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꾸는 진정한 우리문화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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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국언 기자
  • 승인 2007.04.25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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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가 희망이다]⑭·끝 문화로 엮는 지역공동체 '첨단골 열린 음악회'

매주 길거리 콘서트...주민이 만드는 ‘열린’ 축제
28일 100회 공연, ‘희망만들기 콘서트’ 뿌듯

▲ 첨단골 열린음악회는 야외공연이 어려운 겨울철엔 사회복지시설과 기관 등을 찾아 어려운 이웃의 시름을 달래주고 있다. 첨단병원에서 가진 새봄맞이 희망콘서트.
“첨단은 광주에서도 변두리인데다 전형적인 아파트 문화죠. 현관 문 열고 들어가면 감옥이나 다름없는데 이웃과 소통하는 문화라도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죠. 유흥가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지역이미지도 바꿔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주민 스스로 꾸미는 공연문화를 만들어보자고 시작한 ‘첨단골 열린음악회’가 오는 28일로 100회째를 맞는다. 지난 2004년 9월 5일 광주시 광산구 첨단 쌍암공원 젊음의 광장에서 첫 공연을 시작한지 2년 7개월만이다. 광주에서 주민들 스스로의 손으로 정기적인 콘서트를 개최해 오기는 ‘첨단골 열린음악회’가 첫 사례다.

산파역 중에는 지역에서 활동해온 그룹 들국화 싱어 출신인 라이브 가수 홍주연씨가 있었다. 상무공원에서 통기타 하나로 불우이웃돕기 자선 콘서트를 펼쳐온 그가 민원 때문에 그만 활동을 접게 된 것이다. 이 무렵 쌍암공원 인근에서 가게를 하던 현해성씨와 첨단 상인상조회를 이끌어 오던 장미화 회장 등이 손을 맞잡고 쌍암공원에서 공연을 갖자는데 뜻을 모았다.

“첫 공연을 올렸지만 반응은 시큰둥했죠. 상인상조회가 주축이 돼 시작했지만 마이크도 없고 휴대용 스피커만 달랑 놓고 하는 식이었습니다.”

첨단골 열린음악회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그해 11월 정식 운영위원회가 구성되면서다. 첨단 상인상조회가 적극 나섰고, 여기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서로 머리를 맞댄 것이다.

시작은 초라하고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재정도 넉넉한 편도 아니고 주민들도 공연문화에 익숙한 것도 아니었다. 명색이 가수로 활동하는 출연진들에게 출연료는 고사하고 교통비도 보태 줄 형편이 아니었다. 애초 1주일에 한 번씩 공연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었다.

“한 두 번은 봉사할 수 있지만 차비도 보태주지 못하는 마당에 우리도 면목이 없죠.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아니냐고 서로 다독였죠. 출연진 스스로 지역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을 섭외하고 다니고, 우리는 문화센터 노래교실이나 태권도 학원이나 스포츠 댄스 팀을 찾아 무대로 이끌었습니다. 어렵게나마 공연진이 갖춰지기 시작했죠.”

말 그대로 ‘열린’ 음악회였다. 가수 홍주연, 오명자씨 등 라이브 가수들이 선보이는 수준급 공연이 주민들을 매료시키는가하면, 국악풍물팀 ‘굿마당’과 ‘하늘 땅’의 우리 소리에는 저절로 어깨가 들썩여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무대만은 아니었다. 스포츠 학원생들이 평소 갈고 닦은 시범, 중고등학교 청소년 동아리팀, 어린이 댄싱 팀, 노래교실 동호회원 등 동네 이웃, 지역 청소년들이 정작 무대의 주인이었다. 즉석에서 이뤄지는 퀴즈나 장기자랑, 사회자 예제하씨의 재치 있는 말솜씨도 잔잔한 재미였다. ‘열린음악회’에는 이렇게 사람 사는 냄새가 있었다.

공연이 거듭될수록 지역민의 호응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관변단체 아니냐는 오해도, 얼마나 가겠느냐는 우려도 차차 불식돼 갔다. 출연을 자청해 오는가 하면, 스스로 경품을 내 놓는 주민들까지 생겼다. 공연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소외된 이웃과도 함께...청소년들엔 문화학습장

▲ 중증 장애인시설 '예일의 집'에서 장애우들과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각별한 것은 무대만을 고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3월부터 11월까지는 매주 일요일 정기공연을 갖고, 야외 공연이 어려운 12월~2월 겨울철엔 소외된 이웃을 찾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개최한 것이다.

