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압박만 남았다”
“정치권 압박만 남았다”
  • 이국언 기자
  • 승인 2006.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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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저지 총궐기대회 평가]

“반 FTA에 대한 불씨는 당겨졌다. 이제 남은 것은 반 FTA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어떻게 사장시키지 않고 이어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중단을 요구하며 전국 동시 다발로 개최된 세 차례의 총궐기대회가 1차 마무리 된 시점에서 FTA 저지 광주전남운동본부가 내린 자체 진단이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중단을 요구하며 전국 동시 다발로 개최된 세 차례의 총궐기대회가 지난 6일로 1차 투쟁을 갈무리했다. ‘IMF 10개가 한꺼번에 터지는 것과 같다’는 한미 FTA. 노무현 정부 들어 가장 큰 규모의 시위였던 반 FTA 총궐기대회는 무엇을 남겼을까.

▲ 호남고속도로 비아-서광주 구간을 점거한 농민들이 동림동 IC를 통과해 빛고을로를 거쳐 1차 총궐기대회 장소인 광주시청 앞 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의 FTA 추진 방침을 공식 발표한 것은 지난 2월 3일. 스크린쿼터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방침 등 4대 선결조건을 모두 양보한지 불과 1주일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불과 10개월여 만에 5차 협상이 끝난 상태다. 정부는 애초 늦어도 내년 3월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상황을 보자면 정부의 추진일정에는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국민의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은데다, 정치적 환경도 그리 순탄치 않기 때문이다. 그 단초를 마련한 것은 단연 이번 총궐기대회였다. 지난달 22일 서울을 비롯 전국 13개 시도에서 개최된 1차 총궐기는 현 정부 들어 가장 격렬한 시위였다. 노동자, 농민 등 7만 2천여명(경찰추산) 국민들이 거리로 진출, 미국과의 협상중단을 촉구하며 완강한 시위를 벌였다. 한미 FTA 저지 범국본은 이후 정부당국의 집회 봉쇄 방침에도 불구하고 2차, 3차 궐기대회를 예정대로 강행했다. ▲ 총궐기대회 무대로 쏠린 눈. 새벽길을 헤치고 온 농민들의 눈과 귀는 온통 한미FTA에 매달려 있었다.
‘한미 FTA저지 광주전남운동본부’는 세 차례의 총궐기 투쟁을 통해 반 FTA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 냈다는 데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허달용 광주전남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총궐기 이후 FTA 반대여론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폭력시위라는 일부의 논란도 점차 불식시켰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동안 가려진 FTA의 진실에 보다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 FTA저지 운동본부는 최소한 정부가 일방적으로 FTA를 강행해 온데 대해 일단 제동을 걸수 있게 됐다고 보고 있다.

이상점 광주 YMCA 사무총장도 “그동안 보수언론과 정부에 의해 한미 FTA의 진정한 내용이 가려져 왔었다”며 “세 차례의 총궐기 투쟁을 통해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총궐기 투쟁은 IMF 이후 한국사회를 지배해 온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 투쟁과 관련해서도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1999년 시애틀, 2003년 멕시코 칸쿤, 2005년 홍콩 투쟁 등 전 세계적인 WTO 반대운동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민중진영은 IMF 이후 불어 닥친 신자유주의 공세에 뚜렷한 저항전선을 형성하지 못했다. 그 단적인 예가 한칠레자유무역협정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미 FTA 반대 투쟁은 그동안 농민 등 각기 고립된 싸움으로 그쳐 온 반 신자유주의 투쟁을 노동, 농민, 시민사회, 종교계 등 광범위한 국민운동으로 전환시켜 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범국민 총궐기대회는 IMF 이후 한국사회를 지배해 온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분명한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홍성칠 광주전남희망연대 정책위원장은 “FTA 자체가 중대한 사안이기도 하지만 IMF 후과를 경험한 국민들의 사회변화에 대한 바람 FTA로 모아진 것”이라며 “초국적 자본이 주도하는 방식에 대한 총체적인 저항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오병윤 민주노동당 광주시당 위원장도 “한미 FTA가 더 이상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게 없다는 인식이 넓게 퍼진 결과”라며 “단순한 경제문제를 넘어 양극화 등 한국사회의 흐름에 대한 우려감이 표출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총궐기대회로 모아진 반 FTA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하는 것. 관심은 확인됐지만 ‘조직된 힘’으로 나타나는 데는 여전히 미흡하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정치권의 움직임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미FTA 협상에 대한 이견은 정치권 내에서도 표출되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이 3일 한미FTA 협상과 관련한 ‘5대과제’를 제시하며, 상황에 따라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현 정부와 분명한 대립각을 보이는가 하면, 이에 앞서 한나라당 권오을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장도 차기 정부로 협상을 넘길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정지지도가 5.7%까지 떨어진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도 국민적 반발을 무릅쓰고 한미FTA에 올인 하기에는 적지 않은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강광석 전농 광주전남정책위원장은 “여당 내에서 신당 논의가 한창이지만, 자신들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반대여론이 극명하게 확인된 이 문제를 풀지 않고 국민지지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내년 초 대선정국으로 쏠리는 순간 노무현 대통령이 먼저 손을 들게 되는 상황이 올수 있다”며 반 FTA 투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강조했다.

정호 광주전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광우병 의심 쇠고기 수입에 대한 반대여론이 87%에 이른데다, 수입 쇠고기 반대 소비자운동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며 “이를 어떻게 시민운동 차원으로 광범위하게 확산시켜 가는가 하는 것이 이후 투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편, FTA저지 광주전남운동본부는 앞으로 6차 협상이 재개되는 시점까지 시국기도회, 쇠고기 불매운동, 정치권 압박 투쟁 등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등을 통해 장기전으로 접어든 반FTA 투쟁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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