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 뜻으로
새해, 새 뜻으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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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밝아오니]김용주 언론중재위원회 사무총장

새해를 맞이하는‘통과의례’를 치르는 일로 2006년의 마지막 날은 분주하면서도 차분했다. 가는 해의 마지막 일몰과 오는 해의 첫 일출을 직접 목도하고자 몰려든 인파들로 전국 각지의 산과 바다는 북적였다.

반면 어떤 이들은 집 안에서 가족과 함께 오붓이 음식을 나누며 차분하게 한 해를 정리했다. 그렇게 분주함 속에 그리고 차분함 속에 2006년 한 해가 저물고 2007년 정해년(丁亥年) 새해가 역사의 장(章)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매년 반복되는 새해맞이 풍경들이지만 사실 따지고 들면 ‘새해’라는 것도 깨알같이 수없이 이어지는 또 다른 하루의 시작에 불과하다. 작년이라 불리는 어제의 하루와 새해의 오늘이 천지개벽한 것만큼의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요, 그저 벽에 걸린 달력 한 장이 뜯겨 나간 것에 불과하다.

어제의 남루하고 고단한 현실이 새해의 오늘 180도 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팍팍한 일상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2007년 1월 1일도 수 천 수 억 만년 이어져온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질 역사의 선 위에서는 아주 미미하고 작은 점에 불과한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날(日)을 나누고 달(月)을 구분하며 해(年)를 만들어낸 것은 다른 많은 이유와 까닭이 있겠지만 고되고 지친 지난날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기분과 산뜻한 마음으로 새 출발을 기원하는 간절한 바람에서 생겨난 것은 아닐까.

묵은 때를 깨끗이 벗겨내고 자신을 추스르며 새로운 희망을 품고 새 하루를 살아가고자 하는 몸부림에서 날과 달과 해를 바꾸는 일에 큰 의미를 두고 그날만큼은 마음껏 풀어져 즐기고 다음날 아침,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도 없고 오로지 필자의 주관적 생각에 불과한 주장이지만 작년 한 해, 수많은 사건?사고들로 심신이 모두 지쳐버린 우리 국민들의 새해맞이 모습을 보면 그도 아주 틀린 것은 아닌 듯싶다.

사실 지난 한 해, 우리 국민들은 여기저기서 터진 ‘폭탄’들로 그 어느 해보다 상처받고 힘겨운 삶을 꾸려야 했다. 하룻밤 자고나면 오르는‘부동산 광풍’은 내 집 마련의 소박한 꿈을 무참히 날려버렸고 일부 지역의‘사교육 광풍’은 유일한 신분상승의 수단이라 여겼던 교육에의 믿음과 의지를 단번에 꺾어버렸다.

빈부 격차는 날이 갈수록 커져 갔고 아버지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은행을 털려다 수십 초도 안 돼 붙잡혀 버린 어설픈 주부 강도(?)의 사연, 가난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놓아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 국민들을 한층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황금돼지해’를 맞이한다며 결혼을 서두르거나 출산을 준비하는 커플들이 부쩍 늘었다는 소식, ‘돼지꿈’의 대박을 부추기는 듯‘황금돼지’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기업과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온 나라를 부유한다.

한낮 허망한 꿈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모르는 바도 아니면서 이처럼 유난한 새해맞이에 나서는 것은 결국 참담하고 답답했던 지난 현실을 조금이라도 잊어보고자 하는 몸부림에서 비롯된 것만 같아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이를 비관하고 비판할 일만도 아닌 듯싶다. 그러한 몸부림에서 현실도피의 비겁함 보다는 적극적인 현실 개선의 의지와 열정을 보기 때문이다. 미신에 가까운 속설에 기대 현실을 외면하려는 것이 아니라 삶의 활력을  위한 촉매제로 그것을 이용하는 적극적인 현실 극복 의지가 담겨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단지 하루가 바뀌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새해라는 상징을 통해 다시 한 번 일어서려는 눈물겨운 투쟁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새해 벽두는 그래서 슬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감동적이다.  

 무엇이든, 어찌되었든 2007년 정해년 새해가 ‘됐음’은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며   계획을 세운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미 반은 이룬 것이다. 주눅 들지 말고 당당히 앞으로 나아갈 일이다. 새해, 새 마음 새 뜻만큼은 가슴 깊이 새긴 채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의 가정에 행복과 건강이 깃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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