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문화 조화담은 도시계획 21세기 선진국으로 자리매김
도시와 문화 조화담은 도시계획 21세기 선진국으로 자리매김
  • 곽규호 기자
  • 승인 2007.04.20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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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으로보는 문화도시]⑵미래를 내다보는 싱가포르 도시계획

1971년 부터 컨셉트 플랜시작
기능적 개발 후 삶의 질 고려


▲ 멀라이언 파크.사자의 머리와 물고기의 하반신을 가진 상상 속의 동물 조형이 있는 이곳은 싱가포르 도심 한 가운데 있는 해상공원인 마리나 베이. 인근에 금융지구 및 문화 레저 시설이 밀집돼 있다.
싱가포르는 1980년대 한국·대만·홍콩과 더불어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렸다. 지금 싱가포르의 위상은 4마리 용 가운데 가장 앞서가고 있는 상황.

2005년 1인당 GDP 2만6,0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 해 급기야 3만달러를 돌파, 자국을 점령했던 영국이나 일본의 국민소득을 넘어서면서 국민적 자부심을 갖고 사는 나라다.

싱가포르는 국제적인 금융과 중계무역, 상업의 중심지. 그러나 국가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8%에 이르고 수출의존국가라는 사실을 아는 이도 많지 않을 듯하다. 전자, 석유 정제, 화학, 기계 엔지니어링, 바이오메디컬(생물의료산과학)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이 발달했다.

지난 해 실업률 2.7%, 2006년에만 17만3,000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2006년 경제성장률이 7.9%, 중국에 이어 아시아 선두권을 차지한다.

인천공항에서 항공기로 5시간, 싱가폴 국제공항인 창이공항에 밤 9시께 도착한 뒤 호텔로 들어간다. 창이 공항이 싱가폴시의 중심지(Central  Area)를 기준으로 동쪽에 있는 반면 숙소는 서쪽에 잡았다. 택시를 타고 20분 가량 거리에 있는 숙소를 가는 길에 사실상의 싱가폴 중심지를 지나기 때문에 우리 일행의 여행 목적에 적당한 숙소란 생각을 했다.

한밤에 도착한 싱가포르의 택시 안에서 일행을 놀라게 한 것은 가로수와 도심 빌딩들의 조명.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한참을 달려도 신호등 하나 걸리지 않을 정도로 교통을 편리하게 배려한 것.

리콴유 총리의 철저한 법집행으로 유명한 만큼 싱가포르의 도시계획은 오늘날 한국이 추진하는 방식, 즉 주민참여와 컨센서스에 의한 도시계획과는 거리가 있다. 철저한 엘리트들로 구성된 공무원집단은 국가와 국민 앞에 책임을 지고 정책을 내놓고, 이를 위한 연구를 오랫동안 진행한 뒤 실행에 옮겨왔다.

URA 1층에는 시티갤러리라는 명칭으로 싱가포르의 역사와 도시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일종의 전시장이 마련돼 있어 이 곳 1~3층을 둘러보면 도시의 변화상을 살펴볼 수 있다.

싱가포르 중심지는 대부분 비즈니스 빌딩들로 가득 차 있다.

▲ 싱가포르 시청 앞 광장에서 본 시가지. 우뚝 솟아오른 빌딩 숲 사이로 넓고 푸른 잔디밭이 이색적이다. 좌측의 높은 빌딩이 한국의 쌍용건설이 지은 고급 호텔이다.
바다로 뻗어나가는 싱가포르강변을 중심으로 시청과 법원·의회 등 각종 공공건물과 대형 호텔·비즈니스 빌딩이 줄지어 서있다. 도시의 길들은 차량과 사람이 질서있게 지나다닐 수 있 으며 무엇보다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로 움직이는 데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보행을 보장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도시는 강변로와 중심상업지구를 가운데 두고 차이나타운, 리틀인디아, 캄퐁 글램 등 민족별 주거밀집지, 습지와 근대적 요새 유적이 남아있는 라브라도 지역, 싱가포르 자연유산이 밀집된 서부의 캔트리지 지역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도시 생활의 대부분은 중심상업지역에서 이뤄지고, 주거는 각 민족별 밀집지대에서 이뤄진다.

시청 광장에서부터 아트하우스-문명박물관을 지나 싱가폴 초기 근대 문화가 시작된 보트키(강변지구)-최초의 근대식 호텔인 풀러튼 호텔-멀라이언 파크-에스플라네이드까지 이어지는 길은 산책하기에도 적당하고 볼거리도 풍성하다.

