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오염지수...'오늘은 부패 비등점'
광주 오염지수...'오늘은 부패 비등점'
  • 채복희
  • 승인 2006.04.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소의눈]채복희 편집장
조폭 영화 '가문의 영광'에 이어 '가문의 위기'가 흥행에 성공했다. 그리고 '가문의 영광' 2탄이 제작에 들어갔다. '장군의 아들'이 우리 조폭 영화의 원조격이라면 이후 히트한 아류가 '친구' '신라의 달밤' '달마야 놀자' '달마야 서울가자' '조폭마누라 1, 2' '두사부일체' 등등이라 하겠다.

조폭영화와 광주 현실

'장군의 아들'은 깡패끼리 서로 목숨걸고 지켜주는, 의리라는 순정파적 정서에 애국심을 적당량 버무려 조선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반면 가문의 영광... 류는 코믹물이다. 쌈박하고 재밌는 영화를 좋아하는 요즘 취향을 반영했고 대체로 2~3백만명의 관람객이 들어 제작자들도 괜찮았던 성 싶다.

마피아나 야쿠자와 같은 세계를 소재로 한 갱스터 무비 중 워낙 잘 알려진게 '대부'다. 이런 영화를 보면 위대한 배우라는게 과연 있긴 있구나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말론 브란도 때문에 그만 마피아를 좋아한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코미디로 만든 우리의 조폭 영화는 재밌는 요소들을 군데군데 잘 배치해 관객들을 실실 웃게 만들고 간혹 배꼽잡게도 해준다. 목젖이 나오도록 웃기는 영화, 그 얼마나 재밌는가.

감동을 주든, 멍청하게 웃게 만들든 영화 속 깡패들은 나름의 룰이 있다. 형님 말에는 절대 복종, 조직 우선, 쌈잘하는 순서대로 서열 삼기 따위 등등 뭐 많다. 그런데 조폭영화도 한국식이 따로 있다. 무슨 말이냐면, 딸을 엘리트 청년과 결혼시키려는 가문의 영광에는 '출가외인'이라는 등식이 있고 반면 조폭 집안의 기둥 큰 아들이 사랑한 사람이 여검사인 가문의 위기에서는 제목 그대로 그것이 위기로 설정된다. 하필이면 검사를 사랑한다니? 어떻게 (내 집안 사람으로) 그런 며느리로 맞을 수 있나.

그러니까 가문의 영광과 위기를 만든 이야기 구조의 의식 바탕에는 한국의 가부장제가 자리한다. 그건 그렇고 나머지 이야기 구조는 어디까지나 그들만의 세계 속에서 짜여진다. 정리하자면, 조폭은 지하세계에 속해 있다. 음지에서 눅눅하게 기생하는 그들은 결코 양지로 나올 수가 없다. 양지는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가 아니다. 자외선을 머금은 맑은 햇살이 병균을 바싹 말려 죽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돈세탁을 하고 양지쪽의 세계로 건너가는 통로로는 이른바 지하경제라고 하는 사채업이나 보호를 명분으로 한 유흥업소 이권 개입 뭐 이런 '감염(경)로' 정도가 있겠다. “못받은 돈 받아드립니다” 라는 광고도 있었다. 협박을 대신해 주고 먹고 살기도 한 모양인데 물론 양지의 법은 이를 철저히 금하고 있다.

조폭이 넘어서는 안될 경계

그런데 조폭 영화에 색다른 설정 하나가 끼어 있다. 조폭이 양지쪽에 슬쩍 다리를 걸치려고 한 방법으로 '00법인...'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가문의 위기에서 돈많은 법인 이사장 신현준 큰형님은 복지단체에 기부금을 잔뜩 내놓고 사랑하는 여검사 김원희의 관심을 끈다. 조폭도 돈 많으면 좋은 일 한번 할 수도 있다. 다만 법인체가 조폭의 외장을 꾸며주는 위장복으로 등장했다는 것이 좀 걸린다.

영화 속에 여검사를 사랑하는 남성 검사는 마지막에 깡패들과 꼼수를 쓰다가 낭패를 당한다. 그 문제에 대해 검사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말은 없었다. 시민의식의 성숙함을 반영했음이다. 그러나 깡패가 재단 이사장으로 등장한 것은 좀 찝찝하다. 조폭이 넘을 수 없는 경계를 넘은 것이다. 물론 코미디라서 현실에서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즉 그것조차도 희극의 한 요소로 보면 된다.

그런데 그 희극이 오늘 광주광역시에서는 현실 속에서 그대로 일어나고 있다. 조폭 류의 인물이 양지로 나와 행세하고 있다. 언론사 회장을 자처하면서 공갈, 협박, 폭력을 휘둘렀다. 그런 세균이 양지에서 번식한다. 살균력 강한 맑은 자외선은 왜 비치지 않나. 햇살이 비치면 그런 일이 없을텐데. 그것은 결국 남극에 오존층 구멍이 뚫린 것처럼 광주가 오염되어서이다. 비록 육안으로 확인할 순 없지만 우리가 사는 이 도시의 정신적, 내적 오염지수는 '오늘은 부패 비등점' 임을 가리키고 있다.

/편집장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