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은 대안학교의 신흥 '메카'
전남은 대안학교의 신흥 '메카'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7.02.2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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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대안교육 현장①]대한학교 현주소

대안학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유롭고 주체적인 인간을 길러내기에는 공교육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진단 속에 학부모와 아이들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창의성과 개성이 중시되는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과 겹치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입시위주의 공부가 아닌 학생 개인에 대한 진단을 바탕으로 잠재된 능력을 발양시키는 대안교육에 대한 선호가 맞물리는 모양새다.

[시민의소리]는 지역의 대안교육 현장을 살펴보고 운영과정과 긍정적인 효과, 한계 등을 점검해 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 지난해 11월 곡성평화학교 2007년도 신입생 모집을 위한 학교설명회에 참석한 학무모와 학생들 모습.  
 
10년 역사의 대안학교, 공교육 틈새 뚫고 연착륙

올해 중학교에 진학하는 성철이는 3월이면 전남에 있는 한 미인가 대안학교에 다니게 된다.  지금껏 부모 품 안에서 응석만 부리다가 처음으로 경험하게 될 낯 설은 객지생활이 한편으로 두렵기도 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는 설렘도 없지 않다.

성철이 아빠 이옥현(45)씨는 성철이의 진로를 놓고 수많은 고민을 한 끝에 성철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자신이 경험한 공교육의 폐해를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약간의 욕심과 활달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성철이의 성격이 오히려 대안학교의 특성과 잘 맞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결정에 큰 작용을 했다.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제 우리 지역에서도 이 씨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을 흔히 만나볼 수 있다. 

대안학교가 생긴 지도 벌써 10년 세월이 지났고 전국적으로 대안학교가 1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대안학교는 어엿한 인재육성의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전남지역의 경우 대안학교 부흥 분위기에 편승해 대안학교의 신흥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한동호 전라남도교육청 사무관은 “공교육이 감당하지 못하는 영역을 대안학교가 역할을 대신하면서 대안교육의 필요성이 사회로부터 인정받아가고 있는 추세”라고 진단하고 “전남의 경우 학교로 다시 활용할 수 있는 폐교가 많고 임대료가 저렴한 것은 물론 훌륭한 자연조건까지 갖춰 대안학교를 설립하려는 이들의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 곡성 평화학교 학생들이 직접 요리를 만들며 솜씨를 뽐내고 있다.
시행령 둘러싸고 이해관계 상충

대안학교 하면 흔히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문제아들이 가는 곳이라는 선입견을 떠올리기 쉬운데 대안학교의 긍정적 효과가 쌓여가면서 이제는 재미있는 학교생활 또는 창의적인 아이들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으로 바뀌어가는 추세다.

그렇다고 대안학교를 공교육의 부작용을 치유할 ‘만능해법’ 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다. 비싼 수업료며 조악한 교육시설, 결정적으로 비인가 학교가 많은 탓에 학력이 인정되지 않아 상급학교 진학 시 검정고시를 치러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교육부는 대안학교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학생보육의 사각지대가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시ㆍ도교육청이 인가를 하고 일반 정규학교와 똑같은 학력 인정과 일부 재정지원을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안학교 설립ㆍ운영에 관한 시행령을 손질 중이다.

초기 대안학교의 맥을 잇던 영산성지고, 담양 한빛고 등이 지난 1998년 특성화 학교로 편입되면서 제도권으로 진입한 이후 법 테두리 안에 넣으려는 두 번째 시도인 셈이다.    

지난 2005년 초ㆍ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안학교 관련 법조항이 신설된 것을 계기로 인가강요는 대안학교의 정체성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는 교육자들의 불간섭주의와, 학교규모에 따라 매년 1,200~1,700만원의 운영비를 보조하는 ‘당근정책’으로 대안학교를 유인하겠다는 교육당국의 의지가 시행령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형국이다.

쟁점사안으로는 ▲국민공통 기본 교과목의 50% 이상 이수 ▲ 사대ㆍ교대 출신의 정규직 교사 채용 여부 ▲일정수준 이상의 설립면적 구비 등이며 오는 3월 경이면 시행령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전남, 농촌 기숙형 학교 많아  

대안학교 종류도 여건에 따라 인가형과 비인가형, 도시형과 농촌형으로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전남의 경우 대부분 농촌기숙형 학교가 많은 편이며 특성화학교로는 영산성지고, 한빛고, 성지송학중, 용정중 등이 있으며 미인가학교로는 순천YMCA평화학교, 빛고을 대안학교, 곡성 평화학교, 늦봄 문익환학교 등이 있다.

수도권에 비해 도시비기숙형 학교의 사례가 드문 광주의 경우 기독교 계열의 인문계 특성화고교인 동명고등학교, 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이 운영하는 도시속참사람학교가 있으며 햇살학교가 학교설립을 준비 중에 있다. 또 가장 최근에는 새터민 자녀와 코시안(한국인과 아시아인이 결혼해 낳은 2세)을 위한 새날학교가 지난달 문을 열어 대안학교 대열에 합류했다.

그 밖에 ‘수상한 교육문화공동체 결’도 대안교육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대안학교 교사양성과정 등을 준비하며 활발히 활동 중에 있다.

▲ 늦봄문익환학교의 '가족한마당' 행사 중 즐거운 한 때.

“도시 속 대안학교 꿈꾼다”
[인터뷰]나운학 햇살학교 준비위원
    

   
 
  ▲ 나운학 햇살학교 준비위원.  
 
대안학교를 꿈꾸는 사람들의 생각은 의외로 소박하다.

우리가 잊어버리고 살았던 인간 본성에 충실하고 타인과의 교감과 의사소통을 통해 본인의 능력을 발현시키는 지극히 정상적인 교육을 해보자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소수 몇 몇이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는 지금의 공교육의 방식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동안 순수하고 꾸밈없던 아이들이 멍들고 상처받는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기가 어디 그리 쉽냐는 토로다.

나운학 씨 역시 광주에만도 한 해 2~3천 명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적응자로 남는다는 사실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각 개인 별 차이가 있는 것 뿐이지 적응을 잘 못한다고 해서 ‘문제아’로 낙인찍는 사회적인 통념도 불만이다.

“햇살학교는 학교적응에 실패한 중ㆍ고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을 통해 즐거운 학교, 다니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보자는 시도입니다. 아마 광주에서는 도시 속 비기숙 형 대안학교의 첫 사례가 될 겁니다.”

그러나 추진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지난 2004년부터 뜻 있는 사람들이 모여 학교 설립을 논의했지만 부지선정 문제 등으로 장기간 표류하면서 논의자체가 소강상태에 빠져 들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여름부터 다시 학교설립 의지를 가지고 정기적인 준비모임이 진행 중이다.

햇살학교는 우선 대안학교 설립계획과 병행해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무상교육 공부방을 조만간 개설할 예정이다.

나 씨는 “일부 대안학교들은 기존 공교육 체계의 강점만을 모아 ‘영재학교’ 개념으로 운영되기도 하는데 진정한 대안의 의미는 공교육이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을 민간이 힘을 모아 따뜻이 보듬고 함께 가려는 노력”이라며 “이러한 시도들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꾸게 하고 아울러 ‘가능성의 싹’들을 널리 풍성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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