿋꿋한 민초에 은유하지만
나는 민초 그 벌거숭이 이름만 들어도
베옷에 배인 붉은 상처를 보는 것처럼 가슴이 아리다
은사시나무 이마를 스치고 오는 바람에도 눕고
은사시나무 잎사귀의 반짝거림에도 일어서는
풀잎, 네 이름을 부르면
불현듯 떠나간 후투티새가 날아와 맨가슴을 쪼고
내 몸은 나도 모르게 풀잎, 풀잎,
후투티 울음소리 같은
녹야綠野의 휘파람 소리에 몸을 떤다.
올해 6월은 6월항쟁 20주년이 되는 달이다
그해 6월 노도처럼 일어선 민중들의 힘으로 지금 이 정도의
민주와 자유를 누리고 있음을 우린 기억해야 하리라 그때 거리로 쏟아져
나와 역사의 흐름에 동참한 넥타이부대의 함성은 우리 민주주의
투쟁사의 한 핵이기도 하다
어느덧 6월이 지나간다 어느 역사의 굽이마다 짓눌리고
피 베인 민초들의 신산한 삶 앞에 몸이 떨리고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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