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가정 자녀 교육소외 방과후 공부방으로 풀었다
맞벌이 가정 자녀 교육소외 방과후 공부방으로 풀었다
  • 이국언 기자
  • 승인 2007.03.16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동체가희망이다]⑧방과후 교실 지원하는 '북구일터자활후견기관'

‘큰솔 학교’ ·  ‘담쟁이 교실’, 웃음도 ‘넘실넘실’

“자활참여자들의 바람을 들어보니 가장 절실한 것이 자녀들 교육문제더군요. 맞벌이 하느라 아이들 학습을 챙겨줄 겨를도 없고 그렇다고 학원을 보내는 것도 여의치는 않거든요. 얘기를 들으면서 아이들 학습능력이 경제적 사정과 밀접히 연관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기초생활수급 등을 대상으로 경제적 자립능력 향상을 위한 자활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광주 ‘북구일터 자활후견기관’. 자립의 꿈을 일구며 현재 170여명의 참여자들이 자활 공동체를 일궈가는 곳이다.

비록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은 있지만, 참여자들의 땀방울엔 저마다 부푼 꿈들을 안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건설·간병·한과·세탁·청소 등 9개 분야의 사업들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올해로 개관 7년째이다.

▲ '큰솔학교' 체험프로그램으로 해수욕장에서 기념사진.
후견기관의 역할이 수급자와 저소득 참여자들의 경제적 능력을 배양하데 있지만, 이들 참여자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또 다른 고민은 아이들에게 있었다. 다른 부모들 같이 많은 시간 아이들과 함께 할 형편이 못 되는 것이다.

참여자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서는 이들이 겪고 있는 가족 내의 문제도 함께 살펴야했던 이유이다. ‘북구일터’는 그때부터 이들 가정의 청소년 자녀들에 눈을 돌렸다. 부설기관으로 ‘청소년 자활지원관’을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청소년들의 취업 및 진로상담, 아울러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왔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방과 후 공부방을 개설한 것이다. 전국의 240개 자활후견기관 중 28곳이 청소년 자활지원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후견기관이 직접 공부방을 꾸린 경우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경우 보육지원이 되고 있지만, 초등학교부터가 문제입니다. 1, 2학년의 경우 오후 1시에 학교가 끝나고 5,6학년이라도 오후 3시면 학교를 마치는데, 마땅히 있을 곳이 없거든요. 일부 참여자의 경우 야간에 별도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로 아이들 학원에 보내는 것도 큰 부담일 수밖에 없죠.”

‘북구일터’ 곽주현(31)씨의 얘기다.

북구 관내 저소득 밀집지역 몇 곳을 직접 실사한 끝에, 그중 가장 손길이 필요로 했던 운암 2동에 터전을 마련했다. 가까운 곳에 운암시장이 위치해 있고, 철길 주변으로는 비교적 오래된 주택들이 많은 곳이었다. 이름은 ‘큰솔학교’.

주변의 지원도 적지 않았다. 북구에서 활동 중인 ‘터 사랑 청년회’, 매월 한차례씩 아이들에게 생일잔치를 벌여주는 ‘청년 나눔센터’, 그리고 자원 교사를 자청해 준 광주교육대 RCY 회원 등이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사실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위해 시작한 것이었지, 처음부터 후견기관 살림이 여유가 있어 손을 댄 것은 아니었다.

▲ '큰솔학교 아이들이 지난해 고구마 밭에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갖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지금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아직 정식 지역아동센터로 등록돼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동센터 등록을 위해서는 일정한 규모의 시설 기준, 교육기자재 등이 필요하지만 아직 이들 조건이 두루 갖춰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004년 10월 문을 연 ‘큰솔학교’는 현재 손혜진 교사(33)를 중심으로 26명의 아이들이 푸른 꿈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달 3명의 아이들이 졸업하면서, 짧은 기간이나마 이곳을 거쳐 간 졸업생만도 11명에 이르렀다.

이번에 중학교에 입학한 혜민(13)이는 아직 ‘큰솔학교’를 떠나지 못했던 모양이다. 수업 후 곧장 가방을 메고 ‘큰솔학교’로 달려왔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동생 명우(5년), 승우(4년)와 함께 삼남매가 한꺼번에 큰솔학교 식구들이었다.

