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나무가 울었다"
"비자나무가 울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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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천연기념물 39호 병영 비자나무 '울음소리' 진위는?
첫눈의 재앙이 닥친 지난해 12월 4일 밤 11시께. 천연기념물 39호인 비자나무가 있는 병영면 삼인리 376번지 인근 주민들은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문풍지 우는 소리가 약 30분 정도 들리더니 잠시 후 가지가 찢어지는 소리가 “쫘~아악”하고 났다.

놀란 주민 몇 명이 밖으로 나가보자 800년 된 비자나무의 큰 가지가 폭설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져 땅위에 나뒹굴고 있었다.

주민들이 귀를 의심했던 것은 문풍지 우는 소리였다.
박화선 이장은 “문풍지 소리처럼 붕붕거리기를 30분이 넘도록 하더니 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뚝하고 났다. 비자나무가 우는 소리가 분명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비자나무와 불과 20여m 떨어진 곳에 사는 김희례 할머니는 “나무가 우는 소리를 듣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마을 주민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수령이 1천년은 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비자나무가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면 울었다는 전설 때문. 주민들에 따르면 일제로부터 해방되던 때와 6.25 전쟁 직전에 나무가 울었다고 한다.

성남리 박금초(80) 할머니는 6.25 전쟁 직전에 비자나무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는 유일한 생존자이다.

박 할머니는 “지금 53세인 둘째 딸 아이를 낳고 몸조리를 하는데 비자나무에서 3일 동안 ‘짜갈 짜갈’하며 우는 소리가 났다”며 “그 후로 몇 일 후에 전쟁이 났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폭설에 나무가 부러진 다음날 군관계자들이 나뭇가지를 치우고 이를 토막 내 주민들이 땔감으로 사용하도록 그대로 두었으나 주민들은 지금까지 손도 대지 않고 있다.

한 주민은 “비자나무에 해를 끼치면 큰 재앙을 입는다는 믿음 때문에 주민들은 평소에 작은 가지도 꺾지 않는다”며 “누가 땔감으로 사용하겠느냐”고 말했다. 주민들은 요즘도 매년 정월보름에 비자나무에 제사를 올리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비자나무가 울었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날 밤 잠결에 소리를 들었다는 성남리 박이슬양(19)은 “나무가 찢어지는 소리였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양광식 전남도 문화재 전문위원은 “자연재해가 다가 올 때면 기압과 주변 온도, 습도등의 변화에 따라 큰 나무가 반응을 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일”이라며 “주민들에게 폭설이 내린다는 것을 알려준 고마운 일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신문 주희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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