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특집- 지역리더쉽 죽이기
5.18 특집- 지역리더쉽 죽이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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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시민권력' / 누가 이어갈 것인가/ (上)지역리더십 죽이기/ '광주공동체' 경험 생생한데/ 그 당당함 어디 갔는가/ 정치·행정·사회적 지도자 따로따로/ DJ와 운명적 결합…지방권력도 책임못져 / 지역원로 상징성 상실·대안세력 부재 한계// 광주시민들은 주체적으로 권력을 가져본 경험이 있다. 80년 5월 '시민권력'이 그것이다.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광주는 그 이후 지금까지 그날의 경험을 계승 발전 시켜오고 있는가. 2001년 5월, 리더십의 문제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방자치시대, 특히 내년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지역리더십 확립은 더욱 절실한 과제다. 이에 본지는 '80년 시민권력, 누가 이어갈 것인가'란 주제로 '지역리더십 죽이기'와 '진정한 부활을 위하여'란 기획을 두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주> "정권에게 요구할 것이 있고,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은 지역책임 패러다임시대'<시민의 소리 3월 9일자 보도>임을 주창하는 정근식 교수(전남대 사회학과)가 정권교체이후 지역사회, 특히 지역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이 풀어야할 과제로 제시한 것이다. 실제로 정권교체이전까지만 해도 호남인들은 크게 세가지 목표를 추구해왔다. 첫째는 지역발전 불균등 해소, 둘째는 김대중정권 창출, 셋째는 살맛나고 긍지를 느끼며 살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 등이었다. 그러나 지난 97년말 정권교체로 두 번째 목표는 실현됐지만 지금까지 첫째와 세 번째 목표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지역사회는 역차별에 대해 정권에 당당히 요구하지도 못하고 지역비전에 대해서 스스로 해결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교수의 주장이다. 오히려 우왕좌왕하는 리더십 부재현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지역사회의 현실이라는 것. 정교수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지역민들이 리더를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자기결정력을 특정 정치인에게 완전히 양도한 결과 지역정치인과 행정가들이 주민들에게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과 함께 정치권과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할 사회적 리더십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시민후보'의 도전과 좌절 사실 87년 평민당 창당이후 호남에서의 정치적 리더십은 정치인 김대중과 그가 이끄는 이른바 'DJ당'에서 완전히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지방자치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지방의원과 민선단체장까지도 특정 개인이나 소수 대의원들에 의해 선택되는 상황이 그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예컨대 88년 4.26총선을 앞두고 당시 운동권세력이 이른바 '100인위원회'를 통해 정상용(5·18민중항쟁청년동지회 회장 역임)·박석무(호헌철폐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역임)씨를 당시 김대중총재에게 요구해 국회의원으로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이어 91년 지방의회 선거에서는 당시 광주지역 40여개 재야운동단체의 결집체인 '민주연합'이 조직적인 논의를 거쳐 DJ로부터 무공천이란 형식을 통해 오종렬(전교조 위원장 역임, 현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상임의장)·이윤정(5항동 회장 역임, 현 민족민주열사추모사업연대회의 공동대표)·안성례씨(현 시의원) 등을 무소속으로 당선시켜 시의회에 진출시켰다. 또한 지난 99년 남구청장 보궐선거에서는 시민단체들이 추대한 이른바 시민후보인 정동년씨를 민주당에 입당시켜 당선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DJ와 측근들은 그때마다 탐탁치 않게 여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쩔수 없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88년에는 인기투표식 표결요구를 했는가 하면 지난 99년 남구청장 당선이후에는 한화갑 의원이 "5월몫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식의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킨 것이 그 반증이다. DJ와 운명공동체론의 명암 DJ의 입장에서 '도전과 반란'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일 때는 철저히 무시했던 것도 이같은 연장선이라는 해석이다. 지난 92년 4.13총선에서 DJ와 정면으로 대립하며 광주 동구에서 재야단체에 의해 이른바 시민후보로 추대돼 출마한 이문옥 전 감사관, 95년 민선 1기 선거에서는 광주시장후보 경선에서 일부 5월·재야단체로부터 이른바 단일민주후보로 추대된 고 명노근교수가 대표적 사례다. 특히 지난 98년 광주시장 경선에서 이른바 '1000인위원회'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시민여론에 위배되는 후보를 선출했다는 강력한 반발에 대해서도 당시 DJ가 들은 척도 안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사실 이같은 정치적 리더십은 지역민들의 선택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DJ와 운명공동체론이 그것. 바로 70년대 시작된 정권으로부터의 소외, 80년의 고립과 그 이후 계속된 지역차별은 걸출한 동향정치인 김대중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지역민들에게 신념화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좀 심했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다. 철저히 발이 묶여 버린 것이다. 국민의 정부들어서도 지역사회와 지역의 리더그룹이 정당한 요구는 물론 건전한 비판마저도 자제한 채 끙끙않고 있는 형국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물론 DJ와 함께 동지적 관계를 맺었던 5월단체와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대안세력으로 자리잡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역리더십 부재현상의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5월단체의 경우 80년대부터 누구보다 앞장서 '80년 광주'의 지향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해왔지만 상징성만 앞세운 채 스스로 '당사자주의'의 함정에 빠져 지역민과 함께하는데 한계를 드러냈다. 바로 5월에서 출발, 매시기마다 나라와 민족이 나아가야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원로가 있는가 5월단체 원로들만해도 그렇다. 이른바 '5·18 1세대 원로'로 인식됐던 홍남순 변호사가 5월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김영삼정부 지지선언을 하는 바람에 반발을 샀던 경우가 대표적이다. 특히 93년 5·18기념재단 설립과정에서 5월단체간 이견을 조정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구성된 이른바 '9인 원로그룹'도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즉, 조비오신부, 강신석목사, 송기숙·명노근·이광우·김동원 교수(이상 전남대), 문병란 조선대 교수, 윤영규 5·18재단 이사장, 이기홍 변호사 등 9인 원로그룹은 당시 5월단체간 중재를 해결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지도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 또한 95년이후 망월동 신묘역 조성과 5·18재단 출연금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송언종 광주시장의 요구로 다시 소집된 9인 원로들은 당시, 두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민주열사묘역 조성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인 신묘역에 민주열사 37위를 이장하는데 반대했던 유가족 등을 설득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특히 97년 대선을 앞두고 원로그룹 일부가 당시 정치권의 요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광주평화선언'에 동참하면서 결정적으로 젊은 세대는 물론 지역민들에게 신뢰를 잃는 등 원로들의 상징성을 실질적인 지도력으로 연결시키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90년대 초반부터 성장한 시민운동세력도 마찬가지다. 사실 광주의 시민운동은 90년대 초반 광주시민연대회의가 5·18성역화 사업에 적극 개입하면서 시민들에게 시민운동이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통해 시민운동세력은 그동안 지역사회 현안 전반에 대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집단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시민없는 시민운동, 전문성과 조직력 부재 등의 지적을 받고 있어 대안세력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이들 원로그룹과 시민단체들은 지역리더십 확립을 위해 분명히 극복해야할 '김대중'이라는 벽을 결코 넘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역원로그룹이나 시민단체들이 정권교체이전은 그렇다치더라도 국민의 정부들어, 특히 최근 일부 노동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김대중정권에 대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것과 달리 대부분 모른척하고 있다는 점이 그 반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80년 시민권력'은 누가 가져다 준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남녀노소와 신분의 높낮이 없이 광주시민 모두가 하나되어 '해방공동체'를 이뤘다. 오늘의 현실을 놓고 볼 때 그래서 '광주'는 계속되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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