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이웃들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 이국언 기자
  • 승인 2007.01.11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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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가 희망이다]①지역공동체 운동 싹 틔워 온 광주시민센터
‘공동체가 희망이다’.

신년을 맞아 [시민의 소리]가 내 놓는 화두이다. IMF 외환위기 10년은 한국사회를 뚜렷하게 20대 80의 사회로 갈라놓았다. 850만에 이르는 비정규직, 사회적 양극화는 이제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사회문제가 되기에 이르렀다. 정치적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삶의 질은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공동체는 기본적으로 ‘나눔과 연대’이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가며 삶의 가치와 양식을 새롭게 창조해 가는 일이다. 80년 오월의 주먹밥이 그것이다. ‘오월공동체’는 생과 사도 함께 한 나눔과 연대의 역사적 봉우리다. 죽음 앞에서도 사람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역사 속에서 경험했던 바다.

[시민의 소리]는 약육강식이 우리사회를 휩쓸고 있는 현실에서 사람과 사람을 잇는 ‘나눔과 연대’의 현장을 찾아 우리사회의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작지만 나눔과 연대를 통해 우리 주변에 온정을 나누는 사람들, 이웃과 소통하며 지역사회를 알뜰하게 가꿔가는 공동체 사례를 통해 우리사회의 ‘희망’을 찾아보기 위함이다.
  /편집자 주

공부방,도서관 등 삶의 현장 밀착
회원 200여명, 올핸 광역화 기지개

광산구 신가 사거리에 위치한 ‘광주시민센터’(대표 김희용).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를 표방해 온지 올해로 4년째다. 광산시민센터 이름이 최근 광주시민센터로 개명됐다. 허름한 사무실과 달리 언제나 신발들이 가득하다. 인근 아파트 단지 주부들과 아이들의 신발들이다.

광주시민센터가 출범한 지는 지난 2003년 여름. 지역운동에 뜻을 같이 한 사람들이 무릎을 맞댄 것이다. 광산구는 같은 광주이면서도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소외된 면이 없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 등 신 주거단지가 속속 들어서고 있지만 주변 문화적 시설도 변변치 않은 편이었다. 그만큼 이웃간 소통도 드물었다.

광주시내에 크고 작은 시민단체들이 많지만 이들 단체가 광산구 지역민들의 삶의 문제까지 챙길 형편은 아니었다. 사실 지역민들의 삶의 현장, 지역문화에 관심을 쏟는 곳도 딱히 찾기 어려웠다.

   
 
▲ 지난 여름방학 때 광주시민센터에서 주최한 어린이 여름 캠프.
 
먼저 힘을 쏟은 것은 어린이도서관. 광주지역에서 어린이 도서관을 민간단체가 꾸려 운영한 것은 거의 최초라는 게 광주시민센터의 설명이다.

“아이들을 함께 데리고 다니며 책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어요. 백화점 교양 프로그램을 찾아 가거나 먼 거리에 있는 도서관을 찾아가야 하는데 버스타고 이동한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방처럼 꾸며져 있어 우선 아이들이 편하고 놀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임미숙(32) 사무국장의 말이다. 아이들 때문에 낮에 집에 있는 주부들에게는 더 없이 알뜰한 공간이 된 셈이다. 이웃 주민들과 인사도 나누고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덤까지 생기게 된 셈.

도서관에서는 종이접기, 전래놀이, 동화읽는 엄마모임 등의 프로그램이 연중 운영된다. 한달에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략 60여명. 동화책과 교양서적 등 2천여권의 장서는 모두 주민들 한명 한명의 정성이 보태진 것이다. 한달 100여권이 대출된다.

▲ 다양한 주민들의 참여를 고려한 프로그램 기획의 세심함이 눈길을 끈다. 광주시민센터에는 아이들과 주부, 아빠들이 골고루 있다.
광주시민센터 회원은 200여명. 광산구 주민으로 출발했지만 뜻이 괜찮다며 다른 구에 살면서 동참한 사람도 40여명 남짓 된다. 주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여성들이다. 지역은 뭐니 뭐니 해도 여성의 몫이 크다는 게 임 사무국장의 설명. 남자들은 주로 직장 일에 묶여 있는 반면, 여성은 대부분의 생활공간이 집이나 동네 주변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민감하고 구석구석 그 속도 잘 안다는 것.

