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름말
부름말
  • 최훈영
  • 승인 2006.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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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영의 바른말 길잡이]
배달겨레 가정언어에는 '부름말' '걸림말' '촌수말'이 엄격히 구별되어 있습니다.

듣는 쪽 사람을 불러 놓고서 하고자 하는 말을 건네어야 되는 것이 배달겨레 가정언어의 기본원칙입니다. 그것이 말하기의 원칙이다가 보니, 부름말을 꼭 몸에 익혀 두어야 합니다.

부름말을 모르게 되면, 우물쭈물하게 되는 것이요, 우물쭈물하게 되면 정이 소홀해지고, 정이 소홀해지다가 보니 발걸음이 끊어지게 됩니다.

부름말을 모르다가 보니, 친당·척당·시당사람들 만나기가 두렵게 되고, 그렇게 되다가 보니 사람을 피하게 되어 마침내 몹쓸 사람으로 버림받게 되는 것입니다.

서로들 사이에 부름말이 없도록 되어 있는 곳이 하나 있는 바, 그것이 곧 남편과 아내 사이가 됩니다. 만약 부부 사이에 "부름말"이 생기게 되면 어긋남이 두 가지가 생기는 바, 말소리가 높아져서 어긋나게 됨이 그 하나이고, 짝벗(配匹)이라는 동급의 질서가 무너뜨려짐이 또 다른 하나의 어긋남이 됩니다.

남편과 아내 사이에 서로들 말할 것이 있으면, 말하고자 하는 쪽에서 듣는 이 쪽으로 가까이 가서 귓속말로 소곤소곤하는 말하기를 해야 됩니다. 남편과 아내 사이에 말하기는 곁에 있는 사람마저도 알아들을 수 없도록 나직한 목소리로 해야 되며, 그 말하기는 끝맺음이 없는 '반쯤말'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부부(夫婦)의 왕도를 지키기 위하여 옛사람들이 남편·아내 사이에는 '부름말'을 만들어 내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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