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문 닫힌 망월묘역-이래도 되나
한밤 문 닫힌 망월묘역-이래도 되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광란 시민기자
5·18 행사주간만큼이라도 5월 영령들의 숭고한 정신을 다시한번 기억해야 될 것 같아 늦은 밤 발걸음을 옮겼던 나는 아연질색하고 말았다.

이건 아니다. 아니 너무한다. 아무리 밤이라고 저렇게 철창문으로 '턱'하고 가로막아 놓다니-. 저리 깨끗하게 하얀색으로 새단장을 왜 했는고? 5월 14일 밤 9시 45분경. 망월동 5·18 묘역은 꽁꽁 닫혀 있었다.

정문도, 후문도. 개미새끼 한 마리도 얼씬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닫혀진 문은 도난당할 귀중품이 있어서 걱정되는 어느 재벌집 대문 못지 않다. 평소엔 생활에 쫓기고 바쁘다는 핑계로 생각한번 못하지만, 5·18 행사주간만큼이라도 5월 영령들의 숭고한 정신을 다시한번 기억해야 될 것 같아 늦은 밤 발걸음을 옮겼던 나는 아연질색하고 말았다.

꽁꽁 닫혀진 문과 둘러쳐진 담장 때문에 5월 영령들 앞에서 잠시 묵념이라도 해야겠다던 내 마음은 제쳐두고라도 구슬픈 통곡소리를 들어야 했다. 5월의 이밤에,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이 밤이 5월 영령들에겐 얼마나 서러울까? 대리석 깔고 꽃단장해서 꾸며놓더니 이렇게 가두어 두려고 그랬던 것인가?

도대체 이곳 5·18 묘역이 어떤 곳인데…. 역사의 숨소리를 듣기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가치와 기준을 찾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인생의 다짐을 위해 광주 뿐만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찾는 곳이 아닌가.

나의 대학시절 첫 MT의 느낌이 그랬던 것처럼 특히 밤에 찾는 5·18 묘역은 우리에게 더욱더 깊은 감동과 여운, 그리고 오히려 큰 용기를 주곤 했었다. 나는 그 첫 MT 뒤로도 종종 밤에 5·18 묘역을 찾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말한마디 서로 건네보지 않아도 통하는 왠지모를 진한 애정을 느끼면서. 그리고 부산과 대전에 사는 두 친구도 얻었다.

그런데 이제 밤의 5·18 묘역이 주는 그 독특한 가치와 매력을 느낄 수 없다니! 5·18 신묘역이 완공되었을 때 우리 모두 얼마나 기뻐했는가? 숭고한 영령들의 값진 투쟁을 왠지 돈으로 사는 것 같아 기분 나쁘고 어색했던 감정은 애써 털어낸 채. "아, 이제라도 여기서 5월 영령들이 편히 쉴 수 있다면" 이렇게 생각하며 좋아했었다.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찾는 이들로 인하여 길이 길이 더 빛나는 산 교육의 장으로 얼마나 훌륭하랴 싶었다.

그러나 밤이라는 이유로 문은 닫혀 있다. 더 이상 부산과 대전 사는 친구가 퇴근하고 망월묘역 들러서 참배하고 소주 한 잔 하고 가는 그런 날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몇 년전 만났던 마음씨 착하게 생긴 전주에서 오셨다는 그 아저씨도 혹시 왔다가 발길을 돌렸는지 모르겠다. 이래서는 안된다.

묘역 참배에 낮과 밤이 따로 있는가. 5·18 묘역은 다른 문화관광지와는 다르다. 와서 보고 배우고 느끼고 가라고 나팔을 불어야 할 마당에 대문 걸어잠그고 오는 사람도 내친다는 건 말이 안된다.

/김광란 기자는 광주시 북구 '자치시대를 열어가는 사람들'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민기자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