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캐리어 노조원 폭행' 사과했다-녹취록 공개
경찰, '캐리어 노조원 폭행' 사과했다-녹취록 공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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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 한씨 가족 경찰 사과문 공개/ "죄송하다" 녹취록 수차례 반복/ 경찰 스스로 폭행 사실 입증/ "대외적으로 다른 말 해도 양해해달라" / 진상 은폐 노력도 뒤받침/ 한씨, 당시 폭행 경찰 얼굴.이름도 기억/ 캐리어 하청노조원 한승육씨(34)에 대한 경찰폭행의혹을 풀어줄 정황적 증거자료가 한씨 가족들에 의해 공개됐다. 이들 자료는 경찰의 폭행사실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은 물론 진상 은폐사실까지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한씨가 당시 연행된 봉고차 안에서 자신을 직접 폭행한 경찰의 이름과 얼굴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경찰의 폭행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한씨 가족들은 광주 광산경찰서측이 한씨의 일을 조용히 마무리하자며 사과의 뜻으로 작성한 사과문 초안 사본을 공개하는 한편 폭행사실에 대해 '인간적으로 사과한다'는 취지의 경찰 간부의 발언이 녹음된 테이프와 녹취록도 함께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사과문은 지난달 30일 저녁 8시 30분께 광주시 동구 학동 베네치아 레스토랑에서 광산서 수사과장과 강력 2반장, 한씨의 큰형, 넷째형이 만난 자리에서 가족측이 '경찰의 선 사과, 후 배상 및 향후 치료 책임'을 요구한데 따라 강력 2반장이 자필로 초안을 작성한 것이다. 사과문 초안의 전문은 '00년 0월 0일 00에서 발생한 대우캐리어 사건과 관련하여 노사갈등 과정에서 한승육(남·34세)을 경찰이 대우캐리어로부터 신병을 인계받아 호송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사태가 발생한데 대해 본인과 가족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강진성 서명' 으로 되어 있다. 한씨의 큰형 승국(48)씨는 "광산서장은 공인이기 때문에 포괄적인 사과문을 쓰고, 당시의 자세한 폭행사실이 담긴 사과문은 강력 2반장이 쓰기로 했다"며 "강력 2반장이 '서장의 사과문을 이런 내용으로 쓰면 되겠느냐'며 식당 메모지 앞뒷면에 초안을 써 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날 밤 12시께 강력 2반장이 전화를 걸어와 '내부사정으로 약속을 할 수 없다'고 전해왔으며, 결국 광산경찰서장의 사과문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씨 가족은 이어 지난 4일 광산서측 요청으로 시내 한 호텔 커피숖에서 다시 만난 광산서 수사과장과 강력 2반장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와 녹취록도 공개했다. 1시간20분 분량의 녹취록에는 수사과장의 '죄송하다'는 말이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 다음은 녹취록 일부. 한승국(한씨의 큰형) : 내가 수사과장 이름을 잘 모르는데, 존함이, 박성준(수사과장) : 예, 예, 저 박성준 입니다. 한승국 : ... 인간적으로 때린 것에 대해서 미안하다고 생각하시오 ? 박성준 : 미안하다고 생각 합니다. 한승국 : 그게 진심이요? 예? 우리 동생 때린 것 인정하시지요? 진심으 로 사과해주세요, 또 돌아서서... 내심정이 한번 돼 보세요. 박성준 : 죄송하다는 그 말씀입니다. 한승국 : 인간적으로 인간적으로 호소 해야지. 방어막을 치고, ... 그런 께 머리 굴려갖고 안되니까 또 오고... 박성준 : 그건 아니고요. . . 한승국 : ...인간적으로 그렇게 사과를 한다면, 아까도 말씀 하셨듯이... 박성준 : 그렇게 하고... 돈 말씀 드린대로 십시일반 모아서 치료비 대 고, 근디 이것이 치료비가 많이 나올건대... 녹취록에는 또 진상은폐하려는 경찰측의 노력 흔적도 보인다. 다음은 녹취록의 마지막 부분이다. 박성준 : 제가 말씀을 드리는데, 내일 뭐 뭐 공식발표를 하는데, 이것 하 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알아줘요, 또 뒤통수 친다고 생 각하지 마시고, 혹시라도... . . 박성준 : 제가 한마디만 해놓고 갈께요. 제가 대외적으로는 뭔 뭔 뭔소리 를 해도 양해를 좀 해주시오. 한승국 : 그말이 뭔 말이여? 박성준 : 대외적으로 대외적으로 우리가 뭔 이러한 사실이, 여기를 겨냥 한 것이 아니고 민주노총을 겨냥해서, 한승국 : 피해자가 합의 했다고? 박성준 : 아니, 한승국 : 그게 뭔 말이여? 박성준 : 대외적으로 우리는 이것을 사실은 있는데 우리가 이렇게 떠든다 이런말을 해도 양해 좀 해주시오. 한씨 가족측 : 대외적으로 안때렸다고 얘기한다고 해도 이해해 주시오 이 말이여 ? 박성준 : 아무튼 그것은 양해를 좀 해 주시라 그말이에요. 결국 수사과장의 '내일 공식발표'와 '대외적으로 뭔소리를 해도'는 다음날 5일 전남경찰청 홈페이지에 올려진 '캐리어 하총노조 불법파업 관련 진상'이란 글을 염두에 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날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이 아닌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경찰이 한씨를 폭행했다는 일부 노동단체의 주장은 허위이며,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국민여론을 호도하여 경찰명예를 훼손, 공권력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당시 기동대차 안에서 한씨를 직접 폭행한 경찰의 신원도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선대병원에서 입원 치료중인 한씨는 "봉고차 안에서 형사가 어디 사느냐고 묻길래 풍암동에 산다고 했다. 형사는 자기도 풍암동에 산다면서 '너 이근안을 아냐, 내가 풍암동 양근안이다'며 헬맷을 쓴 내 머리를 쇠파이로 때렸다"고 말했다. 광산경찰은 이와관련 "당시 기동대 봉고차량에는 강력 2반과 형사 3반 형사 11명이 체포조로 드나들었다"고 밝혔으며, 실제 양씨 성을 가진 사람이 강력2반과 형사3반에 있음이 확인됐다. 한편 사고발생 열흘이 지난 뒤에야 자료를 공개한 배경에 대해 한씨 가족들은 "조용히 해결하자는 경찰의 뜻에 따랐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동생을 간질환자로 몰아가는 억지주장까지 펴는 것을 보고 공개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한씨 가족들이 관련 경찰들을 폭행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혀 경찰폭행진위를 둘러싼 파문은 법정소송으로 비화돼 갈수록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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