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의 위기와 대안교육에서 희망 찾기
공교육의 위기와 대안교육에서 희망 찾기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7.05.15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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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대안 교육현장⑩·끝]평가와 그 과제

공교육 따로 사교육 따로…시간·돈 이중부담
대안교육과의 상호 성찰 통해 변화기틀 마련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자살 욕구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약 27%의 초등학생들이 “그렇다”라고 대답해 충격을 준 바 있다. 입시위주의 교육시스템에 사교육 시장의 열풍은 잠잠해 질 줄을 모르고 이로 인한 아이들의 고통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흔히 우리 교육의 특징을 높은 양적 성장과 수준 낮은 교육 여건으로 표현한다. 2005년 기준으로 고교 졸업자의 대학진학률이 82%(인문계 고교 88%)에 달할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OECD국가 중 교사 1인당(또는 학급당) 학생 수가 가장 많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 개개인에 맞춘 맞춤형 수업은 언감생심 시험위주의 공부, 점수 따기 위한 문제풀이 연습에 아이들이 학문에 대한 흥미를 일찍 잃어버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를 쓰고 가고자 했던 서울대가 세계 대학 순위 100위 권 밖에서 맴도는 이유다.

공교육 기능의 마비 증세는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2005년 기준으로 신규 유학생이 10만2천여 명, 이들을 통해 지출되는 비용이 연간 15조원에 이른다. 사회면 뉴스를 장식하는 일부 부유층 자녀들의 도피성 유학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공교육에서 어떠한 희망도 발견할 수 없어서 떠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사교육 부담이 늘어가는 것도 수능이나 학교시험에서 더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일 뿐 그 효과를 의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교육의 심화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는 문제 외에 동일한 내용을 학습하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가 시간과 돈을 이중으로 지출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암기식 학습에 중독된 아이들이 이해력과 통찰력을 읽어버려 대학이나 직장에 가서도 문제해결을 위해 남에게 의존하거나 개성과 창의력을 요구하는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대안학교 붐, 공교육 기능 마비의 영향

▲ 대안교육은 굳이 자녀 교육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우리 삶의 양식 전체와도 연결돼 있다고 말한다. 우리사회가 좀 더 건강하고 거짓과 위선없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창의적인 가치를 생각할 줄 아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사진은 늦봄문익환 학교의 다함께 줄넘기 게임.
이러한 가운데 지난 1990년 대 중반 이후 전국적으로 100여개에 이르는 대안학교가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장 크게는 지식기반사회로의 진입과정에서 입시교육이 아닌 자기발견의 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위기 청소년들을 끌어안기 위한 방편의 일환이었지만 점점, 재미있는 학교생활 창의적인 아이들을 육성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교사나 급우들에 의한 학교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나 학생의 선택과 책임이 존중되는 자율적인 문화, 수업중심에서 학습 중심의 발상 전환이 대안학교를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큰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월 중순부터 8회에 걸쳐 연재한 ‘호남대안교육현장’ 기획은 광주·전남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있는 대안교육의 현장들을 돌아보며 학교운영과정과 그 효과 등을 알아봤다.

학교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선생님들과 어린 나이임에도 부모와 떨어져 대안학교에서 꿈을 키우고 있는 학생들, 그리고 학교와 부모가 자녀교육에 따로 일 수 없다는 부모들의 눈물겨운 후원기까지 교육주체 각각의 얘기를 귀담아 보려 했다.

짧은 지면 안에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다 보니 속 깊은 취재가 부족한 측면도 있다. 다만 각 대안학교 현장마다 충만한 웃음과 행복한 표정의 아이들이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성과라고 자평해 본다.

대안학교들을 돌아본 취재후기라면 각 학교마다 서로 다른 색깔과 운영방침, 색다른 환경 등이 다소는 천편일률적인 공교육과 달리 나름의 방식을 찾아나가는 모습이 신선한 기억으로 남았다.

어떤 학교는 대안학교의 기본이념을 살려 우열을 구분하지 않고 신입생을 선착순으로 선발하는 학교도 있는가 하면, 사관학교처럼 꽉 짜인 하루 시간표와 강제적인 규율을 특징으로 한 학교도 있었고 일정한 룰 없이 아이들을 방임하다 학부모들과 마찰을 빚는 곳도 있었다.

2003~2005년 사이에 개교한 대부분의 광주전남 대안교육 현장 중 일부는 교사·학생·학부모 간의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지혜롭게 잘 극복해 나가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졌고 나머지 일부는 대안교육을 지향하다 지식 형 명문학교로 변곡점을 그린 곳도 있었다.

대안학교 ‘만능해법’ 아니다, 공교육 변화 우선   

올해 상반기에만도 대안교육기관과 관련한 공금유용 사건이 지역에서 2건이나 발생했다. 평생교육원에서 벌어진 일로 허술한 관리감독을 틈타 보조금을 유용한 사건이었다. 현재 법제처 검토 과정에서 규제완화를 놓고 이견이 벌여져 늦어지고 있는 대안학교법 시행령의 손질에 맞춰 우후죽순 격으로 대안학교 설립을 준비하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난 1998년 3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상에 특성화중·고등학교 제도의 도입과 2005년 3월 대안학교 법조항이 신설된 이래 대안학교의 본래 기능보다 학교설립에 따른 보조금 지원에 눈독을 들이는 사례도 있어 관심이 요구된다. 대안학교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아닌 만큼 어느 정도의 재원확보 방안과 학생 수용, 교사진 배치, 건물 확보 등의 계획이 선 이후에야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씻을 수 있다는 지적일 수 있겠다.

그리고 몇 몇 사례에서도 드러나듯 대안학교 운영의 민주적인 합의과정을 왜곡하고 사유화 하려하거나, 자기만이 옳다는 독단적인 사고가 충돌하면서 회사가 부도나듯 학교가 문을 닫는 일에서 보듯 대안학교에 대한 철학을 갖춘 주체의 준비정도 또한 중요한 성공덕목 중 하나이다.      
    
대안교육 10년의 역사는 양적인 면에서 전체 학생 수의 1% 미만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무엇보다 교육개혁의 요구와 주류 사회의 문제의식과 맞물려 공교육에 큰 충격을 준 것은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초창기 대안교육의 주요 학습과정이었던 다양한 체험활동을 일반학교에서 도입해 프로그램화하고 있고 다양한 청소년 관련기관이나 종교시설에서도 방과 후 학교, 계절 학교 등을 통해 청소년 문제에 대한 사회저변의 인식확대에도 기여했다.

문제는 우리교육이 가지고 있는 입시 위주의 수업방식과 아이들에 거는 부모들의 기대, 명문대를 나와야만 대접받을 수 있는 사회풍토다. 공동체 정신, 생태주의와 생명사상의 실천 등 대안교육이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공교육의 변화가 쉽지만은 않겠지만 상호 성찰적 과정을 통해 기존의 교육을 하나하나씩 대체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경쟁과 입시를 강요하는 우리 사회 공교육에 대한 반성이 대안교육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모델을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교육과 대안교육은 이제 너와 내가 아닌 서로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접에 와 있다. 사진은 한 초등학교 운동회 모습.  
   
 
  ▲ 공동체 정신, 생태주의와 생명사상의 실천 등 미래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들은 공교육에서도 서서히 그 중요성을 일깨워가고 있다. 사진은 지산북초등학교의 학교 숲 행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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