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쟁점과 과제
광주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쟁점과 과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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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좌담]
지난해 12월 아시아문화전당 당선작이 선정되면서 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다. 이에 따라 다소 추상적인 수준에서 논의됐던 이전의 분위기와 달리,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입장과 견해의 차이에서 비롯된 다양한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시민의 소리]는 특정 입장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지 않으면서도 독립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갖고 있는 네 명의 ‘현장통’들에게 ‘쟁점과 과제’를 들어봤다.(사회:이정우 기자, 김경수:김, 방극만:방, 나의승:나, 박성배:박) 편집자 주

참석자김경수(향토지리연구소장)방극만(사직문화사랑 추진위원장)나의승(재즈 칼럼니스트)박성배(사진가/독립영화감독) 사회 : 5.31지방선거를 다뤘던 첫번째 좌담에 이어 이번 시간에는 광주문화중심도시의 쟁점과 과제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다루고자 하는 논의 '아시아문화전당' '시민참여' '전당 외 사업' 세 가지인데, 순서 없이 자유롭게 말머리를 풀어나가 보죠. 김 : 프랑스는 문화예술 비용 1%를 가지고 정치적 통합을 이룬 곳입니다. 우리나라도 문화예술이 차지하는 비율이 적은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갑자기 문화중심도시 이야기가 튀어나오면서 문화문야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은 피부에 깊게 와 닿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왜냐면 체계적 교육을 통한 자생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큰 행사를 치룰만한 시민들의 준비도 안 돼 있는 상태에서 정치적 결정을 통해 급진전된 터라 많은 논쟁과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나 : 프랑스같은 나라는 민도(民度)가 우리보다 훨씬 성숙된 사회로, 특히 광주는 정치경제적으로 보나 문화적으로 보나 가장 열악한 환경 속에서 문화적 부흥운동을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가난했고 가장 많은 난리를 겪은 이 지역이 그렇다고 문화적 맹아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죠. 동네 다방이라도 의제나 남농의 한국화 한 점 걸어 놓을 줄 알았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판소리와 같은 고유문화가 싹터왔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소박하고 아름다운 문화적 자산들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바람직하게 담아낼 좋은 그릇을 만드는 것이 지금의 중요한 숙제라는 것입니다. 박 : 지금의 광주가 문화라는 키워드를 집어 드는 모양새가 제 눈에는 좀 웃기는 소리처럼 보입니다. 지금의 문화도시라는 것이 남도의 정서라고는 깡그리 쓸어버리고 난 다음에, 소박한 민초들이 가지고 있던 것들을 개발의 미명하에 다 없애버리고 그 위에 문화도시를 짓겠다는 발상이 아닌가요? 남구 양림동의 골목길 문화를 파괴하고 아파트를 짓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삶과 문화가 떨어져 생각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 되돌아 봐야할 것입니다. ▲ 김경수 향토지리연구소장 ⓒ안형수

"중요한 건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다양한 곳에 문화살롱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점"

김 : 광주, 문화, 중심도시를 서로 떼놓고 뭘 의미하는지 얘기해 보죠. 일단 먼저 광주라는 도시에 대한 특수한 인식은 경상도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와도 90% 이상 지지를 해준 세계적 유례가 없는 도시입니다. 노 대통령이 이에 감동해 문화수도를 국가적 재원을 통해 투자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광주가 계획적으로 육성되는 문화도시라는 것도 세계 유례없는 일인 듯싶습니다. 두 번째로 문화라는 것도 한국적인 관점에서 보면 서민들의 '풍속'이 곧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렵게 생각하면 어려워 보이지만 이 지역만 봐도 광주댐 주변의 가사문화권이나 임곡의 기대승 성리학, 나경적과 하백원의 물염정이며 대촌의 동암 이발, 필문 이선제, 담양의 유희춘 등 수많은 살롱 문화가 꽃피웠던 곳입니다. 세 번째로 중심도시 이야기인데요. 독재정권 때 메트로폴리스로 형성된 광주는 이제 행정구역 상 뿐 아니라 광주전남의 거점도시가 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아시아문화전당과 같은 건물이 아니라 이 땅의 사람들이 문화로 살아갈 일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뭐 좀 잘한다 싶으면 서울로, 외국으로 빠져나가서는 문화도시 요원합니다. 광주시뿐 아니라 교육계, 재계 등 모든 역량이 동원돼 인재를 양성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사회 : 네 모두들 말씀해주신 것처럼 문화도시를 만들어 가는 데 광주는 많은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문화도시 추진이 경제개발계획처럼 진행된다는 아쉬움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광주역량의 한계고,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도 있습니다. 말씀들 간에 약간의 견해차도 엿보이는데, 이야기를 계속해보죠.

: 지중해의 '칸느' 같은 도시도 인위적으로 개발된 곳입니다. 다른 예로 [시네마 천국]의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고향인 이태리 남부의 소읍에서는 매년 토르나토레 영화제가 열립니다. 아주 작고 소박한 축제인데도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이를 찾아 문전성시를 이루죠. 그것처럼 광주 역시 '칸느'와 같은 훌륭한 문화도시가 되지 말라는 법 없고, 토르나토레의 고향처럼 소박하고 아름다운 것들로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자부심부터 가져야 할 것입니다.

