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없는 망월묘역에 웬 客들만
주인없는 망월묘역에 웬 客들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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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총재 양수겹장/ 김중권대표 굳은 표정/ 5월 관련자 상경투쟁/ '5·18민중항쟁 21주년 기념식'이 열린 18일 오전 10시 망월동 국립묘역은 마치 여의도 국회를 옮겨놓은 듯 했다. 여야 3당 대표가 총출동한 이날 기념식엔 주인공인 오월관련자들은 정작 모두 서울 여의도로 올라가 참석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하순봉, 이윤성 의원 등 소속 의원과 당직자 150여 명과 함께 기념식에 참석했다. 민주당 김중권 대표와 자민련 김종호 총재권한대행 역시 소속 의원 및 당직자들과 함께 참석했다. 이외에도 이한동 국무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참석했으며, 홍사덕 의원은 국회부의장 자격으로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18일 오전 망월동은 여야 정치인들로 때아닌 문전성시를 이뤘다. 특히 기념식 참석여부를 놓고 고민하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150여 명 규모의 대규모 참배단을 구성하겠다는 방침을 전격 결정하자 그 의도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5·18유공자 예우법'이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되고, 이에 맞서 오월단체협의회가 정치인들의 기념식 참여자제를 공식적으로 요청해놓은 상태에서 이총재의 전격적인 결정이 이뤄졌다는 점은 매우 민감한 정치적 기류를 조성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것이다. 17일 저녁까지 정치권의 반성을 촉구하며 망월동 묘역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던 일부 오월단체 회원들이 고심끝에 철수한 것은 이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 오월단체 관계자는 "이총재가 절묘한 양수겹장을 썼다"면서 "서울로 올라가지 않은 일부 오월단체 회원들이 이총재에게 거칠게 항의를 하면 하는 대로, 안하면 안하는 대로 이총재에겐 득이 있다"고 분석했다. 즉 광주에서 우세당한 이총재의 모습은 반호남 표를 더욱 강하게 집결시켜주는 효과를 줄 것이며, 망월동을 참배하는 이총재의 모습 역시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만드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 이런 기류를 반영해서인지 이날 이회창 총재의 망월동 참배는 규모나 자세에서 공동여당을 압도했다. 오전 9시 55분이 넘어서 이한동 총리를 필두로 시작된 정치인들의 기념식 입장은 이총재가 150명의 참배객을 이끌고 등장할 때 절정에 이르렀다. 취재단의 촛점도 이총재에게 모아져 민주당 김중권 대표가 소속의원 10여 명을 이끌고 묘역을 둘러보는 동안에도 대다수의 취재팀은 반대편 이총재에게 몰려가 대조를 이루었다. 이총재는 '망월동 세몰이'에 만족한 듯 그의 즐긴 표현대로 시종 '당당한' 자세였으며, 민주당 김중권 대표와 자민련 김종호 대표는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기념식을 참석한 여야 3당 대표들은 5·18묘역과 봉안소를 둘러본 뒤 망월동을 빠져나갔다. 한편 남총련 소속 대학생들은 이회창 총재의 망월동 참배를 반대하며 묘역으로 향하는 도로에서 프랑카드를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하였으나 별다른 마찰은 없었다. 이후 남총련 소속 대학생들은 한나라당 광주시지부로 몰려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동광주병원 노조원들은 망월동 국립묘지 앞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인 민주당 박광태 의원에게 성실한 중재노력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포위·고립되었다. 10여 명 남짓의 동광주병원 조합원들은 경찰에 의해 3군데로 분산·포위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이 한 조합원을 들어 옮기다 항의를 받기도 하였다. 오월관련자들이 대거 상경하여 빈 '5·18민중항쟁 21주년 기념식' 자리는 단체로 참배한 노인단체 회원들이 대신 앉았다. /오마이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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