풀러튼 호텔 주변에는 고층의 세계적 은행빌딩들이 밀집돼있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이곳이 금융가임을 알게 한다. 싱가포르의 특징은 도심의 가까운 곳에서 조금만 걸어도 문화시설과 위락시설을 만날 수 있다는 점. 싱가포르의 전설 속 동물인 멀라이언(Merlion-상반신은 사자, 하반신은 물고기 형상을 한 형태) 동상이 우뚝 서 있는 멀라이언파크는 싱가포르 강변 가운데 가장 넓은 마리나베이에 위치해있다. 마리나베이를 중심으로 멀라이언파크와 싱가폴 최대의 문화시설인 에스플라네이드가 세워져 있고, 그 반대편에 카지노지구가 지어지고 있는 것.

빌딩 숲에 둘러싸여도 삭막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이처럼 도심과 공원, 문화시설과 위락시설이 독립적이지 않고 상호 의존적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싱가포르 시티갤러리에 설치된 도시 모형. 싱가포르 도심의 거의 모든 건물이 모형으로 제작돼 시민들은 이곳에서 자신이 사는 건물을 찾아볼 수 있다. 원으로 표시된 부분은 2년 정도 후면 모습을 드러낼 카지노 타운
다음날 우리는 오늘날의 싱가포르 도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싱가포르재개발청(URA=Urban  Redevelopment Authority)로 향했다.

URA는 스스로를 토지이용계획청으로 소개한다. 장기적 전략 계획에서부터 상세한 지구계획까지 계획을 입안하고 이 계획들이 실현되는 데에도 협력해나가는 연구 및 실행기구이다.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Urban Redevelopment Authority)은 2006년 “향후 5년 안에 홍콩이나 상하이 등 아시아의 경쟁도시들과 경쟁하는 새로운 이미지로 광범위하고 새로운 이미지로 탈바꿈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같은 변화에는 네온조명을 활용한  전혀 새로운 도시의 스카이라인, 모든 마천루 빌딩들이 조명을 밝히고, 매일 관광객들의 눈길을 잡아당기는 수상 조명쇼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마천루 조명을 매일 서로 다르게 바꾸는 기획과 함께 각종 축제와 문화이벤트 등도 전략이다.

싱가포르를 어떻게 개발해왔는지, 도심의 야경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향후 섬 개발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를 모형과 그림만 봐도 알 수 있도록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1965년 독립한 싱가포르의 현대적 도시계획의 시작은 1971년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UN의 도움을 받아 ‘링 컨셉트플랜’이란 도시계획을 만들어 도시를 둘러싼 외곽에 주거타운을 형성했다. 컨셉트 플랜에서는 도시를 잇는 전철로서 MRT가 제안됐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한 편의시설을 만들도록 했다.

80년대부터는 도심 개발에 나섰으며 타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중심지를 대상으로 한 장기계획 구상을 준비했다. 이 때 마리나베이에 호텔과 쇼핑, 사무실, 주거지와 오락지구를 집어넣는 구상이 시작됐다. 이 구상은 1983년 완성돼 이후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1989년은 싱가포르 도시계획 및 국가 발전 구상에서 전환점이 된 해라 할 수 있다. 우선 이 때 국가개발청내 통계부와 개발계획연구소가 통합돼 URA가 본격 탄생했다. ‘빼어난 열대의 도시’를 기치로 한 개발이 시작됐다.

1989년 문화부문에서도 ‘르네상스시티보고서’가 정부에 의해 채택돼 도시의 개발 과정에 문화 발달과 문화창달, 활성화가 동시에 추진됐다.

2001년 가장 최근의 도시계획 컨셉트 플랜이 발표됐다. 21세기에도 번영하는 싱가포르로 발전시키자는 이 구상에는 ▲신 주택정책 ▲전망좋은 방을 가진 도시 생활  ▲레크리에이션 향수 기회 증대 ▲유연성을 가진 국제 비즈니스 센터 등이 포함됐다.

국가개발청의 마 보우탄 장관은 당시의 컨셉트플랜 서문에서 “뉴밀레니엄 시대에 우리는 업무와 비즈니스의 역동성, 문화적 차별화, 국가적 동질성 등을 바탕으로 한 세계적 수준의 국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의 미래 구상은 이미 눈 앞에 다가온 듯하다. 

▲ 싱가폴 부두. 거대한 크레인들이 줄지어 서 있는 부두 풍경은 싱가포르가 단순히 금융국가가 아니라 무역부문에도 막대한 산업적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    글  = 곽규호 기자
    사진  =  김보수(사진작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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