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했던 5월과 설레는 6월
우울했던 5월과 설레는 6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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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등등]김대성 행정학강사
어느덧 5월이 지나갔다. 드디어 지방선거가 끝났다. 오월 광주의 끝머리에 본격적으로 지방선거 바람이 불어왔었다. 그러다가 그 바람은 마치 폭풍우가 스쳐 지나간 바다처럼 하루 사이에 적막할 정도로 사그라졌다.

선거결과를 놓고 매번 반복되는 뻔한 스토리들이 신문과 방송을 가득 메운다. 열린우리당의 미래를 점치는 언론보도는 거의 대부분 언론의 밥상에 오른 단골 메뉴다.
일상생활로 다시 돌아갈 기회와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

우리에게 미래가 보이는가

대한민국 유권자 모두는 정치에 관한 한 프로급이다. 정치 내러티브의 범람 속에서 살아온 우리에게 정치 이야기는 군대, 축구, 아니 요즘 주식투자만큼이나 상투적 존재다. 그런데도 많고 많은 정치 이야기 중에서 한번쯤 집고 넘어가고 싶은 주제 두 개가 있다.

첫째는 이번 선거가 우리의 미래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했는가라는 질문이고, 두 번째는 이번 선거는 '우리 지역'의 발전에 무엇을 기여했는가라는 물음이다.

첫 번째 물음에 대한 내 생각은 너무도 우울하다. 희망의 싹이 보이지 않은, 우울한 나날이 예측된다. 선거란 것이 길 바닥에 흩어진 낙엽도 아닐진대 어떻게, 그렇게 한 쪽으로 싹쓸이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정치평론가들의 그럴듯한 주장에 한편으로 수긍하면서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다. 자꾸 이번 선거와 '탄핵역풍'이 동시에 연상되곤 한다.

어느 정치인도, 정치평론가도 미처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 아닌, 수년간에 쌓인 심리적 반응이다. 표피적인 여론조사나 투표결과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정서가 존재한 것 같다. 그렇다면 대승을 거둔 한나라당은 그러한 유권자의 심리적 기저를 파고들었는가. 결코 아니다. 개혁 혹은 진보진영의 부작위에 따른 반사적 이익에 지나지 않다. 여기서 또다시 우울증이 도진다.

두 번째 질문. 이번 지방선거가 지역에 가져온 의미를 묻는다. 정당정치와 대선, 그리고 총선의 전초전이자 대리전? 이번에도 역시 지방선거의 '지방'은 없었다. 특히 개정 선거법은 인물보다는 정당, 정책보다는 조직에 유리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자기인물심기에 적절한 묘안이다. 내부 경선은 원래 포장을 위한 정치쇼에 불과했다. 전략적 선택은 포장이 덜된 그들의 쇼이다.

4년만에 반복된 정치의례 불과

그 결과 유권자들은 황당한 상황에 직면했다. 수십개에 이르는 투표용지 6장의 기재란과 마주한다. 복잡한 상황에서 정작 선택은 단순하기 그지없다. 친숙한 연상과 기억에 의존한다. 선택이란 익숙한 1번 혹은 3번으로 이어질 뿐이다. 인물도 없고, 정책도 없고, 그저 정당과 번호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도 4년만에 한번 씩 반복되는 정치의례에 불과했다.

6월이 들어섰다. 독일 월드컵이 기다린다. 선거로 들뜬 분위기는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을 방해한다. 지방선거에서 얻은 우울증을 월드컵의 희망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 가라, 지방선거의 기억이여! 오라, 설레는 월드컵이여!

/김대성 행정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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