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식"의 역사를 위하여
"새 인식"의 역사를 위하여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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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신일섭 호남대 인문사회과학대학 교수
요즘 한국현대사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학계 뿐만 아니라 현대사에 관심있는 많은 일반 사람들도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월에 발간된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을 계기로 그 전에(1980년대) 이미 출간되었던[해방 전후사의 인식]과 비교하여 여러 논쟁과 논의들이 시작되었다. 지나간 과거의 역사 그것도 특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당대와 바로 연결된 현대사에 관한 논의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며 자칫 잘못하면 많은 오해와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필자도 대학시절 [해방 전후사의 인식]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된 진실과 사실들에 대한 감흥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특히 당시 송건호 선생과 백기완 선생 등 양심적인 지식인과 운동가들의 글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혼탁했던 해방 전후의 역사를 그 책에 의해서 진실과 사실이라는 잣대로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었다. 역사적인 사실(fact)은 실제 일어났거나 현재 일어난 일이며, 진실(true)은 거짓이 아닌 것을 말한다. 사실 속에는 거짓이 있을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사실은 왜곡과 거짓을 위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된 사실만이 진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역사에서는 참된 사실과 진실만을 추구한다.

민족 분단 이후 남쪽이나 북쪽 모두 분단의 고착화를 통한 적대적 공존 속에서 정치적 기득권의 유지와 그 팽창의 역사가 주류를 이루었다. 달리 말하면 남쪽에서는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 발간되기 까지 30년 동안 분단시대의 그 정당성과 우위성만을 강조해 오면서 왜곡된 허리 잘린 역사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해방 전후사의 인식]의 출간은 해방 전후의 역사적 사실과 진실을 새롭게 조명한 것이다. 그동안 잊혀지고 파묻힌 진실과 사실을 용기있게 밝혀낸 것이었다. 때문에 당시 지식 사회에 상당한 충격과 영향을 주었다.

1980년대 [해방 전후사의 인식] 이후 한국의 역사는 반독재 투쟁과 민주화 운동 그리고 개혁의 시대였다. 1987년 6월 시민항쟁 이후 지금까지 20여년 가까이 우리는 민주화와 개혁의 격변기 시대를 맞이하였다. 노무현 정권의 ‘참여 정부’는 민주화 개혁시대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민주화와 개혁의 시대 우리는 진보와 보수의 날카로운 대립을 경험하기도 했다. 숨가쁘게 개혁을 진행하면서도 때로는 그 허상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다행히 역사의 후퇴를 되풀이하지 않았다. 아직도 보수와 진보의 팽팽한 긴장의 고삐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 발간된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은 지난 20년 사회변화와 밀접하게 얽혀있다. 다시 말하면 [… 재인식 ]은 지난 20여년 동안 전개된 민주화와 개혁의 긴 여정에 대한 실망과 피로감의 반작용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 허리 잘린 남쪽만의 우파적 역사를 교정하고 새롭게 변혁하려는 노력의 소산이었다면 이번에 발간된 [… 재인식]은 좌파적 경향의 현실에 대한 반발과 분노, 다양한 역사해석의 탈근대적 패러다임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해방 전후사의 인식]과 [… 재인식]의 입장을 좌우파의 정파적 시각으로만 보는 것도 위험한 단순화이다. 그 안에는 민족과 이념, 정파를 넘어 사실과 진실의 입장에서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실과 진실은 항상 새롭게 쓰여질 수 있다. "모든 역사는 현대사이다"라는 이탈리아 역사 철학자 크로체(B. Croce)의 말대로 모든 역사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현재 살고 있는 현실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앞으로 '인식'과 '재인식'을 넘어 새롭게 인식하는 역사적 안목의 확대가 필요하다.

/신일섭 호남대 인문사회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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