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목소리와 연애하자
정치적 목소리와 연애하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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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 임현수 자유기고가

형과 같이 원룸에서 생활할 때의 일이다. 옆집 아니 엄연히 말하면 옆 방엔 한 여성이 살고 있었다. 그 여성은 형과 나의 아침을 헝클어뜨리곤 했다. 누군가와 앙칼진 '쇳소리(새소리는 바라지도 않았다)'로 싸워대기 일쑤였다. 난 그녀가 왜 그리고 어떤 이유로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삶이 엉망이란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남을 불쾌하게 하는 목소리의 소유자라면 그 삶 역시 유쾌할 리는 없을 테니까. 

 미국의 심리학자 메라비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메시지 전달에서 '내용'은 겨우 7%밖에 차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93%는? 표정이 35%, 태도가 20%이며, 무려 38%를 차지하는 요소는 바로 ‘목소리’다. 여고괴담 4편의 주제가 목소리였다는데, 목소리는 공포영화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무서울정도로 현실적인 것이다.

  정치의 계절이다. 벌써부터 지방선거로 정국이 술렁인다. 시민들은 곧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정책을 유심히 살펴야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후보자의 사람됨도 중요하다. 인물의 됨됨이를 판별하는 데 있어 '된 목소리'를 적용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온갖 '목소리'들이 넘칠 것이기에 우리는 기준을 정해놓을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제 1호 보이스 컨설턴트인 김창옥씨의 조언은 그래서 의미 있다. 그의 저작 [목소리가 인생을 바꾼다]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권력과 재물, 헛된 명예욕에 빠져 살아온 이들의 목소리에는 공허한 소리가 나게 마련이다."빈 수레만 '텅텅'한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허영심 깃든 영혼도 같은 소리를 내나 보다.

  정치인의 목소리라면 '섬김'의 정신을 살필 일이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들로 속을 채워 국민들을 개도하려 들면서도 정작 자신의 목소리엔 여러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여백이 없는 이들이 적지 않으니 말이다. 어떤 이는 농도 짙은 목소리를 '선사'하려 들것이다. 자신에 대한 과신과 권력에 대한 과욕이 아무도 마시지 못할 '원액'을 만드는 것이다. 선동과 선심으로 무장한 이들이 이와 같을 것이다. 또 어떤 이의 목소리는 청산유수일 것이다. 이런 능변가에겐 '울림의 공식'을 대입해보자. 자신 안에 울림을 남겨 둔 사람만이 다른 이들을 울릴 수 있다. 종교계에서 괜히 종(鐘)을 만든 게 아니다. 뛰어난 이성이외에 감성, 더 나아가서는 영성(靈性)을 지닌자라야 사람과 세상에 울림이 된다.

훌륭한 목소리는 여유롭고 아름답다.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아등바등하는 정치권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그래서 신선하다. 새벽 시장에서 신선한 채소와 고기를 파는 상인들의 목소리를 닮았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진국이다.

너무 어렵다고요? 정 그러시면 좋은 팝송 고르신다고 생각하시라. 사실 팝송을 가사 듣고 고르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다들 가수의 목소리에 반해 팬이 되지 않던가 말이다. 혹시 목소리를 '변조'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하느냐고? 염려하지 마시라. 목소리를 바꾸는 것은 인생을 바꾸는 것이다. 만약 그가 목소리를 바꿨다면 그건 오히려 '복된' 일이다. 목소리엔 의학기술과 발성기법으로 채워지지 않는 영역이 존재한다. 자, 이제 귀를 쫑긋 세우고 정치적 목소리와 연애를 해보는 거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

/임현수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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