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칠 때 떠나라"
"박수 칠 때 떠나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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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등등]김경주 경담문화재보존연구소 이사
하는 일이 그렇다보니 모든 보이는 것이 다 자기식대로 보이고 나하고 연관 지어서 생각하는 버릇이 생긴 것 같다. 문화재를 다루는 일이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이다 보니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저곳은 온통 문화재다.

산마다, 가람마다, 유장한 강을 바라보건, 푸른바다를 바라보건, 處處이 문화재요 곳곳이 유적지다. 문득 계곡을 돌아서다 마주친 무너진 돌담길, 절간도, 그 옛날 천년의 숨결이요, 강가의 돌멩이, 부서진 기왓장, 모두가 선인들의 땀내가 있는듯하다.

예사로이 보아 넘기지 않기도 하겠거니와 기실 따지고 보면 유구한 역사의 우리나라야 웬만해선 문화유적이 아닌 게 없다. 필자는 보존 복원처리를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어쨌거나 남들은 일부러 품버려가며 구경하고 학습도 다니는데 나야 그걸 업으로 삼고 직접 다루기도 하면서 사는 속이니 딴에는 가끔 스스로 부러울 때도 있다. 출토된 유물은 급격한 내외간의 환경변화로 인하여 자칫 많은 손상을 입기도하여 발굴현장에서 수습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시나 상할까, 다칠까 무던히 속도 끓이고 사람 같으면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하는 셈이다. 짧게는 몇 백 년 된 유물에서 길게는 몇 천 년 된 인간의 손길을 거쳤던 사물들이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바깥세상으로 나오는 것이다. 수 천 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변하였던 생활상이나, 습관, 풍습들이 그것들 속에서 녹아나오고 묻어나온다.

현장은 대부분 대규모 국가 기반시설이 들어서는 곳이나, 유적지구로 지적된 곳에서 발굴을 하는데,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서 발굴을 한다. 발굴된 것들은 모든게 유물로 지정되는 것도 아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서 유물로서의 가치가 인정되는 것들을 보건처리로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많은 유물들이 보존처리가 되지 못하고 폐기처분이 되는 것은 경제적인 논리 속에서 어쩔 수 없는 형편이라 하더라도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아무렇게나 생긴 나무토막, 돌멩이들도 사람이 가공한 흔적이 남아있고, 그 사람들이 이걸로 뭘 했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뛰는 것이다. 그야말로 시공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우리가 같은 땅에서 같이 살게 하는 가장 아름다운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시대 기록이 남아 있는 유적이나 유물들은 나름대로 용도의 추정이 가능하고 추정하기도 쉽지만 그 이전의 시기로 거슬러 올라 갈수록 이것이 무엇을 하였을까 이다. 흔히들 이쪽말로 ‘용도 불명’이란 용어를 많이 쓰는데 되짚어 생각해도 무지하게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발굴현장의 결과를 발표하는 지도위원회가 소집이 되고 그 결과, 용도 폐기 될 것, 유물로서 지정이 되는 것들이 구분이 되어서 살아남고, 폐기 되고가 결정이 된다.

유물로서의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사람이 사는 동안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여전히 의미 있게 하는 가치들이란 어떤 것들일까?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가 후끈후끈하다. 명함한쪽에, 현수막에, 길거리가 요란하다. 하기야 옛날에 비하면야 조촐하기 그지없다.

정치는 인간 활동의 가장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조화의 산물이라고 한다. 정치가 잘되어야 모든 게 잘 된다고 한다. 지극히 옳은 말이다. 올바른 사회, 잘사는 사회는 정치가 잘 되는 사회가 그것이다.

그리고 정치의 핵심은 권력이다. 권력은 통치력이고 지도력이다. 통치력과 지도력은 그가 약속한 것을 가능하게 하고 우리는 그 약속을 보고 판단한다. 권력은 사람이 갖는 것이고 그 사람은 우리가 선출한다. 신중해야하며 단호해야 한다. 쉬운 말로 일 잘할 사람을 뽑아야한다. 立志를 내세운 후보들도 있을 때 떠날 때를 생각해야 한다. 박수 칠 때 박수 받고 떠난다는 각오로 일해야 한다.

문화재는 용도가 분명하고 뛰어난 것일수록 보존처리를 잘해서 영원히 보존한다. 정치란, 정치인은 역사가 기록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시공을 뛰어넘어 여전히 의미 있는 존재가 되려면 잘해야 할 것이다.

용도폐기 당하지 않으려면, 그냥 자연목, 자연석이 되지 않으려면 더욱 잘해야 할 것이다. 유물수습이 끝난 발굴현장 만큼 쓸쓸하고 황량한 곳도 없다.

/김경주 경담문화재보존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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