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콘을 구합니다
야콘을 구합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3.07 0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가밝아오니]정지창 영남대 독문과 교수

얼마 전부터 야콘 붐이 일어나더니 요즘에는 야콘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렸다. 나도 우연히 야콘이 몸에 좋다는 말을 듣고 우체국 택배로 주문을 해서 한 상자는 변비가 심한 집사람에게 먹게 하고 한 상자는 당뇨가 있는 직장 동료에게 주었더니 양쪽 모두 반응이 좋아 한 달도 채 안되어 다시 주문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전에 주문했던 농가에 연락했더니 야콘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갑자기 찾는 사람이 늘어 물건이 동났다는 데야 어쩔 도리가 없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다른 농장이나 농산물 매장에서도 야콘은 모두 품절이었다. 야콘 즙이나 야콘 냉면은 남아 있었지만 생야콘은 찾을 수가 없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저칼로리 알칼리성 식품으로 당뇨와 변비에 좋다고 널리 알려진 야콘이 우리나라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얼마 전 한 텔레비전 프로에서 다이어트 식품으로 소개되면서부터라고 한다.

무엇보다 12%의 올리고당을 포함하고 있어 배처럼 달지만 당뇨에는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는 점이 야콘의 장점이다. 단 것을 먹을 수 없었던 당뇨환자들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이자 혈당을 떨어뜨리는 건강식품이 야콘이다.

나는 야콘을 주로 날것으로 깎아먹는데, 찌거나 삶아먹어도 좋고 잘게 썰어 야채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고 한다. 원래는 남미의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에콰도르나 페루의 잉카족들이 재배하던 야콘은, 우리나라의 고산지대에서도 곧잘 자라기 때문에 요즘에는 많은 농가에서 재배하여 인터넷이나 우편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수요 예측을 잘 못했는지, 아니면 장기 보관이 어려운 탓인지, 금방 품절이 되어 물건을 구하지 못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나는 꽤 오래 전부터 취미 삼아 근교에서 텃밭농사를 하고 있는 터라 직접 야콘을 재배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 알아보니 묘목을 주문받아 분양하고 재배법도 친절하게 안내하는 사이트도 여럿 있었다. 그러나 고구마 농사를 망쳐놓기 일쑤인 멧돼지를 막을 자신이 없어 결국은 야콘 재배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면서 농림부나 농협, 농민회 등 ‘농’자가 붙은 기관들은 물론이고 이름마저 달라진 농고나 농대에서도 왜 야콘 재배와 공급을 제대로 도와주지 않는지, 의아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건강식품으로 인기있는 야콘을 제대로 보급하기만 하면, 농민들이 상당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길이 열릴 텐데 말이다.

그리고 야콘의 장기 보관법과 가공법을 개발하고, 유통망을 개선한다면 야콘의 수요도 지금보다 훨씬 더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겠는가. 내 주변에도 야콘을 구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여럿이다.

당장 올 가을부터라도 야콘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유행 따라 너도 나도 야콘 재배에 나서는 바람에 야콘 값이 폭락하는 사태가 제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농민들도 좀더 잘 조직되어 사전정보를 통해 재배면적과 출하가격을 조절하고, 농협이나 우체국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야콘을 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빈다.

이런 간단한 일 한 가지라도 잘 해내야 농민들도 희망을 놓치지 않고 FTA(자유무역협정)의 파도를 타고 넘지 않겠는가.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