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베트남
사랑해요 베트남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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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밝아오니]김승환 충북대 교수
에드워드 사이드(E. Said)라는 학자가 있었다. 그는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카이로에서 교육받았고, 미국의 컬럼비아대학 영문과 교수였으며, PLO 평의원이면서 특이하게도 기독교인이었다. 그는 유명한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을 입론했다.

그 핵심은 서양이 동양을 거울로 삼아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했다는 이론이다. 오랫동안 서양은 동양에 대해서 온갖 나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여했다. 가령 신비함, 열등한 존재, 후진성, 야만적, 촌스러움, 과거지향적, 비과학적, 감정적, 폭력적, 여성적 등 전혀 사실이 아닌 것들이 동양의 실체라고 규정한 것이다.

정작 동양인들은 서구인들이 학습시킨 그런 부정적인 것들을 내면화(internalization)해서 사실이 그렇다고 믿게 되었다. 자기를 지배했고 수탈했으므로 당연히 극복해야 할 서구적인 것을 거꾸로 학습하고 동경(憧憬)하면서 동양인 자신 스스로를 부정하는 양가적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우월한 서구인과 열등한 동양이라는 비인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의식을 인정했다. 표면적 생활은 서구적인 것이지만 내면의 문화는 전통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이 두 가치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정신분열증세다.

지금 한국인들은 심각한 정신분열증세를 보이고 있다. 바로 사이비 오리엔탈리즘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베트남인들을 열등하면서 촌스럽고 또 저개발의 후진적인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상당수의 한국인들이 베트남인들을 무시와 동정이라는 양가적 감정으로 대한다. 서구인들이 동양인에 대해서 가했던 그릇된 인식방법을 그대로 적용하여 베트남인들을 대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우월하거나 열등하거나 하지 않다. 단지 문화적, 생물학적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백인을 대할 때와 베트남과 같은 서남아시아인을 대할 때의 태도는 확연히 다르다. 많은 한국인들은 백인에 대해서 동경과 분노, 열등의식과 저항의식을 동시에 느끼는 경우가 많다.

반면 베트남인에 대해서는 동정과 우월의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똑같은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이처럼 다르다면 그는 인종차별주의자이며 정신분열증세를 앓고 있는 환자(患者)다. 한국인이 무엇 때문에 베트남인을 서구인과 차별해서 대우하는가? 베트남은 우리 민족통일의 타자(the other)이고 그들의 성실과 근면을 우리가 배워야 하는데 말이다.

이런 점을 깊이 자각한 충북민예총은 2004년부터 베트남과의 예술교류를 시작했다. 서구인들과의 교류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는 식민의 고통을 겪었고 그 식민의 모순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베트남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존경하면서 예술 활동을 하고자 함이었다.

1994년경부터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작가들의 모임’이 축적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베트남 푸옌성과의 예술교류를 시작했던 것이다. 중심과 중심의 만남이 아닌 주변과 주변의 만남이야말로 의미가 있다. 주변이야말로 자본에 지배를 받는 예술, 권력 지향적인 예술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의 예술을 조망하는 희망의 조타수이기 때문이다.

2006년 9월 14일부터 24일까지 충북과 서울에서 벌어진 두 단체의 예술교류는 많은 성과를 남겼다. 충북의 예술가들은 제국주의 시절의 잘못을 속죄하는 겸허한 심정으로 베트남 푸옌성에 평화예술학교를 건립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2년간 3만 달러를 어렵게 모아서 22일(금) 공식 전달했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무슨 돈이 있겠는가? 도종환 시인은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 인세 전액을 희사했다. 이철수 판화가는 사비를 들여서 베트남예술가를 영접하는 등 많은 충북민예총의 예술가들이 금전적 희사와 육체적 봉사를 했다. 그날 청주는 외쳤다. ‘사랑해요 베트남!’

/김승환 충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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