중증장애인 시설인 ‘로렌시아의 집’과 ‘예일의집’을 찾아 따뜻한 무대를 꾸미고, 첨단병원과 보훈병원을 찾아 환자와 가족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지난 연말엔 일일호프를 열어 사회복지시설과 어려운 이웃에게 230여만원의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매년 정월대보름에는 지신밟기와 달집태우기 등 세시풍속을 함께 마련하고, 백혈병으로 투병중인 어린이를 돕기 위한 후원 콘서트,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또한 6월에는 지역민과 함께 광산구민 통일한마당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다. 건강한 여가활동을 돕고 그들의 문화적 욕구를 마음껏 발산하도록 월 2회는 청소년 공연을 중심으로 무대를 꾸며 온 것이다. 비보이 팀이 6개나 있을 정도로 ‘열린음악회’는 청소년들의 또 다른 문화학습장이 됐다.

첨단골 열린음악회가 주민축제로 자리 잡기까지는 무엇보다 대가도 없이 무대에 서 준 지역 출연진들의 수고가 컸다. 또한 그때그때마다 생업을 제치고 앰프를 나르고 잔심부름을 마다하지 않은 자원봉사자, 빠듯한 재정을 감당하느라 그때그때 자비를 털어 온 30여명 운영위원들의 노력도 빠질 수 없다.

주민들의 성원은 어려운 가운데도 100회째를 이어온 원동력이었다. 노점상이 플래카드를 협찬하는가 하면, 오주현(44)씨는 2년 넘게 매 공연마다 통닭을 후원했다. 사우나·볼링장 이용권을 내 주는가 하면, 등산용품이나 영화 티켓으로 마음을 보태기도 했다.

▲ 첨단골 열린음악회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난해 가을 청소년 축제에서 청소년들이 마음껏 자신의 끼를 선보이고 있다.
‘열린음악회’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출연진도 한 두 명이 아니다. 이미 전국노래자랑에서 명성을 날린 선아와 은실(첨단고 2년) 친구들은 예비 연예인으로 스타를 꿈꾸고 있고, 가수 박광인은 서울 연예 소속사에 진출했다. 박진희(초 5년) 어린이도 여러 방송매체를 타기 시작했다.

지역 라이브 가수들만을 찾는 고정 팬들도 생겨, 공연이 시작되면 맨 먼저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연인, 가족단위 뿐 아니라 인근 공단에 근무하는 외국인노동자들도 공연장을 지키는 고정 관객들이다.

“화려한 무대는 아니더라도 우리 스스로의 문화를 가꿔간다는 자부심만큼은 대단하죠. 문화중심도시를 얘기하지만 이것이 진정 문화 상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0회, 300회까지 이어가야죠.”

소정호(45) 첨단골 열린음악회 운영위원장은 “내실 있는 공연을 위해 매년 2회 워크숍을 갖고 있다”며 “주민 스스로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지역축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첨단 최고의 재간꾼 어딨소”
장기자랑·사진컨테스트...부대행사도 풍성


광산구 첨단골이 들썩거린다.

첨단골 열린음악회 100회 기념 행사가 무르익고 있기 때문이다. 100회 기념공연은 오는 28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쌍암공원 젊음의 광장 일원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이날 공연에는 그동안 인기를 독차지해 오던 출연진들은 물론, 90년대 초 ‘유혹’을 불러 인기를 모았던 여성가수 이재영씨, 오는 7월 개봉 예정인 영화 ‘화려한 휴가’에 출연한 영화배우 박철민씨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이날은 특히 지역 주민들의 숨어있는 장기를 선보이는 ‘첨단 최고의 엔터테이너를 찾아라’ 코너가 관심을 끈다. 노래, 성대모사, 개그, 춤 등 그동안 재간꾼들이 감춰뒀던 솜씨가 한 자리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이미 각 아파트·교회·성당·노인당 등에서 동네 재간꾼들을 찿아 냈고, 22일은 예선대회가 치러진다.

첨단의 가볼만한 곳, 자연환경, 가족과 이웃들의 표정 등을 담아낸 사진 콘테스트도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곤충체험, 청소년 문화존 체험마당, 문화마당, 음식나누기, 천일염색 등 각종 체험행사 마당이 펼쳐진다. 100회를 이어오기까지의 각종 사진자료 전시회, 안티조선일보전 등의 상설 전시행사도 또 다른 볼거리다.

이날 공연은 참가자들과 함께 둘레 1㎞의 호수를 촛불로 감싸는 호수공원 빛둘레 행사를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장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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