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한 광주강금실 론'
'허무한 광주강금실 론'
  • 채복희
  • 승인 2006.04.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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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눈]채복희 편집장
"신문에 실린 날 처음 조모란 사람을 알게 되었다"

광주시장 출마를 선언한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을 두고 한 지인이 한 얘기다. 그 분은 매체를 통해 정가 진단을 할 정도로 평소 정치적 사안에 대한 관심이 크고 날카로운 안목을 가진 분이다. 그런데 그 분의, 열린우리당 광주광역시 후보로 당이 내세우고 있는 인물에 대한 정보가 바로 그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대체로 광주시민들도 그 정도를 벗어나지 못한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5일 광주에 온 정동영 당의장은 "우리당은 연초까지만 해도 희망이 없는 정당, 지방선거가 끝나면 지탱이나 하겠느냐는 한심한 얘기들이 있었지만 5.31선거를 앞둔 시점에 희망을 보고 있다"며 그날 서울에서 출마를 선언한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광주의 조 전 실장을 치켜세웠다고 한다. 강금실 전 장관을 시장후보로 맞이한 서울은 꽃바람이 부는 모양임이 분명한 것 같으나 광주는 스산한 겨울바람이 불고 있는 줄 당의장은 모르고 있을까.

기왕에 마음을 굳힌 강금실 후보는 대중적 인기도 인기지만 사실 강점을 많이 지닌 사람이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것만으로도 강금실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양성계급 구조를 이미 갈파했을 것이다. 제2의 성으로 남성 뒤에 쳐져있던 한국 여성은 더군다나 가부장권위가 뻣뻣했던 20세기 후반을 살아오면서 계급 모순을 온몸으로 깨우친다. 그 초견성(初見性) 이후부터 그 외 다른 모순들은 즉각 해득된다.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내면 다른 여타 방정식이 쉽게 풀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강금실은 또 판사, 변호사, 법무부장관을 지냈다. 필시 평생 판사만 하면 볼 수 없는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는 또 이혼을 한번 해본 사람이다. 결혼과 이혼을 겪으면서, 서로 다른 세계를 넘나들면서 자기와 다른 입장에 있는 타자에 대한 이해가 훨씬 넓혀졌을 것으로 보인다. 좀 색다르게 한춤을 배웠는데, 이것을 우습게도 이명박 시장의 경우는 "춤추는 시장…"운운해 문화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좀 어이없게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가 안정을 찾아갈 무렵 유럽 사회에서는 타자에 대한 관심으로 새로운 사유의 지평을 열었고 그것은 여성, 장애인, 유색인, 제3세계인 등 소수약자의 권익돌려주기로 이어졌다. 내가 남이 되어 역지사지(易地思之) 하지 않으면 어떻게 그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가 양심적 지식인들의 선언이었던 것이다.

장애인의 날 그날 하루만이라도 장애인이 되어 보면 그들의 고충을 알게 되고, 명절 때 고스톱만 치는 남편들이 그날 하루 아내의 역할을 맡아보면 그 노고를 깊이 깨달을 것이다. 성공한 하인즈 워드를 보며 혼혈아에 대한 배려를 허겁지겁 생각하기 앞서 성공하지 않았던 시절의 불우했던 워드가 되어 보아야 진정한 해결이 가능하다.

고심한 흔적있나

서울시장 후보에 강금실을 부른 열린우리당은 기고만장할 만하다. 그런데 광주에서는 그런 노래를 부를 입장이 못된다. 지금까지 어쨌길래 노무현 대통령 태실(胎室)이 있는 광주에서 열린우리당이 이토록 맥을 추지 못하게 되었나. 국회의원들도 여당만 득실득실 하지 않는가. 온갖 꼼수 쓰는 소리와 닭짓이 난무하면서 광주 선거바닥은 아주 난장판이 된 형국이다. 결국 이름 석자도 낯선 후보 들여보내고 선거를 치러보겠다고 한다. 강심장인지, 무뇌적 발상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이곳에도 '광주강금실' 정도 내세워라. 그런 공들임 없이 광주에 함부로 발을 딛으려 하지 말라. 민주당이 자신만만하게 굳히기 전략으로 갈기 휘날리며 뛰고 있는 한복판에 내보낼 대응마를 과연 고심 한번 이나 제대로 하고 내놓았는가. 이제 와서 사람이 있었네, 없었네 하는 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다. 대통령은 임기 2년 남았고 지금 뽑는 자치단체장은 4년이 간다. 이제 겨우 민주화된 사회로 들어서 걸음마 떼가고 있는데, 지방선거 후보자 결정은 절름발이 꼬락서니를 연출했다.

광주에서 평생 살고 죽으면 이 곳에 뼈를 묻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지방선거를 대하는 시선은 진중하다. 광주 출신, 광주에서 학교다녔음 이런게 문제가 아니라, 광주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산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의 삶이 행복으로 향해 가고 미래도 꿈꿀 수 있어야 그것이 진짜 사는 것이지 저렇게 더러운 꼴 언제까지 봐야 하나, 이놈의 나라 안 망하나 이러면 어디 그게 사는 것인가. 5.31지방선거, 우리 목을 쥐고 있는데도 이렇게 허무하고 썰렁할 수가 있나. 열린우리당, 광주에서 허무개그 하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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