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와 새만금
한국야구와 새만금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6.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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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 눈]
한국야구가 일본을 두 번 연속 물리치면서 4강진출을 확정지은 날, 한 쪽에서는 대법원이 새만금 공사를 계속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1991년말 노태우 정부에 의해 처음 시작된 새만금 공사가 4년7개월여의 법정다툼 끝에 사법부가 정부와 개발론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순간이다.

판결 이후 한쪽에서는 그 간의 잡음과 갈등을 뒤로하고 새만금에서 조국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며 환호성이 울렸으며, 다른 한쪽에서는 환경파괴로 후일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묵시론적인 비판이 엇갈리며 판결 이후에도 극심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법률적 판결이 무조건 옳은가

솔로몬이 살아온다 해도 양측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판결을 구하기는 힘이 들겠지만 ‘정책적인 관젼에서가 아닌 ‘법률적인 관젼에서의 판단이라는 사법부의 결정을 얼마만큼 존중해야 하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소수의견을 비롯해 사법부의 고심어린 흔적도 없지 않았으나 새만금이 전북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 세계적인 사안임에도 처분의 환경영향권 안에 있지 않다며 환경단체를 원고부적격 판결을 내린 일이라든지, 앞으로 정부가 여건에 맞춰 고심하라는 대목은 판결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면피성 발언으로도 들린다.

사법부의 판결이 내려진 마당에 이제 와서 물막이 공사로 인해 죽어갈 생태계의 비명과 환경 재앙을 걱정하는 것은 이미 때늦은 일이다. 노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갯벌과 환경의 보전을 위해 새만금 사업은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가 대통령 후보가 되자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말을 바꾼 것을 두고 뒤늦게 따지는 것도 모두 부질없는 짓이다.

마찬가지로 16년이 되도록 사업이 파행을 거듭해왔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국책사업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투덜거려봤자 입만 아픈 소리다.
언제 정치인들이 뒷일까지 걱정하면서 '사고'를 쳤던가. 새만금 사업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순수하게 믿을 수 없게 만든 이들이 누군가. 선거 때마다 '새만금'을 들고 나와 호남인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며 들큰한 기대감을 심어주었던 이들이 누구였던가.

막아놓고 보자는 식은 안돼

세계에서 5번째 안에 든다는 희귀한 갯벌을 망가뜨려 골프장을 비롯한 레저단지를 짓겠다는 계획도 야심 차고(?) 수입 개방으로 쌀값이 곤두박질치면서 버려진 논에 잡초만 무성한 터에 농지로 개발한다는 것도 이치에 안 맞는 것 같고 텅텅 빈 공업단지를 두고 넓고 큼직한 공업단지를 짓겠다는 소리도 괴상하게만 들린다.

정부의 안대로라면 이제 곧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할 새만금은 새로운 기로에 서 있다. 새만금 사업이 정치권력과 건설업체, 지역주민이 함께 추진하는 '정치적인 사업'이라고 해도 좋다. 제발이지 어떤 계획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수경 스님의 절규대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엑셀레이터를 밟는 일은 잠시 멈춰 두고 뭣을 하자는 것인지 속 시원히 알기나 했으면 좋겠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여 나중에라도 다시 물막이 댐을 무너뜨리고 새만금 사업을 백지화 한다고 했을 때 오늘의 판결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조정 능력과 정치력을 잃고 무기력하게 사법부에게 짐을 떠넘긴 행정부는 물론이다.

한국 야구의 선전만큼 정치권도 열과 성의를 다하는 자세로 새만금 문제를 풀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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