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는 단지 설정용?
'토론회'는 단지 설정용?
  • 정현주 기자
  • 승인 2006.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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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닷컴]
열린우리당은 전국 16개 시도에서 개최된 '국민과의 정책 데이트(이하 정책데이트)'에 지난 6일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마련하는 정책투어' '지역주민과의 쌍방향 대화'로 의미를 뒀다.

그러나 지난 21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정책데이트는 정책정치를 표방한 정치마케팅의 변주곡이었다. 현장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열린우리당의 당초 취지와 달리 정책간담회는 진지한 결론 없이 '한나라당 공박'과 정치적 구호로 채워졌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조성사업과 관련, 준비된 토론회는 단지 설정에 불과했던 것.

이날 참석한 정동영 당의장은 "이중잣대는 불공정"이라며 '이해찬-천정배'를 겨냥한 한나라당의 공격에 '이명박-최연희-박근혜' 카드로 역공을 퍼붓는데만 열중했다. 김한길 원내대표 또한 '특별법 통과'를 공언하면서 "이명박 시장은 시장직을 당장 내놓고 이민이라도 가야한다"고 공박했다.

당 지도부는 '특별법 통과 약속'만을 에둘러 말하고는 정작 메인메뉴인 토론회가 시작되자 중간에 일어섰다. 서둘러 자리를 뜬 당의장과 원내대표를 따라나서는 이들로 장내는 한산한 모양새가 연출됐다. 행사장 바깥에서는 '선거용' 사진촬영에 분주한 상황이 연출된 데 이어, 토론회장은 시간 부족을 이유로 참석자들의 발제 행렬로 분주했다.

토론회는 조성사업에 참여했거나 참여중인 이들로만 구성해 패널들의 다양성마저 확보하지 못했다. '문화중심도시 육성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 내용 또한 시간에 쫓겨 깊이있는 이야기로 확대되지 못하고 지정토론자들의 '5분 스피치'로만 채워진 것.

한 참석자는 "지역 현안을 여러 각도에서 접근하지 않은 채 발제자 선정 자체부터 이미 제한을 둔 토론회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면서 쓴소리를 뱉었다. 다른 참석자 또한 "선거를 앞두고 지역에 얼굴만 비추고 떠나는 당지도부나 '특별법 통과 약속'만 말하는 집권당이 책임감 있게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토론이 끝나자 '광주지역 숙원사업'을 논의하는 자리로 이어졌다. '효율적인' 간담회 진행을 위해 구청장 후보를 비롯한 광역의원 예비후보들이 사전에 질문을 제출한 상태.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질의를 받고 그에 대한 대책을 원론적인 수준에서 펼쳐놓은 정도였다. 이렇게 진행된 순서에 한 광주시당 관계자는 "아는 사람에게만 마이크를 주냐"며 항의하기도.

'정책정치'라며 타당과의 '차별화'를 주장한 집권여당 또한 선거철을 앞두고 내실보다는 '대외용' 이미지에만 급급한 것은 아니었는지 따져봐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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