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질 때까지 싸워라
부서질 때까지 싸워라
  • 곽규호 기자
  • 승인 2007.02.28 12: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소의눈]곽규호 편집부장

사회의 발전을 위해 논쟁은 필수적이다. 방향이 다른 제집단이 논쟁을 통해 자신의 방향성이 가진 문제를 인식할 수 있고,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가끔 논쟁이 감정적으로 불붙는 경우가 없지 않으나 역설적으로 논쟁은 합의를 이끌어 낼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를 두고 어느 학자는 논쟁의 양면성이라 불렀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진보 논쟁의 출발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평가에서 시작됐다. 진보 학자들의 참여정부 실패론이 먼저 제기되고 청와대측이 ‘유연한 진보’와 ‘교조적 진보’를 가르며 논쟁에 끼어들었다.

누가 옳은지는 차차 따지기로 하자. 이미 논쟁은 시작됐고, 진보를 둘러싼 논쟁들은 짧은 기간 들불 번지듯 인터넷과 지식인사회에 파고들어 쟁점이 되면서 확대재생산의 길을 걷고 있다.

논쟁은 발전을 낳는다

논쟁은 굳이 합의를 전제로 하진 않지만 결론을 향해 달려가는 경주와도 같다. 논쟁의 결과들이 우리 역사를 발전시키고 역사 인식의 지평을 넓혀온 것도 사실이다.

이번 논쟁을 보는 시각을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른지를 따지는 방식으로 관전하기보다는 논쟁의 결과가 어디로 갈 것인가에 관심이 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보수진영에서도 이미 지난 2005년과 2006년을 거치면서 우익, 보수 논쟁을 거쳐 ‘뉴 라이트’라는 개념을 만들어냈고, 그것이 원인이 됐는지는 검증되지 않았지만 현재 우익, 보수를 자처하는 한나라당은 여론조사에서 제1당이 된 지 오래다.

진보진영에서도 논쟁은 끝없이 있어 왔다. 80년대 학생운동권과 진보적 정치·사회학계 내에서 벌어진 사회구성체 논쟁은 한국사회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놓고 끊임없이 이론을 변화 발전시키면서 역량을 키웠고, 이후 1987년 6월 항쟁의 승리, 1997년과 2002년 개혁세력의 대선 승리에 역할을 했다.

80년대 논쟁은 권위주의적 군사독재 정권의 극심한 탄압으로 비공식적 수준에서 이뤄졌으며 소그룹 수준에서 전개된 반면, 이번 논쟁은 완전하게 개방된 상태에서 상호 의견을 온 국민이 바라보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 또한 논쟁의 한 주체가 대통령이라는 점도 과거에 있을 수 없는 시대적 특성이 반영되고 있다.

무엇이 진정한 진보인가

논쟁의 핵심은 진보란 무엇인가, 노무현 참여정부는 과연 진보의 한 축인가, 노무현 참여정부는 실패했는가? 실패했다면 진보의 탓인가 참여정부의 탓인가 등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진보란 무엇인가를 밝히기 보다는 진보가 아닌 것은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쉬울 듯하다.

주한미군의 주둔을 옹호하고 전시(및 평시)작통권을 미군에 계속 쥐어주겠다면 진보가 아니다. 경제 정책의 중심을 대기업, 기득권적 경제세력의 이익을 옹호하는 데 둔다면 진보가 아니라 꼴통보수에 가깝다.

빈부격차를 늘이고, 사회 및 경제 양극화에 무기력하거나 이를 성장 과정의 부산물로 본다면 이 또한 결코 진보라 할 수 없다. 환경 파괴를 감수하고라도 개발을 통해 경제적 발전을 도모하자는 진보주의자도 가짜 진보다.

진보 논쟁의 결정적 핵심은 한미FTA를 어떻게 보느냐에 집결된다. 한미FTA는 단순한 무역자유화를 위한 협정이 아니다. 물론 일부 경제 세력들은 한미FTA가 주는 광범위한 자유무역 가능성으로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약자인 노동자, 농민, 중소기업, 서민들은 자본에게 무한의 자유를 허용하며 정부의 기능마저 무력화시키는 과정에서 구조조정, 저가 농산물 수입, 규모의 경제에 의한 다국적 대기업의 침투, 첨단 신기술 및 특허·저작권을 가진 기업들의 과다 이익 등으로 인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정부 기관의 보고서에서도 대량 실업 발생을 우려했고, 미국 내 연구 기관의 보고서가 한국 농촌에 2천명의 농민만 남게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한미FTA에 대한 우려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 셈이다.

결국 이번 진보 논쟁은 이같은 쟁점들에 대한 참여정부의 태도,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을 부르짖던 참여정부의 가치가 실현되었는지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봐도 이번 논쟁은 늦은 감이 있더라도 꼭 거쳐야 할 관문이란 생각이다. 논쟁하자. 어느 한쪽이 깨지고 부서지더라도. 그래야 발전한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