사회 : 이왕 인재 양성이나 사람이 곧 문화라는 말씀들이 나왔으니 시민참여에 대해 말씀을 더 나눠보죠.

"문화전당… 시민들의 쉼터 기능 중요, 녹색밸런스 깨진 시청 앞 분수광장 사람 안가"

▲ 방극만 사직문화사랑 추진위원장 ⓒ안형수 방 : 일본은 일제시대 때 우리나라에서 종자를 걷어가 지금은 매 해 1천6백억원의 로얄티를 받아 갑니다. 꾸준한 집착과 치밀한 준비를 한 결과입니다. 한 디자인 회사 관계자가 LG에서 2억을 지원한 이번 문화전당 착공식과 관련해 광주에서 준비할 수준이 되느냐고 반문한 적이 있습니다. 광주에 줘도 못한다는 것이죠. 오랜 혜택을 못받아 봐서인지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턱없이 부족한 결과입니다. 나 : 광주는 다양한 프리즘 보여주는 대표적인 도시입니다. 무엇보다 훌륭한 문화도시의 선행조건은 문화적 직업예술가가 공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인의식을 가진 시민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울타리 밖에서 관찰하고 구경하는 것이 습관이 우리들의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지역의 자유분방한 오랜 사림(士林)문화 탓이기도 하지만 지난 근대 역사 속에 눈치보고 숨죽이며 살아온 가슴 아픈 습관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사회 : 문화도시 논의가 정치적인 결정으로 출발하고 있어 오히려 초기 단계에서는 지역토착적인 싹을 황폐화시킨다는 이유로 시민사회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원론에서부터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부터 칸느처럼 인위적 계획을 통한 성공 사례도 있다는 대립되는 의견이 나왔는데 무엇보다 시민들이 주인이 되지 않으면 어렵다는 의견은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김 : 참여자를 늘리자면 무엇보다 교육이 필요합니다. 광주지역에서만이라도 미술, 음악 등 예능 시간을 늘린다든지 대학에서 문화와 관련된 특기적성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참여자를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겠습니다. 무엇보다 광주에서 문화도시를 만들어 가겠다는 열망 있는 사람들이 헌신적으로 매달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방 : 예를 하나 들어보죠. 지난해에 열린 디자인비엔날레를 두고 여러 의견이 있었는데요. 그중에 디자인 쪽 관계자들이 총예산 50억 중에서 10%, 곧 5억만 줘봐라, 광주를 생태도시네 도심 숲을 가꾸네 하는데 디자인 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공간을 정해서 5억 가지고 광주 전체를 디자인한다면 몇 년 후에는 얼마나 멋진 도시가 되겠는가 하는 얘기를 하더군요. 같은 맥락에서 도청 뒤에 인쇄소가 문을 닫은 자리에 홍대 앞처럼 클럽문화나 대안 공간을 만들어 문화거점지를 확보해 재미있는 볼거리를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도심에서 가깝지만 훌륭한 숲이 그대로 방치돼 있는 사직공원을 도청과 이어지는 문화벨트로 구축하는 방안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변변한 문화 거점지 하나 없는 곳이 광주입니다. 주5일제를 맞이하고 있지만 도심에서 시민들의 욕구를 전혀 채워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 생산자 지원 강화 필요 … 웅장한 건물만 랜드마크라는 건 구시대 발상" ▲ 박성배 독립영화감독 ⓒ안형수
: 문화는 쉽게 말해 '사는 것'입니다. 시민참여보다 궁극적인 것은 문화생산자, 창작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입니다. 우스개 소리로 문화전당 지을 비용으로 시내의 큰 빌딩을 사서 창작자들에게 작업공간으로 제공한다면 광주뿐 아니라 전국 아니 아시아 각지에서 모든 작가들이 광주로 몰려올 것입니다. 그 창작자들이 프로그램을 열고 시민들이 호응을 해 준다면 자연히 아시아 문화중심도시가 되는 것 아니겠어요? 사람에 대한 고민이 되고 나서 활동을 위한 공간을 생각해야지 기획추진단 혼자 끙끙댄다고 되는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 관광식당을 정하는 것도 비슷한 이치입니다. 시에서 너 관광식당 해라해서 그게 되나요? 주인의 필사적인 노력과 음식맛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 관청에서 자연스럽게 지정하는 것 아니겠어요? 건물도 좋고 다 좋지만 시민들이 스스로 할 수 밖에 없는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이쪽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재능을 갖고 태어나는 것 같아요 그걸 발견해서 자신감을 가지도록 해주고 지원도 해주고 폭발적으로 응원해주면 광주는 더 빨리 이루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약간의 환경만 조성한다면, 광주시민들은 알아서들 잘 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 맞아요. 모든 것이 단박에 이뤄지지 않듯 너무 성급하게 나가기보다 찬찬히 관찰하면서 열린마음으로 다가설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추진하는 분들이 얼마나 열정어린 리더쉽을 가지고 추진하는지가 중요하겠지요.

