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트렌드에 맞춰 옛것도 변화하고 있다. 웰빙과 로하스 '열풍'으로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데다 전통적인 것을 실생활로 끌어오려는 노력이 높아진 것이 그 이유.
만드는 것도, 만져보는 것도
조심스러웠던 한지공예 역시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변화했다. 상무지구 프리미엄 아울렛에 위치한 '한지랑'에서 생활 속으로 들어온
한지공예품을 만났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공예품이 찌그러지지 않느냐는 거고 다른 하나는 물에 젖지 않을 만큼 강하냐는 거죠.”
한지랑 대표 광음(37)씨가 찻물이 떨어진 공예품 탁자를 보며 말했다. 마감재까지 꼼꼼하게 칠한 공예품은 억지로 압력을 주거나 칼로 흠을 내서 물이 들어간 경우가 아니라면 모양에 큰 변형이 없다. 한지공예품은 흔히 만든 사람의 정성과 쓰는 사람의 마음으로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고 하는데, 사용 중에 겉면을 보수하는 덧칠을 해주면 더 오래 곁에 둘 수 있다.
건축업계에 종사하다 탈색한지공예의 매력에 첫눈에 반한 광음 씨는 특히 내구성에 초점을 맞춰 공예품을 제작한다.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거의 가구 수준.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던 다탁(차 마시는 탁자)과 의자는 광음 씨의 대표작으로, 80kg의 하중까지 견딜 수 있다. 왠만한 성인이 올라가도 튼튼하다는 이야기.
그렇게 만들자면 내구성에 좀 더 신경을 써야하기에 작품 전체를 종이로 만들 수는 없지만 이런 곳에서 또 하나의 매력을 발견 할 수 있다. 바로 정해진 틀이 없어 응용할 수 있다는 것. 내부는 튼튼해 오래 쓸 수 있지만 겉모양이 노후한 물건이 있다면 겉면에 한지를 붙여 재탄생 시킬 수 있다.
▲ 한지랑 대표 광음(37)씨 ⓒ김경대 | ||
창업아이템으로도 훌륭해
지난 2004년 문을 연 한지랑은 현재 100여명에 이르는 수강생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방학 때는 체험학습을 하기 위해 나온 학생들로 인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 탈색에 중점을 둔 공예이기 때문에 탈색기법에 따라 공예품의 가치가 달라지지만, 처음 배우는 사람도 원하는 작품에 도전해 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참여한다.
교육과정으로는 기존의 작품들을 만들어보는 초급, 중급과정과 사범과정이 있다. 사범과정에 오르면 다른 수강생들을 가르치며 배웠던 과정을 되새겨보고, 새로운 창작물을 전시회에 출품해 볼 수 있다. 이 단계를 거치면 후에 한지공예방을 운영할 수 있다.
최근에는 대학에 관련학과가 신설되어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한지라는 종이 자체부터 공예품까지 연구하는 이 학과에서는 친환경적인 양초나 납골 도자기 등도 개발해냈다. 우리의 것을 생활에 접목 시키려는 노력에서 탄생한 것들이다.
이렇게 발전하고 있는 한지공예이지만, 우리 고유의 종이인 한지가 외국에서는 일본의 것(Japanese paper)으로 통하고 있다는 것이 아쉬운 점으로 다가온다. 생활 속에 공예품을 들여놓았던 노력만큼, 이제는 해외로 눈을 돌려 고유의 멋과 실용가치를 알려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