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힘을 얻으려면
민중의 힘을 얻으려면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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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박몽구 시인·문학평론가
현존하는 제3세계 지도자 가운데 미국과 맞서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람 가운데 하나인 피델 카스트로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뜨거운 것 같다. 얼마전 깊은 병을 얻어 은퇴하는 듯하더니, 9월 16일 하바나에서 열린 비동맹정상회의에 나타나 새삼스럽게 그의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1959년에 불과 12명의 게릴라들만 살아남은 상황에서 미국과 결탁된 부패 정권인 바티스타 정권을 무너뜨린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 체 게바라(Che Guevara)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외국인이었던 그는 병력의 열세와 이방인이라는 악조건을 딛고 쿠바 농민들의 지지를 획득해 혁명을 성공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가 온갖 악조건을 딛고 혁명을 성공시킨 힘 가운데 으뜸은 치부와 사치 등 개인적인 이익을 멀리했다는 데 있다. 그는 혁명 후에 국립은행 총재에서 공업부 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일반 쿠바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비좁은 아파트에서 생활했고, 가족들이 사사로이 관용차를 사는 것을 금지했고, 분에 넘치는 선물을 받으면 모두 국가에 기부했다.

쿠바 경제 사절단을 이끌고 여러 나라들 돌면서 그는 베레모, 장발, 수염, 전투복 등의 외모로 물끓듯한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정작 그의 힘은 공무 수행 외에는 농민들과 함께 사탕수수를 베고 일반 민병대와 똑같은 수준의 사격 훈련을 계속 받았다는 데 있었다.

카스트로 곁에 조용히 눌러앉아 있었더라면 개인적인 지위와 안정을 누렸을 터였지만, 게바라는, 1966년 모든 걸 버리고 부하 몇 명과 함께 마약과 부패에 찌들어 있던 볼리비아 산간으로 숨어든다. 11개월의 게릴라전 끝에 미군으로부터 훈련을 받은 정예부대에 체포되어 이듬해 10월 9일 장렬한 죽음을 맞는다.

개인적인 추모의 마음에 앞서 그가 남긴 말은 오늘도 따스한 생명력을 갖고 있음에 놀란다. 그는 "인민의 힘은 군대보다 강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또한 "민주적 절차를 거친 정부가 선 나라에서는 봉기가 어렵다"고도 언명한다. 두고두고 새겨볼 만한 말이다.

최근 들어 참여정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하나는 거대한 국민의 힘을 얻지 못하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임대주택을 짓는다면서 웬만한 중산층도 감당하기 어려운 보증금과 임대료를 매긴 게 그 단적인 예이다. 집을 두 채 가진 사람이나 열 채 가진 사람이나 똑같은 보유세를 매긴다면, 부의 사회적 환원은 요원하다.

항간에는 그 같은 정책을 입안한 관리들이 강남에 살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즉, 부동산 규제의 칼이 자신들을 비켜가도록 정책을 입안하기 때문에 용두사미가 되고 만다는 말이다. 또한 집권당이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 문제를 놓고 이렇듯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국민의 힘을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직 대선 전략으로만 접근하고 있는 듯 보이는 야당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읽었더라면 오늘과 같은 치욕적인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게바라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덧 39주년이 다가온다. 그의 청렴결백과 혁명 정신은 사라진 채 거리에는 상품화의 수단으로 삼은 오염된 자본만 횡행한다. 새삼스럽게 게바라식 사유의 진수와 함께, 그가 내건 인간다운 삶이 조건이 얼마나 실현되었는지 생각한다. 자, 당신은 국민의 편인가 아니면 자신 앞에 놓인 감의 편인가.

/박몽구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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