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에코페미니즘, 어디까지 왔나
한국의 에코페미니즘, 어디까지 왔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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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신일섭 호남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

지난 4월19일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가 탄생했다. 정부 수립 후 58년 만에 첫 여성 총리가 된 한명숙 신임 국무총리는 국회의 임명동의안도 여유 있게 통과했다. 그의 취임 일성은 "여야, 국민과 함께 타고 가면서 어울림의 항해를 하겠다"고 하였다. 한명숙 총리는 여성으로서 이 땅의 민주화운동과 함께 고난의 길을 걸어왔다. 젊은 시절 민주화운동을 위하여 한때 영어의 몸이 되었으며, 억압받고 소외받은 어두운 부분을 밝혀주는 전도사의 역할을 해왔다.

우리나라도 이제 정치계나 고위 관료층에 여성들이 서서히 그 폭과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한명숙 신임 국무총리뿐 아니라 현재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을 이끌고 있는 대표가 여성이며 또한 작년에 사상 처음으로 대법원 판사에 여성이 진출했다. 근래 각종 국가고시에 여성 합격률이 남성을 앞지르기도 하고 취업률에 있어서도 여성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비단 정치계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여성 사회 참여나 진출 비율은 외국에 비해 이제 막 초기 단계를 벗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구체적인 예로 지난 2003년 세계 각국의 여성의원 자료 현황에 따르면 한국의 현 국회의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겨우 5.9%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 45.3%, 덴마크 38%, 스페인 28.3%, 베트남 27.33%, 중국 21.8%, 북한 20.1% 등에 비해 우리는 아직도 한자리 수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회의 경우도 한자리 수(광역의회 9.2%, 기초의회 2.2%)에 그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국은 가장 하위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 외국의 경우 정치 관련법이나 선거제도상 여성의 정치 참여의 활성화를 위하여 적극적 조치나 할당제(우리나라도 지난 16대 총선과, 2002년 제3차 지방선거에서부터 처음 여성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를 통하여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압축적인 경제성장과 근대화의 성공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한편으로 성 평등 문제에 있어서는 아직도 전근대적인 의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사회 참여 비율이 저조한 것은 역사적 배경이나 환경 등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남성 중심의 유교적 의식이나 전통은 여성의 사회진출을 막는데 큰 몫을 차지하였다. 앞에서 우리나라 여성 진출을 화려하게 이야기 했지만 그것은 상징적인 무늬만을 그리고 있을 뿐 아직 튼튼한 내실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서구 유럽에서는 일찍이 남성 중심 사회의 문제점과 그 한계를 인식하면서 지난 1970년대부터 에코페미니즘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에코페미니즘이란 생태학(ecology)과 여성주의(feminism)의 합성어이다. 이 말에는 여성과 환경생태 문제는 그 뿌리가 남성 중심의 억압적 사회구조에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 성의 조화와 평등을 통해 모든 생명체가 공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는 공존과 상생보다는 끊임없는 파괴와 전쟁, 억압과 착취의 연속으로 보고 아울러 이것은 성의 불평등과 생태계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인간중심주의가 아니라 남성중심주의(androcentrism)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는 것이다.

중국 모택동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하늘의 절반은 여성이다. 지금까지 그 절반 가운데 많은 부분이 남성의 그늘에 가려 묻혀왔다. 여성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가부장적인 법과 제도, 사회 전반적인 의식을 허무는데 우선해야 할 것이다. 요즘 중요시되는 환경운동과 함께 한국의 에코페미니즘도 더욱 활성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일섭 호남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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