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에 이 편지를 바칩니다
스승의 날에 이 편지를 바칩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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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구초등학교(광주시 광산구 운남동) 아름다운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에게...

"소아암 힘겨운 투병 우리딸 주리,/
전학 후 한번도 못 간 학교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이 찾아오셨죠/
5학년 돼 학교로 돌아갈때까지/
변함없는 사랑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내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저희 가족은 지난해 참다운 스승을 한 분 만났습니다. 저희 가족에게 새로운 희망을, 그리고 밝은 모습의 '주리'를 있게 해 주신 분이죠. 그 고마움을 어떻게 다 전해야 할지 몰라 이렇게 글을 띄웁니다.

저희 단란한 가족에게 아픔이 찾아온 것은 주리가 초등학교 2학년이던 해 11월이었습니다. 무릎이 아프다고 해서 병원을 갔더니 소아암이라고 하더군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 뒤 주리와 저의 가족의 힘겨운 투병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주리와 제가 병원에서만 생활한지 2년. 주리도 바깥 세상이 그리웠을 겁니다. 한참 학교에서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놀아야 할 시기 하얀 벽만 보며 병원 생활을 해야했으니까요. 몇차례 수술을 했는데도 주리의 병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더군요.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저희는 이사를 했고, 주리도 전학을 시켰습니다. 하지만 서류만 옮겼지 주리는 학교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던 중 갑자기 학교에서 아이들이 찾아왔습니다. 주리와 같은 반 친구들이라고 하더군요. 주리가 전학을 한 뒤 학교에 한번도 등교를 하지 않았는데 얼굴도 모르는 친구들이 주리를 위로하러 왔습니다. 그 뒤 담임 선생님과 교장, 교감선생님이 직접 집에까지 찾아오셔서 주리에게 힘을 주고 갔습니다.

주리가 전에 다니던 학교도 아닌 전학간 새로운 학교에서 이렇게 따뜻한 친절을 베푼다는 사실에 저는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방문은 주리의 더없는 행복이었으며, 우리 가족의 위안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편으로 전달되는 선생님의 따뜻한 편지와 아이들이 정성스레 쓴 편지는 저희에게 너무나 큰 힘이 되었습니다.

겨울방학 때 4학년 1반 아이들의 방학 숙제는 '주리집 놀러가기' 였다는 사실에 얼마나 놀랐고 감사드렸는지요. 이런 금구초등학교의 따뜻한 관심 속에 주리는 서울대병원에서 수술도 무사히 마쳤습니다. 건강도 많이 좋아졌구요.

금구 초등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의 끊임없는 사랑으로 주리는 5학년이 되던 3월 9일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됐습니다. 주리가 정문까지 돌아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교장 선생님이 주리를 위해서 쪽문 열쇠를 직접 복사까지 해 주시더군요. 학교에서도 주리는 스타입니다. 주리의 목발이며 가방 등을 서로 들어줄려고 아이들이 싸울 정도니까요. 주리와 다른 학년인 학생들도 주리에게 모두 아는 체를 하며 반갑게 맞이한답니다. 선생님들의 관심은 두말할 나위 없구요.

3년만에 되찾은 주리의 학교 생활은 즐겁기만 합니다. 선생님께 이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요. 작년에 교단에 첫발을 내딛으셨다고 하셨지요? 선생님을 보면 좋은 스승이란 경력으로 평가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진실된 마음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자 하는 그 마음 영원히 간직하셨으면 좋겠어요.

이 세상에 선생님 같은 분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보고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주리도 선생님이 되고 싶대요. 우리 주리에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실 선생님 같은 모습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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