: 영남과 호남을 비교해 볼 때 호남은 모든 면에서 편파적인 대접을 받고 산업화의 진전을 이루지 못한 반면 생태적인 보존이 잘 돼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문화라는 게 의식주를 포함해 모든 것이 다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생태적인 환경도 잘 이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부분이에요. 예를 들어 버려진 농촌에 대해 발효식품에서 다시 전통적인 흐름을 찾고 세계적인 상품으로 특화시킬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광주가 문화도시라는 간판을 걸고 출발하는 시점에서 '우리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만 생각할 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이 곧 문화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발효음식과 같이 부가가치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은 이를 통해 경제적인 연관도 지어볼 수도 있고 말이죠.

: 결과에 연연하지 말자는 말씀이신가요?

: 네.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문화와 전혀 상관이 없다는 사람들에게도 사업아이템을 발굴해 경제적인 희망을 줄 수 있다는 비전을 주어야 합니다. 꼭 광주가 자동차나 냉장고를 만드는 공장이 들어서야만 잘 살 수 있다는 생각보다 문화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돼야 한다는 것이죠.

▲ 나의승 재즈칼럼니스트 ⓒ안형수 "투명한 과정 통해 문화전당 당선작이 뽑혔으면 나머지 작가에게 전적으로 맡겨야" 나 : 우리나라를 선진국 대열에 일보직전이라고 표현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선진국과의 1%의 갭이 바로 문화라고 할 것입니다. 제조업, 조선업, 자동차산업모두 선진국만큼 발달돼 있으면서도 문화에서 못 따라가고 있는 것입니다. 문화는 크기나 폼이 아니라 소신입니다. 어떤 문화사업을 진행하더라도 소신이 필요합니다. 사회 : 지나친 생산자 중심논의가 문화 부흥을 힘겹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직은 시민의식이 약하다면 소비자를 지원해주는 방법도 있을 텐데요. 정치자금 10만원을 후원하면 연말에 11만원을 돌려주는 방식처럼 말입니다. 시민참여 방식이라는 게 이런 식의 아이디어를 추진단에 제안하는 식도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김 : 그 밖에도 같은 관심분야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도 주선해 주고 장소도 마련해주고 하는, 예산을 디테일하게 운영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문화도시를 만들어 우리가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외부 방문객들이 광주시민들을 만나보고 행복감이 아닌 '어쩌지 못해 산다', '서울로 가고 싶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무슨 창피입니까. 사회 : 문화전당 자체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좀 없는 편인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죠. 나 : 음악 매니아로서 가지고 있는 음반 수가 1만장 정도 됩니다. 제 자랑이 아닙니다. 저의 성장과정 중에서 좋은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더라면 이렇게 많은 판을 모으면서 살아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듯 척박한 광주의 문화현실을 생각하면 작지만 정성스런 공연장에 대한 갈증은 당연한 것입니다. 김 : 건물만 크게 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도심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적어도 1천대 이상 주차 가능한 장소가 있어야 합니다. 큰 백화점이 존치하지 못한 것도 접근성이 부족한 탓 아니었습니까? 지금 시내에 있는 공립학교를 주거지역이 있는 외곽으로 옮기고 그 장소에 리모델링하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박 : 전 개인적으로 문화전당이 지하로 가는 것에 대해서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5.18국립묘지도 지하 형태였으면 추모 분위기를 만드는 데 더 나았을 것으로 봅니다. 민주의 역사를 이뤘던 사람들의 건물은 지상에 놓고 지금의 사람들은 랜드마크에 연연함 없이 참신한 컨텐츠를 채우는 데 더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나 : 공연장이 크다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테움, 유럽 최고의 클래식 메카 비엔나의 콘체르트하우스, 암스테르담의 콘체르트게보 모두 천명이 채 안들어가는 공연장이지만 최고의 연주로 천문학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방 : 공연장 크기도 크기지만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 마련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시청 앞에 분수공원에 시민들이 자주 가나요? 생태와 건축이 겉돌고 나무와 숲, 쉼터로서의 밸런스가 이루어진 상태라만이 실질적인 휴식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아시아문화의전당 과제와 전망 좌담회 ⓒ시민의소리
사회
: 지금은 문을 닫은 계림극장, 한일극장, 태평극장 등의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해 문화전당과 연결되는 작은 전당들로 꾸미는, 건물프로젝트가 아닌 도시프로젝트를 꿈꿔야 한다는 의견을 보태고 싶습니다.

: 동감입니다. 웅장한 건물만이 랜드마크라는 것은 어찌보면 구시대적인 발상입니다.

: 위대한 예술작품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작가의 직관과 감성으로 이루어지는 법입니다. 민주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통해 전당 당선작이 뽑혔으면 나머지 과정은 그 작가에게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점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회 : 네.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러한 좌담회도 어찌 보면 작은 부분의 시민참여가 아닐까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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