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피는 꽃
몸에 피는 꽃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2.21 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편의 시와 그림]조진태

계절이 한 순배 돌고나면
내 몸 곳곳에 그리움이 하나씩 테를 둘렀다

흰 눈이 내린 적이 있었지만
얇은 얼음 밑으로 도란도란 개울 물 흐르는 때
대리석 계단을 비집고 노란 민들레 싹을 틔우는 때
녹음에 지쳐 땀을 뻘뻘 흘리며 그림자 드리우는 때
그리고
가을은 노을과 은행나무 이파리와 쓸쓸한 마음과 함께
소나기처럼 뒤통수를 갈기며 지나가곤 했다

사람에게도
저 환한 목련과 개나리처럼 꽃이 피는 것이라면
그것은 눈물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 김희련作 '매화'
[시작노트]

흥건히 눈물을 흘리고 나면 속이 다 후련하고 정신 또한 맑아지는 걸 느낀 기억이 있다. 그런 때가 언제였을까? 나이가 들면서는 눈물도 안으로 가만히 흐른다. 혹은 눈에 먼지 낀듯 슬그머니 눈가를 적시는 것이다. 거기에는 이러저러한 많은 날들의 기억이 어떤 식으로든지 배어있으리라. 간난을 거쳐 화사하게 빛나는 것이 꽃이라면, 눈물 또한 수많은 그것들의 절정과 화해의 꽃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