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그날…'밥'은 우리 생존의 중심이었다
5월 그날…'밥'은 우리 생존의 중심이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18전야제 '주먹밥 나누기'/ '5월 나눔의 정신 함께 하자'/ 민주화 허기 채워준 그날의 주먹밥/ 실직자종합지원센터, 4천개 만들어/ '실업 고통도 함께 나누어 이기자'// '나눔, 질서. 그리고 공동체'. 얼핏 무엇이 연상되는가. 거기에 '민주와 정의'가 따른다면 어떤가. 21년전 5월 그날. 그때 모습은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그 현장을 지금 다시 목격했다면…. 17일 오후5시. 차 없는 도청앞 금남로 일대는 시민 행렬로 밀렸다. 가톨릭센터 앞 보도에서 나눔의 공동체 정신을 실천하는 장면이 잡혔다. 5·18 전야제에 함께 하려고 삼삼오오 모여드는 시민들이 '주먹밥을 만들어 나누어 먹는' 자리. 풋풋한 나눔의 정이 물씬 풍겨났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버무린 다음 주먹으로 쥐어 김에 말은 주먹밥 4,000개가 자원봉사자의 손을 통해 분주하게 만들어졌고, 동시에 거리로 나온 시민들에게 나누어졌다. 가톨릭노동문제상담소(소장 정향자)와 실업자종합지원광주센터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한 행사. '5월 정신을 함께 나누고, 그 정신으로 지금 우리 앞에 놓여있는 실업극복도 함께 하자'는 취지에서 자원봉사자 30명이 주먹밥을 만들고, 만든 주먹밥을 실업자종합지원광주센터 회원과 담양 한빛고 학생 100명이 시민들에게 나누어 준 것이다. 현장에서 주먹밥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아직 이른 저녁시간인데도 전야제에 참여하러 나온 시민들에겐 정말 고마운 '밥'이었다. 때가 되면 허기가 느껴지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지상정, 바로 그것인 때문이다. 정소장은 "80년 5월 우리는 '질서와 나눔'의 정신으로 대동 세상을 열었다. 그 중심에는 '밥'이 있었다. 밥은 생존을 지탱한다. 그 밥을 나누는 공동체가 있었기에 우리는 그때 10일간을 버틸 수 있었고 민주 정의도 실천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실업자 대란' 시대를 맞았다. 3년간 실업자종합지원센터(그가 대표를 맡고 있다)를 운영하면서 광주 시민의 도움 많이 받았다. 그런 지원이 있었기에 실업자들이 위기를 무난히 넘길 수 있었다"며 대량실업시대인 현재와 5월 당시 상황이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받기만 했으니 나눌 기회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센터 회원 사이에서 제기됐다. '공존'의 방법으로, '5월에 주먹밥 나누기'를 생각하고 지난해 첫 실천을 했다. 정소장은 5·18 당시 현장 참여자다. 양동시장, 대인시장에서 쌀을 사다 도청 현장에 나르는 등 보급 취사를 담당했다. 매년 5월이면 금남로에 모여드는 시민들을 보면 당시를 떨쳐내지 못한단다. 이들에게 현장에 솥을 걸어 밥해서 퍼주고 싶은 생각말이다. 그 생각을 지난해 처음 실천했다. 20년만에, 혼자 시작한 작업이라 비용이 넉넉지 못해 주먹밥 1,000개를 만들었는데 10분만에 동났다고 한다. 올해는 5·18행사위원회로부터 일부 지원받아 조금 여건이 나아져 4,000개를 만들었다. 이날 현장에서는 실업극복 의지를 다지자는 뜻에서 최근 진행중인 동광주병원 사태, 대우캐리어 사내 하청, 대우자동차 폭력사태 등 관련 사진물을 전시하고 비디오도 상영했다. 단순히 주먹밥 나눠주는 장이 아니라, 80년 당시 상황과 똑같은 분위기를 재현해 5월 그날의 정신을 다시 새기면서 오늘 실업자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도 모색하자는 더 큰 의미를 담아낸 현장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