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때리고 침 뱉고...5.18기념재단 앞 아수라장
광주전남진보연대(상임의장 허연) 등 시민사회단체는 당초 21일 오후 3시 5.18기념재단이 위치해 있는 광주시 서구 상무동 5.18기념문화관 앞에서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광주방문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무렵 사무실내에 있던 5월 관련단체 일부 회원들이 밖으로 나와 기자회견을 막아 나서는 사태가 발생했다. 5월단체 회원들은 이 자리에서 “우리가 초청했는데, 너희들이 무슨 상관이냐”며 “이 자리에서는 기자회견은 못한다. 기자회견을 하려면 다른데 가서 해라”며 기자회견 자체를 아예 봉쇄했다.
특히 한 5월단체 회원은 다짜고짜 일방적으로 민주노동자전국회의 광주전남지부 의장 고모(41)씨의 뺨을 때리는 사태가 발생해 기자회견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회원은 고씨의 뺨을 2~3차례 때린데 이어 멱살을 잡고, 사타구니를 발로 차 고씨가 바닥에 쓰러지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여성에 대한 모욕적 언사도 난무했다. 일부 회원은 이를 말리는 한 사회단체 여성 회원에게 신체의 일부를 들어 심한 언어폭력까지 행사하는 사태까지 빚어져 격분한 사회단체 회원들이 당사자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광주전남진보연대 등 사회단체 회원들은 5월단체가 기자회견까지 물리적으로 막아나서자 “5.18기념재단이 어느 한 사람의 것이냐”며 “시민들의 항쟁에 의해 세워진 기념재단 앞에서 기자회견도 못하느냐”며 항의했다.
욕설이 오가고 양측 간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광경은 인근 동명중학교 학생들과 5.18기념재단 직원들도 지켜봤다. 5월단체 회원들이 1시간여 동안 기자회견장을 가로막으면서 이날 예정된 기자회견을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이날 사태에 대해 김상집 참여자치 21 대표는 “5.18 기념재단이 동서화합을 명분으로 감사패를 주는지 모르겠지만 5.18 기념재단이 하면 광주시민들이 무조건 따라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며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좀더 신중히 결정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홍길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이날 불상사와 관련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옥에 가두고 하나회를 해체하는 등 5.18에 관한 구체적 조치는 김영삼 대통령이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진보연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우리는 우리로서의 도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굳이 감사패까지 전달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화합하고 통일로 가자는 마당에 이때라도 그때 못 차린 예의라도 차리자는 뜻”이라며 “그러고 나면 그 양반도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김영삼 전 대통령은 (사)5.18민주유공자유족회, (사)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사)5.18구속부상자회, (재)5.18기념재단의 초청형식으로 22일 광주를 방문, 국립 5.18 묘역을 공식 참배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