혜민이는 “학기 초라서 아직 친구들도 없지만, 너무 정도 들었다”며 “이곳에 오면 편하게 공부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큰솔학교가  아이들에게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애들은 큰솔학교 안에서 서로의 작은 질서를 이뤄간다. 공부방 안에서 언니가 되고 때로 동생이 되기도 한다. 오빠와 형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5, 6학년 애들은 벌써 컸다고 먼저 수업 준비나 청소 등의 일을 거들기도 한다.

▲ 중학 청소년들이 IT정보화 자격증 취득과정인 지드림스 수업장면.
“전문학원엔 못 미치지만 희망 키워가는 디딤돌”

아이들이 가장 즐겨하는 시간은 매주 수요일에 있는 공동체 수업이다. 비디오 보기, 체육활동, 음식 만들기 등이 그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종이접기 등 미술활동을 도와줄 자원봉사자를 찾는 것이다. 자원봉사자의 수고에 의지하다 보니 더러 계획한 수업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한다.

손혜진 교사는 “오고 가다 할머니들이 들르기도 하고, 큰솔학교에서 하는 일이라면 뭐든 믿고 따라주는 것이 고맙다”며 “처음에는 말도 없고 잘 어울리지 못하던 애들이,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고 밝게 자라는 모습이 가장 보람이다”고 말했다.

‘담쟁이 교실’은 중등과정 방과후 교실인 셈이다. 자활후견기관에서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후 과정을 운영중인 곳은 전국적으로도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북구 신안동 전남대 앞 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광주한과’ 2층에 별도의 교육공간을 만들어 2005년 봄부터 컴퓨터 교육과 학습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현재 자활참여자 및 맞벌이 가정의 자녀 중학생 24명이 대학생 자원봉사자 언니 오빠들의 학습지도를 받아가며, 미래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컴퓨터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 와, 이곳에서 워드프로세서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 학생만도 17명이나 된다. 일부 학생들의 경우 처음부터 공부와는 거리를 둔 경우도 없지 않았다. 따뜻한 대화다 더 필요한 경우도 많았다.

▲ 중학 청소년들의 구례화엄사 여름캠프에서 기념촬영.
매주 금요일 이뤄지는 특강이 이들에게는 나름의 숨통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진로상담, 경제교육, 부모교육, 웃음 치료사 등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한번 돌아보고 내일의 설계를 그리는 시간들이다. 방학 때는 구례 지리산 화엄사에 1박 2일 캠프를 다녀오는 등 문화적 체험기회를 가지며, 아이들 스스로의 소속감과 연대의식을 높여주기도 했다.

“처음 어떤 부모의 경우 매일 아이가 이곳에 출석을 체크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다시피 했지요. 그런데 완전히 달라졌어요. 수학만큼은 남 못지않게 잘 하는 친구가 있는데, 모르는 것은 미리 체크해 오기도 하고, 먼저 와서 기다리는 등 뭔가 해보려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담쟁이 교실’을 맡아 지난해까지 이들과 함께 어울려 온 곽주현 씨는 “학원처럼 전문적으로야 가르치겠느냐”며 “다만 미래 희망을 키워가는 디딤돌이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말을 아꼈다.
 
“더 넓은 세상 보여줄 수 있다면 다행”
[인터뷰] 김인봉 북구일터 자활후견기관 관장

   
 
  ▲ 김인봉 북구일터 자활후견기관 관장  
 
“어쩌면 가장 중요한 시기가 한참 성장할 나이인 중학시절입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최소한 교육으로부터 소외받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죠.”

방과후 교실에 처음 눈을 돌리게 된 데는 김인봉(40) 북구일터자활후견기관 관장이 적지 않다. 오래 전부터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김 관장은 “어차피 자활참여자의 자립을 돕는 것이 후견기관의 역할인데, 이런 면에서 아이들 교육문제는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작은 몸부림일 수도 있지만, 이런 것들이 후견기관과 참여자들의 신뢰감을 높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부모 입장에서는 심적으로나마 마음 든든하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사실 ‘담쟁이’를 통해 어디 못지않은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를 갖기도 한다. 자신들의 고민을 들어 줄 언니, 오빠들을 갖게 된 것 만으로도 또 다른 뿌듯함이다. 얼굴 표정이 훨씬 밝아진 것이다.

“호기심 많고 한참 성장과정에 있는 아이들한테 작은 동기부여라도 됐으면 하는 것이죠. 유명한 강사를 모시지는 못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것, 많은 것을 채워주지는 못하겠지만 그 일부라도 기능할 수 있다면 우리의 가치는 있는 것 아닐까요.”
김 관장의 새로운 다짐이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