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보존 사이에서
개발과보존 사이에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3.2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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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밝아오니]김용주 언론중재위원회 사무총장

시외를 다녀올 때마다, 도로가 넓어지고 많아졌다는 생각을 한다. 현재도 경향 각지에서는 논밭을 메우고, 나무를 베고 산을 뚫어 길을 내는 공사가 한창이다. 심지어 어느 지역에는 자동차 전용 국도와 고속도로가 동일한 구간에 나란히 건설된 경우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전에는 익숙했던 곳임에도 초행길인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도로가 많이 생기면 우리의 삶이 편해지고 빨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산업발전과 지역발전, 국가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도로망의 확충은 필수적일 것이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도로망은 선진산업사회의 상징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더욱 빠르고 편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무수한 도로가 계속 건설될 것이다. 예전에는 잘 정리된 농경지, 하늘을 가릴 정도로 높게 치솟은 건물들, 고가도로 등 현대사회의 얼굴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좋아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건설을 위해 발가벗겨져 시뻘건 살을 드러내놓고 있는 고향산천을 생각할 때마다 내 살이 찢기는 것처럼 마음이 아리다. 우리는 그동안 개발지상주의의 깃발 아래 성장을 위해서는 전 국토를 개조해야할 것만 같은 강박관념 속에서 살아 왔다. 그 덕분에 보릿고개도 사라지고, 웬만한 가정은 외국여행도 몇 년에 한번 씩은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부(富)에 대한 욕망은 채워지지 않고, 성장에 대한 갈증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가난한 시절에는 배부르고 등 따시면 행복했는데, 예전보다 훨씬 풍족한 삶을 누리면서도 만족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부수고 세워야만 하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최근 일련의 보도를 보면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지수가 경제적으로 뒤처진 국가 국민들보다도 낮고, 서울시민의 행복지수는 세계 주요 도시민 중 최하위며, OECD국가 중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겼던 개발과 성장으로부터 유발된 환경파괴와 사회구성원간의 극심한 경쟁, 공공의 이익보다는 나의 이익에 충실한 이기주의 등이 국민의 행복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할 것이다. 몇 해 전 잘 알려진 유럽의 도시 몇 곳을 다녀온 적이 있다. 놀랍게도 그 곳에서는 수백년은 족히 됨직한 오래된 건물과 삶의 터전들이 온전히 보전되고, 실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소 불편한 조건 속에 살면서도 사람들의 모습은 편안하고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동안 새롭고 편리하고 신속한 것이 좋은 것이라는 사회적 관성에 젖어있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제는 삶의 방향을 조금은 바꾸어야할 때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은 물질적 풍요, 신속함, 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한 투쟁이었다면, 앞으로는 정신적 편안함, 느리지만 일상을 느끼는 생활, 타인에 대한 배려를 통한 우리민족 고유의 상부상조하는 공동체 회복을 위한 삶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 성장을 위한 파괴를 당연시 여기는 사고를 혁신해야 하고, 삶의 터전을 보존하며, 자연과의 조화에서 의미를 찾는 우리 전래의 사고로 돌아가 삭막해진 우리의 인성을 회복해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자연을 두려워할 줄 알았던 우리 선조는 참으로 현명한 분들이었다. 

금년 봄에는 어느 해보다 강력한 수퍼황사가 우리를 괴롭힐 것이라고 한다. 근래 잦아진 황사도 결국은 인간의 과도한 욕망에 대한 자연의 보복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인간을 편리한 삶을 위한 환경파괴로 인한 장기적 손익계산서를 빨리 뽑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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