주부들이 참여하고 있는 대표적 활동은 여성 사랑방이다. 20여명의 여성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현재 운남동 3곳과 신가동 1곳 등 모두 4개의 사랑방이 운영되고 있다. 문화기행도 하며 육아에 대한 고민도 나누며, 책을 읽고 여성주의 등 주제를 놓고 토론도 나눈다. 최근에는 ‘무기여 잘 있거라’ 책을 함께 읽으면서 비록 장난감 총이라도 아이들한테 함부로 쥐어 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껴보기도 했다.

전북 김제가 고향인 박지숙(37)씨는 4년여전 갯벌체험 행사를 통해 센터를 알게 됐다. 결혼 후 시댁식구들 이외엔 아는 사람도 없이 지내다 센터활동을 통해 사랑방 식구들도 만나게 됐다. 지난해 봄 첨단으로 이사를 가게 됐지만 그녀는 지금도 운남동 사람들과 사랑방 모임을 갖고 있다. 정이란 게 무섭더란다. 그동안 자신의 모습에서도 적지 않게 변화가 생긴 것 같다며, 학교 엄마들 사이에선 ‘별난 엄마’로 통한다고.

“학교 엄마들 몇 명과 학교 문집 작업 때문에 집에서 일을 하는데, 그중 한명이 저녁 7시 이후에 집 밖에 나와 본적이 없다는 거예요. 솔직히 여자들 그렇게 살아요. 그 엄마 모습이 꼭 몇 년 전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박씨는 “지금은 애 아빠가 더 달라졌다”며 “출장을 갈 때는 센터 사람들 모임을 일부러 집에서 하라고 일러주기도 한다.”고 자랑이다.

광주시민센터는 이 밖에도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소통의 기회를 갖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나눠보는 소식지를 10여 차례 남짓 발행해 오는 한편, 계절에 따라 가족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체험행사를 갖기도 한다. 5월에는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동네 어린이날 행사를, 8월에는 가족들이 참여하는 1박2일 여름캠프를 갖기도 한다. 지난해 여름캠프에는 20여 가족, 80여명의 부모 자녀들이 장흥 유치 휴양림에서 한 여름 밤 추억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 지난해 8월 1박 2일의 장흥 유치휴양림 여름 가족캠프에 참가한 회원들이 숙소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네 공부방을 꾸려간 것도 눈길을 끈다. 주로 맞벌이와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방과 후 공부방이다. 월곡동에 있는 ‘신나는 교실’이 그것이다. 공부방을 꾸릴 때만 해도 재정이 여의치 않아 의자 하나까지 얻어 오다시피 마련한 공간이지만, 지금은 구청에서도 공부방 문의를 해 오면 제일 먼저 추천을 해 줄 만큼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도서관이 가까운 곳이나 학군을 따라 이사를 가곤 하는데, 이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스스로 변화시켜 가면 좋지 않을까요.”
임미숙 사무국장의 말이다.

“공동체를 위한 지역운동 ”
[인터뷰]김용재 광주시민센터 집행위원장

   
 
▲ 김용재 집행위원장.
 
“공동체라는 것을 멀리서 찾을 일이 아닙니다. 예전에 두레와 같은 촌락공동체가 그것이지요. 마을의 대소사를 주민들이 모여 결정해 온 전통입니다. 자본주의화, 도시화 되면서 무너진 것이지요. IMF 이후에는 사회 구조 자체가 점점 더 파편화하고 있습니다.”
 
김용재(38) 광주시민센터 집행위원장의 말이다. 김 집행위원장은 “투표를 통해 정치인을 선택해 오는 방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바꿔 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안전하고 깨끗하고 안락한 지역 환경을 만들어가는 대안의 사회상을 만들어 지역 주민의 힘으로 만들어 가보자는 것. 김 집행위원장은 그래서 ‘공동체’를 위한 ‘지역운동’이라고 강조한다.

“24시간 중 가장 많이 생활하는 공간이 어디인가 생각해보면 압니다. 직장일까요. 작은 일부터 삶의 터전인 지역의 문제와 결부되지 않은 문제가 없죠. 그런데 지금까지 눈을 돌리지 못한 것이지요.”

광산구 활동의 경험을 광주권 전체로 넓혀가려는 김 집행위원장의 각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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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 주민 2007-01-23 18:18:10
잘 읽었습니다. 광산시민센터에 대해 듣기는 했는데...
기사를 통해 보니 정말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많은 사람들을 물들였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